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최근 세계적 유행을 타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사 중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말이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얘기가 ‘박근혜스타일’인지 ‘새누리스타일’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색깔론을 이용한 흑색선전이 새누리당 박 후보 캠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짚어 보았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비밀정상회담과 비밀대화록을 들고 나와 NLL포기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비밀정상회담도 없었고 당연히 비밀대화록도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니 비밀대화록을 보았다면 그것부터 공개해보라고 역공을 가했다. 비밀대화록이 있고 없고는 명백한 사실관계였기 때문에 정 의원이 흑색선전을 하는 게 아니었다면 출처를 공개했어야 한다.

당시 정상회담을 수행한 전직 관료들도, 그리고 현 정부의 통일부 관계자도 비밀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음에도 정 의원은 의혹제기를 중단하지 않았고, 이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받아 침소봉대했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평소에 노 정권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던 각종 종북의혹까지 덧붙여 새로운 대하소설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때 뉴데일리나 독립신문 같은 ‘자칭보수 진상꼴통’의 짝퉁 찌라시들은 이참에 아예 안철수까지 함께 엮어버리는 신공을 보였다.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정 의원은 그쯤에서 의혹제기를 중단했어야 하고 당이나 캠프 역시 그 정도로 자제시켰어야 하며, 언론 또한 신중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음에도 그러지를 못했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이용해 상대 후보의 지지자들을 돌아서게 만들어서 큰 공을 세우겠다는 의원이나 선거결과에 따라 국물이나 바라면서 스스로의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기사화하는 사이비 언론도 문제지만 소속 의원의 그런 장난에 힘을 실어주다 못해 아예 침소봉대하는 원내대표에다, 그런 심각한 사태에 팔짱끼고 앉아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대선후보까지… 이건 뭐 총체적인 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분히 색깔논쟁을 유발하기 위한 흑색선전이라는 심증이 커져갔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 정부 내에는 없지만 비밀 대화를 녹취했다고 처음 주장한 북한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얘긴데, 그건 그것 나름대로 정 의원이나 새누리당이 올바른 정신머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건 정상적인 남북 간 소통이 아니라 적을 끌어들여 내부의 적을 척결하기 위한 적과의 내통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 의원과 새누리당은 비밀 단독회담과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비밀대화록’을 ‘비공개대화록’이라고 말바꾸기를 시도하면서 처음부터 비밀회담이 아니라 정상회담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특하면서도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최초 주장하던 NLL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문제로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이 원내대표의 지나치게 앞서 간 발언을 합리화시켜주려는 의도를 보였고, 물론 조선일보 등도 이를 충실히 따랐다.

노무현재단은 11일 "정 의원은 또 거짓말을 반복했다"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배석자들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시 주한미군 문제는 의제도 아니었고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단독회담과 비밀녹취록의 존재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말장난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은 없다. 회담 중 메모를 했다가 나중에 정리한 공식면담록이 있을 뿐이며, 면담록을 만들 때 최종 확인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언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정 의원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버리고 주장해야 한다"며 "면책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벌이는 `아니면 말고' 식 정치공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에는 '단독회담', '비밀합의 사항', '비선라인' 등의 단어를 동원해 마치 불법적이고 음모적인 대북 뒷거래가 있는 듯 떠들다가 이제 와서 비밀 회담이 아니라 정상회담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라 발뺌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불법적인 비밀회담이 있었으니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했던 정 의원이 이제 와서 정상적인 외교안보 활동에 대해 불법혐의를 자신이 뒤집어씌우려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정 의원이 봤다는 그 기록물이 만일 정상적인 남북 양측의 정상회담 내용이고,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1급 비밀기록물로 분류된 것이라면 정 의원과 새누리당은 불법적으로 열람, 유출한 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의 반발이야 당사자로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치겠지만,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제3자가 보더라도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국정감사를 이용해 의혹을 제기하고 당 대표가 이에 가세하여 지지 언론까지 동원하여 상대방 대선후보에게 죽은 전 대통령을 빙의시키는 것은 주홍색 주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비밀단독회담이 없었고 따라서 비밀대화록이 당연히 없었다는 사실관계를 외면한 채 오래 전부터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편견을 일반화시키려 한 것이 첫째 죄라 하겠다. 그러다 혹시 북한으로부터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것 같아지자 공식면담록이 법률상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비밀대화록’을 ‘비공개대화록’이라고 슬쩍 바꿔놓고 대통령이하 정부 관계자들이 그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호도했는데, 이는 현 정권의 전 정권 불법사찰이라는 또 다른 뇌관을 건드려버린 두 번째 죄라 하겠다.

의원 개인이야 그렇다 쳐도 원내대표라는 작자가 한술 더 떠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그래도 명색이 구독률 1, 2위를 다툰다는 보수언론이 부르스 파트너가 된 것이나 그런 중차대한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타부타 말이 없는 자칭 원칙론자인 대선후보까지 새누리당 선거캠프의 작태는 주홍글씨로 써서 흑색으로 읽게 만드는 초혼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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