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결정적 패착을 한 뒤로 ‘원칙과 신뢰’라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버릴 듯 네가티브 검증에 혈안이 된 느낌이다. 정수장학회는 정면 돌파하면서 동시에 NLL의혹을 집중 부각하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남은 50여일을 허비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서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22일에도 박 후보가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한 만큼 며칠은 최 이사장의 ‘결심’을 기다린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박 후보도 이 기간 최 이사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관련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로 할 만큼 다했다는 식인데 과연 국민정서와는 어떻게 소통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박 후보 캠프에서는 최 이사장에 대해 잽을 몇 번 날린 뒤 그만하자는 휴전 신호를 최 이사장과 국민들에게 동시에 보낸 것과 동시에 정수장학회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것 같은 오만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2일 박 후보 캠프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소유주 고(故) 김지태씨의 `친일행적' 등을 거론했는데, 이를 계기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씨의 인연 등에 대한 추가 자료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공보단의 한 핵심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중단하지 않으면 김지태씨의 친일행적이나 부정축재와 관련된 당시 보도를 추가로 제시하며 민주당이 당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 이를 내세워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증거자료로서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김씨와 관련된 100억 원대가 넘는 소송에 참여했다는 인연에 대해서도 추가로 자료를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박 후보 캠프에서는 국민적 관심사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과 그 후계자격인 문재인 후보가 결과적으로 친일적 사고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맞불작전 내지는 물타기를 시도하여 유야무야 넘기겠다는 전략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박 후보 캠프의 전략은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며 정수장학회 논란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역공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기인한 것 같지만, 이상돈 정치쇄신위원장이나 이재오 의원 등 캠프 또는 당내의 비판을 설득하지 못한 나머지 밖의 적을 이용하여 이를 잠재우려는 꼼수로 비춰질 공산이 커 보이며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될 소지 역시 커 보인다.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이 "캠프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박 후보 개인이 아닌 당 후보의 입장을 가지도록 참모진이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김지태씨의 `친일행적' 부각에 대해서는 "장학회가 시대에 맞은 사회적 역할을 하기를 촉구하면 되는 것이지 김지태씨의 과거사까지 언급하며 대응하는 것은 불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한 것이나,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을 NLL도 아닌 정수장학회 문제에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 과연 중도층에 어떻게 비칠지 의문"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과 같은 내부의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최대 관건이라 하겠다.

이와 함께 박 후보 캠프는 정수장학회 논란으로 국민적 관심이 엷어진 NLL 문제를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삼기 위해 원내와 선대위에서 집중적으로 공세를 폈다.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이 "문 후보는 `제2의 노무현'"이라며 "연평도 포격의 직접적인 영향은 노 전 대통령의 NLL 무력화에 의한 것이다. 북방 5도에 대한 포격을 할 근거를 마련해준 게 노무현의 회담 내용"이라며 입장을 촉구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일부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건폐기 지시 의혹을 보도한 것을 기화로 "조선시대 어떤 폭군도 이렇게 사초를 직접 없앴다는 역사를 배운 적이 없다. 놀랍고 무서운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 진상을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은 수십 년 전 문제를 꺼내 역사인식 문제를 언급하는데, 이번 의혹은 살아있는 역사를 말살하고 왜곡하는 ‘현대판 분서갱유’인 만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문헌 의원이 비밀정상회담과 비밀녹취록의 존재를 주장하다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그 책임론을 제기하는 야당과 문 후보에 대해 “왜 남북정상 면담록이 공개되지 않느냐, 종북적인 주장과 태도가 드러나는 게 겁이 나서 그러는 거 아니냐, 반성해야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들어놓고, 이제는 일부 언론의 문건폐기 지시보도를 들고 나오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랜스포머형 3단 로켓과 같은 해괴한 짓에 캠프 전체가 매달려 소일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장관인 것은 옆에서 구경하던(?) 안 후보에까지도 그 3단 로켓의 불똥이 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종반대책회의에서 문 후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말한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대해 같은 생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겨냥하면서 동시에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NLL을 영토선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 답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민주당은 국정원에 보관된 노무현의 NLL 관련 발언록 열람에 하루 속히 동의하라"며 "안 후보는 NLL 영토주권 포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NLL문제가 노무현정부의 핵심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가장 `효과적 무기'이자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도 일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에서겠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하다가는 자신들에게 반대표를 찍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다 종북주의자로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는 점을 생각이나 해봤는지 묻고 싶다. 그게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이 말하는 대통합의 정신인지, 무슨 원칙과 신뢰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는 것은 그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김지태가 헌납했으냐 강탈당했느냐 하는 문제, 만약 헌납했다손 치더라도 왜 국가와 사회에 헌납된 것을 왜 박정희 일가와 측근들이 소유 내지는 운영했느냐 하는 문제, 그리고 왜 공익적으로 운영될 재단이 언론법 등을 위반하여 불법적 소지를 안고 있으며, 선거운동용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기자회견 내내 이미 강탈됐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헌납 받은 것만 강조하고 또 헌납한 사람이 친일파임과 그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 박정희 친일파론과 독재론을 제기해도 된다는 얘기네.

그리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11년, 최 이사장이 그로부터 5년 등 십수 년의 장기간 전혀 공익적이지 못한 지배구조를 노정시킨 사실은 눈감은 채, 부산일보 지분 100%와 MBC 지분 30% 소유 등 위법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음은 애서 피하면서 공익적으로 잘 운영됐다는 피상적인 얘기만 했는데 사오정인가? 그렇게 투명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한 해명을 하면서 동시에 이제 정수장학회는 그만하고 NLL 문제나 따져보자면서 엄한 안 후보까지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것이 어떤 원칙과 어떤 신뢰를 말하는 것인지 국민은 도통 알 수 없는데 알 수 없다고 하면 국민들에게도 왜 NLL 문제에 침묵하느냐고 따질 것인가? 박 후보 캠프에서 그런 논리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대다수를 종북주의자로 몰고 가려 한다면 나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자 한다.

지금 탈북자들이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려는 것이 혹시 북한을 자극하여 장사정포라도 발사하게 만들게 하려고 누군가 사주한 것은 아닐까? 북한이 그렇게라도 해주면 누가 이익을 보겠는가? NLL문제를 제기하는 쪽이겠는가,

아니면 NLL문제를 제기당한 쪽이겠는가? 그래서 내가 “만에 하나라도 북한에 풍선을 날리는 세력의 후원자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NLL을 제기하는 쪽일 것”이라는 답을 했다고 치자. 그건 음모라고 하겠지. 그렇다 음모론은 그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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