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한국닷컴 최용일 칼럼위원]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70여 일 남짓 남아 있으니 중반 내지는 종반으로 접어들었다고 생각되는데 빅3 진영은 아직도 시행착오 중인 것 같다. 각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박근혜 후보가 통합의 정치를, 문재인 후보가 사람 중심의 정치를,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변화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박 후보나 문 후보나 둘 다 대통합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프레임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대통합을 앞세워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아직도 친박 프레임과 친노 프레임에 갇혀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고, 변화와 개혁을 통해 기존 정당과 정치권의 구태를 일소하겠다며 차별화 전략을 쓰려던 안 후보 역시 ‘무결점 프레임’의 덫에 사로잡힌 느낌이다.

이렇게 빅3가 스스로의 프레임에 갇혀 버린 상태에서 방향을 알 수 없이 요동치는 민심과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적 상황이 대선가도를 끝 모를 카오스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 후보 중 누가 과연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옭죄는 부정적 프레임을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대선승리의 관건이 아닐까 생각된다.

첫 번째로 박 후보의 경우는 친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반전 카드가 없어 보인다. 초반 박 후보 스스로가 친박 이데올르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아버지 박정희’의 존명에 사로잡혀 ‘5.16혁명’ 논쟁과 그로부터 잉태된 유신독재와 인혁당 사건을 둘러싼 역사논쟁에서 감성적 접근으로 일관하다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 채 지지율만 떨어뜨린 것이 문제였다.

4.11 총선과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친이계를 비롯한 비박계와의 혈투에서 완승을 거둔 대가로 극대화된 당내 갈등은 이제 친박계 내부의 권력투쟁 조짐을 보이면서 남경필과 유승민 등의 전원물갈이론이 제기되었으며, 특별히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내 소요가 극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박 후보는 대통합의 기치 아래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을 영입하여 선대위원장이나 국민통합위원장 등의 중책을 맡기려 하자 한 전 고문을 과거 비리혐의로 구속한 경험이 있는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사퇴카드를 내밀며 반발하자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사퇴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최경환 사퇴카드로 당내 인적 쇄신 요구를 사실상 봉쇄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은 '김종인인지 이한구인지, 안대희인지 한광옥인지 선택하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쇄신을 요구했던 의원들은 최 실장 사퇴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박 후보의 상황인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종인, 안대희 등 위원장과 남경필, 유승민 등 선대위 부위원장의 사퇴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들 당내 반발세력이 설득되고 있으며, 정몽준 전 대표도 곧 선대위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박근혜 후보가 견고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출발했음에도 외연확대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반사이익을 취하고 있지만, 역시 친노 프레임에 갇혀 대통합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문 후보 역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지역경선 15연승이라는 ‘문재인 바람’을 일으키며 큰 약진을 보인 끝에 3강 안착에 성공했지만 박 후보나 안 후보의 딜레마로부터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점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대통합을 기치로 한 광폭행보를 하면서 한때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게 된 것에 고무된 박 후보가 당내의 비박계를 경원하고 아버지에 경사된 자신의 그릇된 역사관을 피력하면서 당 안팎에 다수의 적을 만들고 사면초가에 빠지면서 문 후보가 일대일 대결에서 박 후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안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박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리고 전체 지지율에서도 문 후보보다 안 후보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었지만 문 후보가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일단 우위를 보였다는 것은 굉장한 상징성을 갖게 된다.

비록 문 후보가 3자대결을 전제로 한 지지율에서는 빅3 중 3위에 머물렀음에도 최근 들어 박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우위를 보이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 후보 지지에서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나 4.11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자당 소속 후보들이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거꾸러진 아픔을 계속 보지 않아도 좋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안 후보의 경우는 무소속이라는 커다란 핸디캡 외에도 대선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채 선문답만 계속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반사이익 때문에 문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 간의 단일 후보 적합도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권자의 정치 불신에 편승하여 일약 유력한 대통령 후보군에 자리 잡게 된 안 후보가 박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면서 새누리당의 검증공세가 집중되는 역풍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검증과정에서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인생역정이 노출되었고 그간 스스로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심리를 자극해온 지나치게 관대하다 못해 미화되기까지 한 자기평가 덕분에 다른 두 후보 기준으로 보자면 별 게 아닌 흠집마저도 치명상이 되면서 ‘안철수의 참신성’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스스로 포장해놓았던 ‘착한 남자’ 컨셉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지율이 보합세에 빠져들었고, 바로 이러한 점이 세 번째로 살펴보아야 할 안 후보의 딜레마인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상대적인 지지율 둔화 내지는 하락세 속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박 후보나 안 후보나 이런 문 후보의 대세 상승국면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입장에서 보자면 대략 이와 같은 구도에 위기감을 느낀 박 후보가 당내 화합을 주선하고 동교동계로 구분되는 인사들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며 앞으로 선거전략(인사)은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한 때 40% 후반~50% 초반을 넘나들며 ‘대세론’이라는 말을 들었던 박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안철수 등 범야권 후보의 등장 이후 40% 초반대로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반드시 단일화를 할 게 분명한 두 야권 후보 어느 쪽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이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다.

박 후보 캠프의 가장 큰 고민은 정체된 채 도무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지도이며, 후보나 캠프가 이런 상황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마땅한 묘책이 없어 보인다. 진정한 쇄신과 혁신의 모습으로 중도·젊은층에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선거 전문가의 평에도 불구하고 대통합은 고사하고 내부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통합을 위해 영입한 인사가 내부분란의 씨가 되고 있는 등 갈 길이 멀게만 보인다.

다음으로 안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창도 방패도 없다는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안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치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실제로 추석 전 다운계약서나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질 당시 안 후보 캠프의 ‘방어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추석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이상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날카로운 공세를 직접 몸으로 받아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아직은 민주당이 우호적인 입장으로 살짝 방어해주는 듯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도 의문이다.

지난 6일 안 후보가 직접 출마의 변을 발표했고 상당히 충격적인 정치개혁 및 경제개혁 주장도 있었지만 이를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동안 메시지 하나만 던지고 국민의 반응을 보는 신비주의적 행보를 거듭하는 후보, 공약 하나도 없이 대선에 출마한 희대의 후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캠프 내에 크건 작건 선거를 직접 치르거나 관여했던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영입해보고는 있지만 그 때마다 안철수의 전문성이나 참신성에 누가 되는 일이 많다. 이러다가는 안 후보가 제기한 상당히 양질인 프레임들이 단일화도 되기 전에 민주당의 공약으로 포장만 갈아입을 전망이다. 불행히도 대선공약에는 디자인 특허 같은 게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문 후보에게 있어서 제왕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지금까지는 딱 들어 맞아가는 것 같다. 박근혜가 통합의 정치를, 그리고 안철수가 변화의 정치를, 그리고 문재인이 사람중심의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단순한 캐치프레이즈라는 관점에서 보면 변화와 통합의 주체는 사람이고, 변화의 정치든 통합의 정치든 그 근본은 결국 사람중심의 정치에 기조한다는 의미에서 문재인의 ‘사람중심의 정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더 돋보인다. 조직운영에 있어서 인사는 만사라는 것이 정론이다.

그러나 문 후보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면에서 박 후보와 비교되는 점이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친노 프레임을 어떻게 벗어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인간중심의 정치’라는 프레임을 선점했다는 지나친 자신감과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그리고 당연히 문 후보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이 가져올 수 있는 함정을 경계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친노 프레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 후보가 대통합을 연상케 하는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지만, 말이 용광로이지 연합군이다. 친박계가 똘똘 뭉쳐 배타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 박 후보 캠프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충성도만큼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는 친박계에 비하면 그저 오합지졸일 가능성이 크며, 그런 오합지졸들의 경우 친노계 독주에 대한 반발이 문제가 될 경우 언제 어디서든 돌발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게 단일화 경선일이나 대선일 직전이 된다면 치명적이다.

박 후보의 경우 당 내부의 친이계 등 비박계와의 소통도 못하면서 세대간, 지역간 대통합을 하겠다고 나선 탓에 대통합은 그만 두고 소통합이나 잘하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의 경우는 민주계와 호남지역만 잘 다독거려 내부소통만 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남지역과 민주계 다스리는 일도 그리 쉬워 보이지만도 않고 6.15 선언이니 10.4 선언이니 하는 주장에만 매진할 경우 종북논쟁에 휩싸이기 쉽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박 후보가 초반 강고한 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위기론에 빠진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그혜에게는 안 됐지만 문재인에게 대운이 깃들고 안철수에게는 다음의 운이 깃들어 있다는 심진송이라는 선거 관련 예언으로 유명한 무속인의 말이 허튼 소리가 되느냐 아니냐는 문재인 하기 나름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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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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