[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국민 인기견(犬) 브라우니'가 대세인가 보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정여사'에 등장하는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가 ‘인기 끝판왕’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정치권까지 진출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것도 그 손만 잡으면 국회의원 되는데 하자 없다는 대세녀 박근혜에 이끌려서 말이다.

지난 7일 서울여대에서 열린 '걸투(Girl Two) 콘서트'에 참석한 박 후보가 브라우니를 데리고 등장했다. 브라우니가 넘어질세라 허리를 굽혀 목줄을 조심조심 끌고 오는 박 후보의 모습에 지켜보던 여대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박 후보는 무대 중간까지 브라우니를 데리고 와서는 미리 마련된 자신의 자리 바로 옆에 브라우니를 조심스럽게 세워놓은 뒤에야 마이크를 잡았다.

사회자가 브라우니를 향해 "어쩐 일로 이 자리에 왔냐"고 장단을 맞추자, 대답(?)하지 않는 브라우니와 사회자를 번갈아 쳐다보던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저를 닮아 좀 과묵하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웃음을 쥐어짜냈다. "소통을 위해서 브라우니를 데리고 나오셨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보배"라고 답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박근혜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있는데 브라우니로 그런 이미지를 좀 희석시키는 의미가 있다"며 "소통을 위해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우니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소통의 화두를 만들어낸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화였다. 그렇지만 브라우니가 정계에 처음 입성한 것은 약 열흘 전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진영으로부터였으니 그다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

지난달 28일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참석한 문재인 후보에게 한 여자어린이가 브라우니 인형을 선물했고, 선물 받은 브라우니를 안고 있는 문 후보 사진이 '브라우니 정계진출'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에서 회자가 되며 인기를 모았다.

그렇지만 정작 문 후보는 브라우니를 선물 받는 순간에도 왜 강아지 인형을 선물했을까 갸우뚱했다는 후문이다. 시세에 둔감한 문 후보와 정반대로 브라우니의 인기에 편승해가고 있는 박 후보의 대조적인 일화에서 우리는 드물게 찾아낼 수 있는 박 후보의 여성성을 보게 된다.

역시 여성성을 증명하는 데는 인형, 그것도 개인형이 최고인 것 같고 요즘 대세인 브라우니는 최고였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취한 사람의 몫인 법이니 표절냄새가 좀 나긴 해도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날 걸투 콘서트에서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방'은 브라우니의 등장뿐이었다. 사회자와 박 후보, 함께 자리했던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모두 "언니ㆍ동생처럼 함께 수다 떨러 왔다"며 입을 모았지만 정작 일문일답식의 '강연'으로 진행된 콘서트에는 관심들이 없었다.

여성대통령론에다 글로벌대통령론까지 중무장한 채 “내가 여성 여러분들의 영웅”이라고 제 아무리 외쳐도 수다스런 박근혜 보다 과묵한 브라우니만 주목받는 더러운 유세현장을 박근혜는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후보의 당선을 위한 응원 선물로도 인기고 후보의 2030 소통행보에 당당히 동행하는 브라우니가 대세인, 이른바 '브라우니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브라우니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스 브레이킹(Ice-breaking)에는 더 없이 훌륭한 아이템이지만 브라우니의 역할은 거기까지고, 나머지는 후보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브라우니가 보여줄 수 있는 여성성이 곧 박근혜의 여성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종의 이미지 조작이다. 그것만으로 내 여성성 확인했느냐고 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개그일 뿐이며, 소꿉장난일 뿐이다. 소녀가장 출신인 박근혜가 유리천장을 뚫고 5선 의원이 되고 대선후보까지 되어 바야흐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어 여권후진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며, 더 나아가 도덕적인 여성성을 통해 정치쇄신을 이룰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이미지조작이 아닐까. 그렇게 검증된 여성성은 생식기로 증명된 여성성만큼이나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비약이 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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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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