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대통령제다. 우리와 달리 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다곤 하나 내치는 물론 외교,국방 등 전분야에 걸쳐 대통령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반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은 큰 차이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린 유효표의 수를 계산해 한 표라도 더 획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반면 미국은 간접선거 방식이므로 득표수보다 선거인단 확보가 우선이다. 우리로써는 언듯 이해가 되질 않지만 2000년에 치뤄진 미 대선을 보면 우리와의 확연한 차잇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의 부시 후보보다 전국 득표수는 54만여 표 앞섰으나 박빙의 대결을 펼친 플로리다주에서 537표가 뒤져 선거인단수에 밀려 패배했다.

민주당은 쟁점이 됐던 플로리다주의 수작업 개표를 놓고 공화당과 법적 소송까지 벌였지만 대법원은 5:4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시의 손을 들어줬고 고어는 득표수에서 앞서고도 분패한 후보가 됐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제의 원조 격인 미국 사회에서조차 "선거방식이 잘못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우린 저들의 비합리적(?)인 방식을 보며 "역시 직접선거 방식이 옳다"라는 자부심을 가진 게 사실이다. 말이 나와 말이지 국민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계산해야지 어떤 주는 인구가 많고 땅덩이가 커 선거인단이 많고 어떤 주는 몰표를 받아도 선거인단이 적어 효력이 적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인구수나 국토 면적이 확연히 다른 미국의 선거제도를 우리식으로 재단해선 안될 것이다.다만 국민의 한 표가 지닌 가치가 평가 절하된 제도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한 표의 가치를 미국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반면 '단일화 쇼'라는 해괴한 이벤트에 노예가 돼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의 대선을 보자!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와 롬니 후보 외에 누가 단일화 후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 내일이 미국의 대선이라지만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은 확정됐고 투표 전날인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하다. 이 점이 부럽다는 것이다.

200여 년 간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이 양자 대결이라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발전해온 것처럼 이젠 우리도 확고부동한 양자 대결을 지향해야 한다. 허나 현실은 어떤가?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지만 누군 결승전에 올라 상대를 기다리고,누군 준결승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후보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주제 넘는 충고를 하고 있지 않나? 세상천지에 이런 막무가내가 어딨나? 유치원 운동회도 이같이 무개념으로 진행하진 않는다.

이걸 미국인이 보면 뭐라 하겠나? 우리가 저들의 유효표의 사표화를 비웃듯,저들은 양자 대결도 삼자대결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한국의 대선판을 보며 조롱하지 않겠나?

TV토론도 그렇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난리 굿을 치는 사람들끼리 매듭을 짓고 입심 대결을 펼치자고 해야 순서지 자신들은 단일화 타령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뭔 토론이 없네,피하네 침통을 흔드나? 본인들이 생각해도 좀 민망하지 않나?

여러 소리 필요 없다! 결승전에 올라 온 박근혜 후보는 준결승도 치르지 못한 이들과는 천양지차인 만큼 50%후보들인 문재인,안철수는 지지고 볶든 난리 부르스를 추든 단일화부터 하고 나서 100%후보인 박근혜에게 토론을 제의하라! 그게 상식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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