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도 결국 불가능하다는 선례 될 수 있어

정수장학회의 MBC지분 보유가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시정조치나 부당이득 환수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동시에 MBC 지분을 30% 보유한 것은 방송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현행법에 따라)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을 10% 이하로 줄이든지, 부산일보 지분을 포기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6개월 시한으로 시정하도록 (정수장학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한 "정수장학회는 MBC 배당금과 기부금 등 286억여 원을 수령했는데,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소유가 불법이니 부당이득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이득이라면 당연히 환수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암묵적 주장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유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에 나선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 보유는) 위법"이라고 정수장학회의 MBC(문화방송) 지분 보유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취득이) 방송법 개정(2000년) 이전에 이뤄진 사안이어서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질의나 이 위원장의 답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2000년 개정된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일간신문(부산일보)을 경영하는 법인(정수장학회)은 지상파 방송사업자(MBC)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부산일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MBC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며, 부당이득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방송법 제정 취지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특정인의 방송지배를 차단하여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특히 정수장학회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상황에서 최근 들어 MBC가 편파방송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인 MBC의 공정성은 곧 선거공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까지 두고두고 말이 나올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장관격인 방송위원장이라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용서받기 어려운 복지부동이자 그 자체가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줄서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분명히 중요한 문제여서 법률 개정을 통해 차단하고자 했을 것인데, 소급입법 운운하면서 이를 적용할 수 없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며, 자신이 줄서고자 했을 박 후보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재벌들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금산분리제도를 강화했을 때 역시 적용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정작 현재의 경제민주화 논란을 야기한 악덕 재벌들은 모두 예외적용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방송위원장이 답할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후보에게 물어야 하는가? 또한 중요한 국민적 합의에 의해 법률을 개정했는데 법률이 개정되기 전의 문제라고 예외를 인정한다면 법률을 개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개정 법률의 적용을 받는 사람에 대한 역차별인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하겠다는 것인지 다른 두 후보들에게도 물어야 하질 않겠는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일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 줄을 서려면 똑바로 서야 할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윤리의식인 것이다. 주무 장관으로서 정수장학회의 위법사항이 있다면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말해야 할 것이지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하고 있어서는 말이 안 된다.

법이 잘못됐으면 경과기간을 두는 등 다시 개정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정수장학회든 박근혜 후보든 간에 문제가 있는데 법 개정 전이라도 법 취지에 따라 개선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야 도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차제에 박 후보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니 변명거리로 삼을 게 아니라 전향적으로 법 조항에 맞는 개선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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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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