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적벽대전 이후 조조군과 충돌하던 오나라 군주 손권은 전열을 정비하고 장수들을 독려한 뒤 몸소 전투에 참가한다. 한편 조조 진영에서는 손권의 생포를 궁리하던 중 그의 참가 소식이 전해지자 쾌재를 부르며 손권에게 전력을 집중한다. 아니나 다를까 손권은 조조군에게 포위되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때 장수 송겸이 위기에 쳐한 손권을 구출하고 자신은 전사하고 만다.

손권이 송겸의 죽음을 슬퍼하자 참모 장굉이 이같이 말한다. "적의 장수를 죽이고 깃발을 뺏는 일은 우리 장수들의 임무지 주군의 업무가 아닙니다! 주군께서는 패자의 계략을 품으셔야 합니다!"라며 손권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이에 손권은 자신의 오판을 인정한 뒤 "지금 당장 고치겠다"는 쿨한 답변으로 장굉의 충언을 받아들인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조순형 전 의원이 지난 9일 새누리당 초청 특강에서 "새누리당 위기의 근간은 박근혜 1인 지배체제"라며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기력하고 소심하다. 모두가 전사가 되야 한다"는 말로 동료 의원들의 소극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조순형의 지적을 종합하면 "박근혜가 모든 걸 결정하고 챙기도록 방관하는 동료들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덧붙여 조순형은 아무리 박근혜를 보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상당수라하더라도 대권이라는 중차대한 목표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한판 승부에 집중해야 할 박근혜가 소소한 당내 업무 및 인사문제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동료 의원들의 안일한 사고를 비판한 것이라 보면 틀림 없다.

참으로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아니 민통당 문재인 후보는 전북가서 "LH공사를 경남에 뺐겼다"는 자극적인 말을 쏟아낼 만큼 자신의 대권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는 "인사는요? 전략은요? 공약은요?" 같은 질문에 발목을 잡혔으니 밖에 나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겠나?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다!

아무리 박근혜가 직접 챙기고 추스리는 스타일이라 해도 지금 당의 존폐는 물론 국운을 좌지우지할 대통령 선거가 코앞인데 해바라기도 아니고 박근혜만 쳐다본다는 게 말이 되나? 지금까지 박근혜가 그랬다면 바꾸면 된다! 지도부나 선대위는 호구인가? 아니질 않나! 허면 박근혜가 선거에만 집중하도록 여건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조언을 해야 한다.

대선이 없다면 이런 말도 안한다! 공당은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한 집권이 최우선 과제란 건 상식이다. 그 상식이자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선 박근혜가 대권 가도를 질주할 수 있도록 자당 동지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 힘이 너무 약하니까 박근혜가 탄력을 못 받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 아닌가? 조순형도 이점을 비판한 것이다. 자당 동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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