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하시모토의 사고체계, 일본식 혼네와 다테마에를 본다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며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는 말인지 막걸린지 모를 개소리를 찍찍대던 일본인이 있었다. 지난 8월 21일 그렇게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망언을 내뱉어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샀던 인물은 다름 아닌 하시모토 도루(橋下徹)다. 그는 오사카 시장으로 일본유신회 대표이기도 한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인정하고 사죄한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부인하자는 것이었고, 일본 정계에서는 고노담화를 수정하자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졌다. 역사조차 사실이 아닌 소설로 인식되고 있음직한 일본식 집단사고체계를 보면서 차라리 개그라면 웃기기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고, 고노 담화를 했던 당사자 고노는 이런 식이면 1993년 당시 관방장관으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최초로 인정하는 고노담화를 발표했던 당사자인 일본 중의원 의장 고노의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고노는 일본은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는 것을 (젊은 정치인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바란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할 경우 국가신용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한 순간 헤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하시모토 시장의 기행이 최근 다시 시작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번에는 한국 민간단체가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위안부 문제의 사죄를 요구 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한다. 11일자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시모토 시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간단체가 뉴욕 번화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비난받는 것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사실이라는 이유가 뭔지 살펴봤더니 헐~ 일본군만 위안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또 다른 망언이었다. 그는 "다른 나라도 위안부를 안고 군을 관리했다는 자료가 남아있다. 타국도 (일본과) 같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서 하시모토 시장은 다만 "일본이 한 일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사건이었다"는 말을 남의 말처럼 뱉어 또 다른 역겨움까지 선사 했다고 한다.

그가 내세운 논리에 따르면 과거 다른 나라도 군을 관리하기 위해 위안부를 활용했기 때문에 일본만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위안부 동원을 합리화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증거 있느냐고 증거 대라고 하다가 불리해지면 나만 그런 게 아닌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식의 적반하장, 그게 바로 일본식 도덕률이다. 도대체 역사에 반성이라고는 있을 래야 있을 수 없는 편한 사고체계며, 그런 사고가 집단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가까이 하고 싶어도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족속들인 것이다.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분쟁에서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중국에 이지메 당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선례가 되어 우리도 이어도 문제로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도 불구하고 한 편으로는 고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쓰나미에 태풍에 시달리는 이웃 나라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다가도 ‘그게 일본이지’ 하는 생각에 미치면 ‘왜 이때쯤 더 큰 거 하나 와도 될 텐데’ 하는 나쁜 생각이 문득문득 들게 만드는 더 나쁜 족속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노 의장이 일본의 국가신용을 왜 말했는지 하시모토는 전혀 모를 것이다. 왜 중국에서 저렇게 따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나마 이웃나라 일본이 고노가 다수인 사회(라면 좋겠는데 자꾸 하시모토가 많아지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이웃을 잘 둬야 행복하다던데, 그리고 좋은 이웃은 다테마에만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혼네를 보여주는 사람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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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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