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지나친 용비어천가와 자화자찬은 자폭장치 될 수도…

황상민 교수가 박근혜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은 정치적 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지나친 용비어천가와 후보의 자화자찬이 일을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황 교수는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연세대 항의 방문을 '정치적 쇼'라고 폄하했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황 교수와의 토론을 '시간낭비'라고 비난했다.

황 교수는 논란이 된 자신의 '생식기 발언'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여성 마케팅을 한다는 게 진짜 정치쇄신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단순히 생물적인 입장만을 가지고 차별성을 제시하는 것은 실제로 다른 특별한 무엇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 분 같이 훌륭한 능력이 많이 있으신 분이 얼마나 국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으면 당신이 생물적인 그런 부분만 가지고 언급을 하느냐, 사실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은 그런 뜻으로 말했음에도 단지 ‘생식기 발언’을 문제 삼아 연세대를 항의 방문한 김성주 위원장을 향해 "그분 스스로도 영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남성들, 여성들을 상당히 차별화했다"며 "정치적 쇼 하시지 말라"고 했다.

황 교수에 이어 같은 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문제가 된 자신의 '영계 발언'과 관련 "우리 당내의 2030들이 너무 혈기를 북돋아줘야겠다고 해서 젊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다 모여서 영계모임으로 모인 것"이라며 "정말 좋은 의도로 한 말을 다른 앞의 말을 다 빼고 그것만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고 반박했으며, 박 후보가 여성을 위해 노력한 것이 별로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당 대표 시절 20개에 가까운 여성관련 법안을 추진하셨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대)징계위원회에서 (황 교수를) 회부하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모든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심판을 받으셔야 될 것"이라고 질타하면서 "저는 이분이 정신이상에 가깝지 않나, 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해서 못 참는지, 심리학 교수인데 자기 심리를 먼저 파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황 교수와의 토론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와 김 위원장의 이날 설전은 시차를 두고 이뤄진 것이지만 유아독존식 행보로 소통부재의 현상만 자꾸 연출해내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 후보 진영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한 황 교수가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다. 그 역할, 대표적인 게 언제 나타나죠?"라고 답변과 함께 반문을 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자 사회자가 "결혼하고"라고 말을 붙였고, 이에 황 교수는 "결혼하고 나타나죠. 애를 낳고 애 키우고 그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걸 보고 여성이라고 얘기하지. 생식기가 다르다고 해서 여성이라고 안 해요"라고 부연 설명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김 위원장도 있었다. 그는 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의 발언은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인격 말살이고 여성 전체에 대한 인격 모독이다. 그런 정신병자 같은 사람이 교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뒤 "도대체 어느 대학 교수인지 알아보니 내 모교더라"라며 "당장 다음 주에 총장께 공개적으로 황 교수의 퇴직을 요구하겠다. 퇴직을 시키지 않으면 퇴직시킬 때까지 매일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가 신촌에서 테러를 당했을 때 느낀 충격을 받았다. 박 후보 얼굴에 70바늘 꿰맸던 당시 현장에서 받은 테러의 충격 이상을 느꼈다”고까지 말했다.

전날 전지명 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 공보전략위원장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황 교수 발언과 관련, "그의 심리에 이은 정신분석 감정이 '구급차 콜(call)' 수준으로 시급해 보인다"며 그의 막말은 '변강쇠 타령'에나 나올 법한 성적 발언이라 교수라는 신분이 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좌충우돌 식 그의 생식기 발언 논법에 대입시키면 '이 세상에서 결혼하지 않은 모든 남성은 남자도 아니다'는 그물망에 안 걸려들 수 있겠냐"면서 "그는 석고 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황상민 "박근혜, 자식 안낳아 생식기만 여성" 파문(데일리안, 11.2)>이라든가 <황상민 교수 "박근혜는 생식기만 여성"(조선일보, 11.2)>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침소봉대하여 새누리당을 자극했고, 이에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 발끈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일부 여성단체와 연세대 여성총학생회 등이 가세하자 다시 문제의 일부 언론이 이를 자극적으로 대서특필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졌으며 하루아침에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어버린 황 교수가 일부 언론에 대해 쓰레기라며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는데, 새누리당의 이 공보단장이 여기에 또 다시 불을 지피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4일 이 단장은 황 교수가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도, 또 그런 답변을 한 것도 결국 문·안 두 후보 측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여성 대통령'에 관한 문·안 후보 측 주요 인사들의 논평이 황 교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두 진영에서 여성 대통령을 비판·거부하는 대국민논리가 황 교수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의 발언은 앞서 "박 후보에겐 여성성은 없고 남성성만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건 쇄신과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민주당 정성호 대변인)거나 "박 후보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일 뿐"(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이라는 등의 비판한 것이나 "여성 대통령이 정치쇄신"이라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혁신이 어느 한 사람의 성별로 얘기할 수 있는 거냐"(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고 말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당시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이라면 극단적인 ‘종박이’들이 아닌 이상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말에 공보단장은 물론이고 선대위원장까지 나서서 정신병자 운운하면서 대학에 면직을 요구하고 테러리스트로 몰아가야 했는지 소통과 화합을 얘기하는 새누리당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그 배경에는 아마도 박근혜를 소녀가장으로부터 유리천장을 깨고 5선 위원에 대선후보까지 된 영웅으로 미화하는 황우여 대표라든가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가 쇄신이고, 그것보다 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마치 남의 일처럼 자화자찬하며 대통령 만들어달라고 강압하는 박 후보의 여성관과 여성철학이 있을 것이다.

물론 황 교수가 여성대통령론을 직접 겨냥하여 정치적 쇼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황 교수가 박 후보에 대해 직접 생식기 발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언론의 교묘한 편집에 놀아나 정신병자와 테러리스트라고 한 측근들의 침소봉대와 미사여구 작법, 그리고 자화자찬에 이르기까지 추적하다 보면 여성대통령론은 정치적 쇼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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