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대통합을 위해서는 내부 소통이 우선돼야…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카드를 꺼내들며 피아를 한껏 놀래 켰다. 지난 5일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공식 합류한 한 전 고문은 지난달 24일 과거사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가 밝힌 바 있는 국민대통합 위원장을 맡는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전 고문은 호남의 정신적 리더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DJ의 정치적 동지로 일컬어지는 동교동계 가신 그룹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절대 약점인 호남지역과 민주화 세력에 대한 교두보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한 전 고문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역과 계층간 갈등, 세대 간의 갈등 해소를 근간으로 대탕평책을 실현시켜 국민 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한 몸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는 입당의 변을 밝혔다. 그는 국민대통합은 시대정신이라며 지역ㆍ계층ㆍ세대간 갈등 해소를 이룬 뒤 이를 바탕으로 전향적인 남북통일을 이뤄나가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고문은 “박 후보가 2004년 동교동에 와서 선친 시대에 대해 어려운 사과를 했는데, 민주화세력 전체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력과 역사 속의 화해라든가 이런 것은 거의 다 이뤄졌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DJ 참모 출신인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 20여명이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전 고문과 김 최고위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박 후보 캠프 합류라는 초대형 사건을 두고 향후 대선에서 박 후보의 호남 및 야권지지층의 득표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가 박 후보 캠프를 뒤흔들었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개인 논평을 통해 “한 전 고문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위해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도 일부 충격과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 전 고문이 4·11 총선 이전 당을 떠난 당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며 개인적 결정으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고 선을 그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 전 의원 새누리당 입당이)추석 이후 상승하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분위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한 전 고문의 영입 이후 박 후보가 대통합의 장정을 언제 어떻게 나설지, 끝까지 갈 수는 있을 것인지 피아의 이목이 온통 집중되고 있지만, 한 전 고문의 영입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내분이 시작되었다. 한 전 고문 영입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미 지도부 총사퇴론에 휩싸여 있던 당내 파열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 후보는 한 전 고문이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이루기 위해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몇 명을 더 영입해서 함께 화합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의 즉각적인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안 위원장은 무분별한 비리 인사 영입이 쇄신 이미지를 깨뜨린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안 위원장은 2003년 ‘나라종금’ 의혹 당시 중수부장으로 한 전 고문을 구속기소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표만 의식한 비리인사의 무리한 영입이라는 면만 부각되어 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한 고문이 안 위원장과의 과거 악연에 대해 “그때 허위 증언을 했다고 한 것이 드러나서 재심 청구중에 있다”며 해명하는 바람에 최소한 둘 중 하나가 위원장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정치검찰과 비리정치인의 공조체제라는 비아냥을 벗어나기 힘든 구도가 연출될 조짐마저 엿 보인다.

이러한 두 위원장 간의 악연에 기초한 반목과 갈등은 지금 캠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갈등들과 맞물려 끝을 알 수 없는 카오스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 하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이며, 이들 간의 갈등은 또 하나의 갈등인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과 연결되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의원총회를 통해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 추진에 의지도, 관심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강하게 비판한 뒤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로는 경제 민주화 추진이 어렵다면서 지도부 사퇴론에 가세했다.

김 위원장이 가세한 지도부 사퇴론은 뿌리가 깊고 오래된 것으로 새누리당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총선 때 박 후보의 친정체제가 완성되면서부터 새누리당 내의 친박계 독주현상이 벌어지자 소외된 친이계의 비협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당권을 장악한 친박계 내에서는 친위그룹과 소외그룹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최근에 박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밀리는 위기가 도래하면서 남경필 유승민 등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정치 쇄신과 대선 공약을 맡고 있는 위원장들로부터 지도부 책임론과 지도부 총사퇴론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는 이미 선대위 소속 위원장들까지 현안을 놓고 당과 갈등을 빚고 있어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한 전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 영입 과정에서 안 위원장과 김 위원장까지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의 내홍이 깊어짐으로써, 박 후보의 대통합 목표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대권도전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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