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여성가족부가 傳家의 寶刀처럼 휘두르던 청소년 유해물 심의기준이 대중의 소리 앞에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말았으니 공권력으로 군림하던 꼴이 완전 ‘새’됐다.

막상 ‘씹을 것’도 없었으리라. 하는 수 없이, 이게 법 적용상 ‘탄력성’이라고 변명 한다면 그건 정말 ‘아주 웃기고 자빠졌네’ 라고 할 수 밖에. 솔직히 ‘까고 말해서’ 아주 ‘생쇼’를 하는 짓이다.

이상의 표현들이 이번 심사에서 논란이 되었거나 될 가사들이다. 듣기에 거리낌 없었다면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다.

느닷없이 ‘상 촌놈(시골출신 비하는 아님)’ 상판대기로 사기 친 브랜드 ‘강남’을 거북등처럼 걸머지고서 흔들어 대는 저급한 춤사위가 세계를 휘젓고 말았으니 ‘누가 촌놈이냐?’ 깔보듯 세계를 가랑이 밑에 두고 호령하는 저 위대한 또라이를 경배하리라!

거북이 느려서 이긴 것이 아니라 꾸준해서 이긴 것이니 그의 경력 10년이 짧지만은 않다.

민족주의자와 세계적 스타의 감정 충돌로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하나, 둘을 다 가질 수는 없나, 괜한 안타까움에 두 스타의 기 싸움을 숨죽이고 지켜봐야 했던 팬들의 마음고생도 어제 극적인 퍼포먼스로 피날레를 장식하였으니 역시 무대의 귀신들이다. 쟤들 혹시 짜고 친 고스톱 아냐? 그런들 무슨 상관이랴, 인생은 어차피 연극인 것을!

솔직히 말해서, 비난받는 사람은 '도와줄 구석이 없을까?' 하고, 잘 나가는 사람은 '뭔가 구린데가 있을 걸?' 하고 뒤집어 보는 놀부 심보라서 그의 성공을 마득찮아 한 게 사실이다.

한창 성범죄 사건, 특히 나주어린이 성폭행으로 심사가 뒤틀린 마당에, 동영상에서 노홍철이 흔들고 싸이가 그 사타구니 밑에서 히히덕 거리는 꼴이 성범죄자들을 자극시키는 것이 아니냐, 저들은 궁형(宮刑)을 시켜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중과부적으로 조용히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지.

이 질풍과 노도 앞에 분연히 태클을 건 대학원생이 있었으나 싱겁게 꼬리를 내려 버렸다. 제정신 가지고 그럴 수 있나,하고 봤더니 그럴 만 했다. 그날 ,급조로 가진 공연을 위해 서울시는 예산 4억을 투입했고 일사불란한 교통통제가 이루어져 유감없는 행정능력을 과시했으니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했는데 그 이면에 3달 간 준비한 바로 서울시 주최의 ‘페스티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것. 화날 만 했네.

여기서도 특권층의 횡포가 죄의식 없이 자행되었다. 서둘러 통보는 하였겠지만 절차는 합의에 의해야 한다. 오죽하면 시장한테 대들겠어? 새치기, 날치기는 금물입니다요, 시장님! 당연한 항의표시임에도 그 학생은 극구 자신의 성급했음을 사과하는 것을 보니 분명 ‘이면 합의’가 있었고 그것은 권력의 횡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싸이는 알고 있을까?

이걸 문제 삼은 모 중앙지 여기자의 용기가 가상하다. 여성가족부의 2년 전 유해물 판정이 번복되었음도 질타하였다. “싸이 앞엔 원칙도 없나?” 고 죽기를 각오하고 대들었으니 저 성질로 밥은 먹나 걱정이 된다.

그때의 기준으로 ‘인생은 술’이라는 표현에 무리가 있다면 ‘이태백의 시’도 교과서에서 사라져야 한다. 기자의 주장대로,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는 명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적용에 엄격해야 한다. 기준은 체로 걸러내고 적용은 민어 잡는 대형 그물코라면 레드타입의 전형이요 이런 고무줄 법규라면 탄력성이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 됨을 한탄함이다. ‘싸이’는 알고 있겠지? 새치기가 남을 해코지 한다는 걸.

공무원이 ‘싸이’의 가사를 받아 들고 나서 ‘한류, 빌보드, K-Pop, 시대착오적 행정 비난 ,국제적 조류, 대세, 팬들의 아우성’ 등등 온갖 압력을 고려한다면 그건 공정한 심사가 아니다.

본래의 취지는 무시되고 주변적 이익만 건진다면 차후의 심사는 그 둑이 이미 무너진 것이니 법의 장치가 사족일 따름이다. 비슷한 처지의 ‘조 PD’같은 동료가수들은 ‘싸이’에게 술 한 잔 살까? ‘싸이’와 무너진 장벽을 위해!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이 여성가족부의 심의철학이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원론적 주장과 함께 ‘박정희 독재시대에 금지곡을 지정하던 수준’이라고 힐난하였다.

역사의 기준은 그 당시의 시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의 용렬한 기준도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거친 결과이고 50년 후면 더 초라한 수준일 것이다.

잘 나가던 ‘독도는 우리 땅’이 왜 김대중 정부에서 금지되었는가? 6.25의 노래는 어디로 갔을까? 현 심의수준이 우리 시대를 담기는 부족하다. 전면 재검토는 찬성한다. 그러나 2010년 이후 5건의 행정소송이 패소하였다고 하여 심의자체가 용도 폐기할 시점은 아니기 때문에 속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싸이’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가장 파격적 음악활동을 해왔다. 저속한 노랫말에 흥겨운 리듬, 코믹과 풍자를 잘 버무린 퍼포먼스로 대중 콘서트에 특히 강점을 보인 것은 그의 예명이 말해준다.

‘싸이’는 정상을 거부하는 ‘싸이코(Psyco), 싸가지 없는 망나니’를 표방함이다. 성적(性的) 해학과 페이소스(pathos)가 가사와 율동에 흠뻑 묻어난다.

세계적 유튜브 대통령을 만든 강남 스타일, 여기에 서울의 江南은 없다. 'Sexy lady' 에 맞서는 오빠는 강한 남자, 강남(强男)이다. 얼떨결에 뜨게되니까 얼버무린 일종의 '사기'다.

그가 대부분을 작사한 내용은 선정적이며 저속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은유와 말의 유희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는 과거도 그렇고 지금, 앞으로도 동요가수가 아니다. 성인용 가수인 걸 우리 애들은 알까?

시간이 지나면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 그의 19禁 대기곡들이다. “해 지면”의 가사 중 “.....다리 쫙쫙 벌려 ..xx빨라면 빨고 매일밤 x같은 세상아”라고 하질 않나, “처녀논쟁”에는 “처녀같은 거 안 먹어 ...사카시 존나 잘해” 라는 은어를 섞어 쓰기 때문에 모르고 따라 부른다. 그의 6집 앨범은 ‘6甲 앨범’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육실헐!

과거만 그런 건 아니다. 이번 7월 발표한 6집의 3번째 곡 ‘77학개론’ 의 가사는 “ 비디오는 못 봐 후루룩 짭짭하다 영화 끝나 이쁜이 손끝만 닿아도 막서 ...네가날 딱딱하게 만들었잖아” 성행위 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을 아는 사람만이 안다.

동영상으로 보면 유모차 유아가 ‘싸이’ 노래에 투정을 멈춘다. 유치원생들이 합창으로 “갈 데까지 가보자”고 외치고 있다니 가관이 아니고 무엇인가? 19금 노래가 동요가 되는 세상, 미칠 노릇이다. 걔는 이걸 애써 외면하고 싶을 거야. 쌍둥이 아이들이 좀 더 자랄 때까진...

‘싸이’가 좀 더 인기를 끌기라도 한다면 위의 노래 가사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돌잔치부터 운동회, 학예회, 장기 자랑에서 선보일 판이다. 유해도 이런 유해가 없다. 담배보다 더 해로울 것이 분명하다.

그렇잖아도 위험수위를 넘어 선 우리의 성범죄 유해 환경이 황색저널을 넘어 대중가요마저 라디오, TV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미세먼지처럼 오염된 지도 모르고 사회 전체를 타락시켜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이걸 막을 최후의 보루마저 없애자는 것인가? 갈 데까지 가보자고?

그도 김장훈 못지않은 민족주의자다. 두개의 군번. 말릴 수 없어~역시 희귀종이다. 좀 빨랐다면 병역법도 그의 편을 들었을텐데...이런 추세라면 유튜브 대통령이 느닷없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건 아닐까?
설마, 성인가요의 완전 해금을 공약이라도 한다면?

그렇다쳐도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할 순 없다. 그는 육갑을 떨어야 사는 희귀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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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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