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진중권, 보수 트위터리안과의 TV 토론에서 완승

28일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교수(동양대)와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는 트위터리안 ‘간결’ 사이에 북방한계선(NLL)과 정수장학회를 놓고 '맞짱토론'이 벌어졌다. 이 날 토론은 오전 9시 30분부터 양천구 영상고등학교에서 진행됐는데, 진 교수는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서 토론을 하고 미국 유학생인 간결은 화상 통화로 토론에 참가했다.

이날 토론은 진 교수가 최근 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NLL과 정수장학회에 관해 발언하면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주장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방송 후 '간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시사토론 진중권의 거짓말 시리즈-NLL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에 진 교수가 트위터에 "수꼴(수구꼴통) 여러분 인터넷 TV로 토론할까요? 100분에 출연료 100만 원만 보장하면…"이라고 썼고, 익명의 한 누리꾼이 100만원을 지원하면서 토론이 성사됐다.

이날 토론은 NLL과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 등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먼저 NLL 문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진 교수가 SBS '시사토론'에서 주장한 내용이 쟁점이었는데, NLL 토론에서 진 교수와 간결은 '영토'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데 있어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간결이 "보수 측에서 말하는 '영토'는 일반적인 명사로서 사용하는 것이지 헌법에서 규정한 '영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진 교수는 "헌법에 나와 있는 한반도 및 부속도서로 영토를 정의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말하는 2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중의적 의미를 자기들 편한 데로 쓰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일축했다.

간결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비밀협의를 했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남북기본합의서가 우리 NLL을 북에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몰아붙이자, 진 교수는 "(당시)우리는 합의를 했고 NLL이 공식 불가침 선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예를 들어 독도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것인가? 추후 협상하자고 하면 우리가 안 내준 것인가?"라고 반박 근거를 내놓으며 "비밀 협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녹취록에 관해서도 진 교수는 "2007년 11월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1차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故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준비하는 실무위원회에게 '헌법 건드리지 마라, NLL 건드리지 말고 와라'고 말한 분한테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주장한 데 이어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MB정권에서 확인 해줬는데 왜 딴소리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간결이 "비밀 합의를 인정하는 순간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수가 있기 때문에 있어도 모르는 척 무시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 진 교수는 "소설을 쓰세요"라며 무시했다. 진 교수는 "여기 나왔을 때는 공식적인 근거를 갖고 나와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을 해야지 왜 상대방에게 아닌 것을 증명하라고 하느냐"고 말하자 간결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다.

간결은 “NLL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입장이 같기 때문에 북한이 박 후보에게 '10.4 합의의 원칙을 모르는 무식의 소치'라고 비판한 내용의 진위를 반드시 파악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면 북한의 주장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故노 전 대통령 정상회담에서)만일 비밀 합의가 있다면 공개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만일을 어떻게 반증하나? 그런 식으로 들어오면 곤란하다. 북한 입장은 당연하다. 당시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우리는 NLL을 지키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은 NLL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봉합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여러분들이 (협상이)결렬됐다고 말하는 순간에 우리가 NLL을 포기한 적 없고 지키려고 하다가 결렬된 것이 증명 된다. 그것을 인정합니까?"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대답을 회피하던 간결이 마지못해 "인정 한다"며 다음 토론을 이어갔지만 다음 토론에서도 진 교수의 맹공이 이어지자 간결은 "정리해주십쇼 사회자님"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거두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승부는 정수장학회 부분에서 확실하게 갈렸는데, 간결이 "서울시교육감이 정수장학회 이사진의 임명 권한을 갖는다"고 언급한 부분이 진 교수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진 교수가 "장학회 정관에는 '이사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선출한다'고 돼있다. 교육감이 임명권을 갖는다면 박근혜 후보가 교육감에게 (뇌물 등을) 먹여서 최필립 이사장을 그 자리에 앉힌 건가"라고 비꼰 뒤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따져 묻자 간결은 확실한 근거를 대지 못한 채 "다양한 기사"라고 얼버무렸다.

정수장학회와 관련해서도 선공을 펼친 것은 간결이었다. 간결은 "정수장학회는 법적으로 독립된 재단이며 서울시 교육감이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가 원한다고 해서 압력을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 진 교수가 대중에 호소하는 것이 국민을 선동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서울시 교육감이 임명권을 갖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 이사장은 이사회의 호선으로 선출하며 이사회의 의결안은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결정된다. 임기는 4년이며 연임제한이 없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제한 중임이 가능하다"고 준비한 자료를 읽었다.

이에 대해 다시 간결이 "팩트 확인을 제대로 안한 것"이라고 비난하자 진 교수는 "본인의 의견을 말했으면 근거를 말하라. 어디서 읽었는가? 출처가 어디냐?"고 따져 물었고, 간결은 "다양한 기사에서 검색한 자료다. 사실 확인하시면 되는 문제다"고 답했다.

진 교수는 자신이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는 간결의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간결이 남겼던 글을 인용해 "진중권이 했던 실수를 글로 남기면 언론이 기사화하기 너무 좋다. 토론자체보다 이걸 노린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읽은 후 "누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고 누가 선동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간결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토론 후 진 교수는 토론 대가로 받은 '100만원'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돕기 계좌에 전액 기부했다고 밝힌 뒤 자신에게 1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진 '행자'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베 회원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며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진 교수가 "100만 원짜리 강의를 했다", "간결이란 수구꼴통 어린이가 진중권이라는 대논객에게 까불다가 단칼에 짤린 희대의 코미디"라며 진 교수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아울러 이날 진보논객과 보수 트위터리안 사이의 논쟁의 대상이 된 2대 쟁점이 대선정국에서 새누리당의 박 후보가 민주당의 문 후보 (그리고 때로는 안 후보까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이전투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NLL과 정수장학회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대선후보들의 논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정치평론가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비록 이날 토론이 누리꾼들로부터 '프로(진 교수)와 아마추어(유학생)의 진검 승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질적 수준에서 상대가 되지 못하는 대논객과 일개 트위터리안 사이의 대결이라는 평가를 받긴 했어도, 민주당과 문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과 궤를 같이 하는 진 교수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지적하면서 논리적으로 정리되었다는 평을 얻은 반면,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트위터리안 간결의 주장 근거와 논리가 박약하고 감정적이었다는 점은 향후 2가지 쟁점을 둘러싼 박 후보 측과 문 후보 측의 논쟁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느냐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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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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