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김광진을 단죄하려는 새누리당이 간과하면 안 될 일들

새누리당의 민주당 김광진 의원을 제2의 김용민으로 규정하고 까대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물론 김용민에 대해서도 그랬던 것처럼 김 의원이 트위터에서 수없이 까질러 댄 파렴치한 막말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니 나 역시 그 파렴치함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사죄와 더불어 가능하다면 제명을 시켜도 좋다는 생각이다. 누가 뭐래도, 제 아무리 도둑놈 소리를 듣고 또 들어도 국회의원이면 공인이 맞다. 공인이라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게 또 마땅한 일이다.

농담이라도 아무리 변명해도 성희롱이나 패륜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광진 의원을 혹독하게 비난하며 그것을 민주당과 새누리당 검증의 잣대로 쓰려는 새누리당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영계가 좋다던 선거대책위원회의 김성주는 무슨 사과를 어떻게 했는지 우선 묻고 싶다. 박 후보 캠프에 복귀한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벌써 자숙이 끝난 건가, 조폭도 아니고 제 식구 감싸기를 저렇게 확실하게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입이 근질거린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가 김 의원에게 경고를 보내며 "송구하다"고 대신 사과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과가 진정성 있다면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은 김 의원의 기행으로 본말이 전도됐지만 최초로 그가 제기했던 "백선엽은 민족 반역자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거리를 확실히 정리해주길 바란다.

조선일보는 그를 전 국민의 존경을 받는 92세의 전쟁영웅이라는데, 새누리당은 백선엽이 민족 반역자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전쟁 참전자들의 명예훼손까지 운운하는데, 그리고 ‘국민행동본부’라는 단체는 주요일간지에 “김정일-김대중 -노무현의 逆賊(역적)모의를 분쇄하여 나라를 지킵시다!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모는 逆謀(역모)의 殘黨(잔당)을 소탕합시다!”라는 광고를 내걸고 함께 모이자는데 과연 백선엽이 민족반역자가 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KBS의 백선엽 미화 다큐가 파행을 겪고, 국방부의 백선엽 명예 원수 추대 시도가 무산된 것을 보면 조선일보나 새누리당, 국민행동본부가 간과한 뭔가가, 그러니까 전 국민이 존경하기엔 2%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무엇일까? 백선엽이 스스로 쓴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들의 간도특설대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고 했다.

게릴라라는 게 무엇인고 하면 아마 마적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독립군이었을 듯하다. 백선엽도 “주의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하여 독립군이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이라며 일본군이 되어 독립군을 주살한 자신을 합리화한다. 합리화논리는 계속 이어진다. “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군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간도특설대에서는 대원 한사람 한사람이 그런 기분을 가지고 토벌에 임했다.”

참으로 명쾌한 논리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으로서 민중을 위해 동포에게 총을 겨누었다니 그가 위한 민중은 누구며, 총을 겨눈 동포는 누구인가? 그때 백선엽의 총에 죽어간 동포들은 민중의 평화로움 삶을 원치 않아서 총을 들었을까?

제 아무리 김광진을 파렴치범 만들어도 백선엽이 민족반역자였음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그런데 왜 백선엽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기초로 하는 친일논쟁에 한국전쟁을 들먹이는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 트위터를 뒤져서 파렴치범으로 만들었을까?

그 속내를 뜯어보면 백선엽과 똑같은 일제 강점기의 이력을 가진, 그래서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5.16이니 유신이니 정수장학회니 해서 이미 역사논쟁으로 벌집이 돼버린 ‘박정희 딸’ 박근혜 후보를 비호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만주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이력이 데자뷰와 같은 것도 모자라 박정희는 민중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총을 한 번 더 들었고 그 총은 자신이 지켜야 할 정부와 국가수반을 향해 발사되었다는 백선엽이 갖지 못한 또 다른 과오가 있다.

김광진의 패륜과 파렴치도 문제지만 그것을 문제삼아 뭔가를 물타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새누리당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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