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NLL 발언과 김광진 막말 파동으로 개망신을 당한 민통당이 난데없이 투표시간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들 말로는 예전부터 추진한 사안이라지만 곧이 믿을 국민은 거의 없고 '단일화 이벤트'로도 박근혜 후보를 꺽는단 보장이 없자 내민 꼼수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

전쟁이 그렇듯 대선 또한 승자독식이므로 저들의 투표시간 연장 제안 자체를 비판하고 싶진 않지만 추진 배경을 설명하며 "투표 당일 근로자와 자영업 종사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라며 침통을 흔드는 꼴을 보노라면 십년 전에 먹은 주꾸미가 다 넘어올 지경이다.

필자 또한 자영업 종사자로 십 수년째 투표일에 근무하고 있지만 한번도 투표시간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던 지난 총선 때도 평상시보다 20분 일찍 일어나 7시에 투표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8시에 출근했다. 물론 긴 영업시간을 자랑(?)하는 마트의 특성상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하는 오전조와 2시부터 23시까지인 오후조로 나뉘어 투표시간에 제약을 덜 받는 건 사실이나 필자보다 시간적 여건이 나았던 오후조 직원에게 투표했냐고 물어보자 "관심 없어요!"란 답이 돌아오는 걸 보면 "역시 투표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정치에 대한 관심 유,무가 좌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필자의 경우를 투표일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과 동일시 할 순 없을 것이다.다만 아주 특수한 직종이 아닌 이상에야 오전이든 오후든 투표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투표 당일 휴무자보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현재의 투표시간이 기권을 유발할 만큼 짧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자 필자와 같이 20분 일찍 일어나 투표소로 향하는 이들을 멋쩍게 만드는 궤변이다.

지금 민통당의 말대로라면 깊은 산속에서 산신령과 교감(?) 중인 무속인의 하산 시간을 고려해 투표시간을 1박 2일로 해야 할 판이다. 이게 말이 되나? 다수가 투표시간에 맞춰야지 어떻게 불특정 다수의 라이프 스타일에 시간을 맞추자는 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민통당이 정 투표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6시에 시작하던 투표 시각을 5시나 4시로 앞당길 것을 제안한다. 다들 알다시피 이른 새벽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하는 분들이 적잖다. 실례로 미화원과 신문,우유 배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일찍 투표할 수 있었으면.."이란 말을 하는 걸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민통당의 취지가 투표 당일 대다수가 쉬는 대학생이나 청년 직장인을 위함이 아니라면 나의 제안을받아드려야 정상이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민통당의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골탕 먹이기 위한 흉계이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설레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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