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12월 19일 대선이 이제 80여일 밖에 안 남았고, 대선을 향한 마지막 분수령이라는 추석도 지났으니 경기로 치면 종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마지막 대권의 향방을 가를 최대의 변수는 무엇일까. 아직 야권 단일화의 변수가 남아있고, 그것이 대선의 승패를 가를 마지막 최대변수라는 것에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일부 야권의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의 열망과는 달리 지금으로서는 3파전 양상으로 굳어질 듯하다. 왜냐하면 장고 끝에 단기필마의 기세를 백만 대군의 위용으로 바꾸어낸 안철수 후보의 확고한 의지와 그 점 때문에 안 후보의 지지자가 되기로 한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계와 정당의 구태와 악습을 쾌도난마처럼 척결하여 사람, 컴퓨터에 이어 국가와 사회 시스템까지 치료해보겠다는 통섭적 의지가 아름답지 않은가? 사람도 치료해봤고 컴퓨터도 치료해봤으니 사람과 컴퓨터로 이뤄진 사회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치료해보겠노라고 외친다면 누가 그걸 마다할 것인가?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혹시 지더라도 5년 후를 넘어서는 자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면 여야 보수-진보 중 한 편을 드는 소인배적인 소결론을 내기 보다는 대망을 꿈꾸어 볼 만한데다가 지금의 3강 레이스에서도 안 후보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단일화에 대한 걸림돌이 될 것 같다. 나머지 양당 후보들의 전황은 가히 지지멸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명색이 집권당 후보라면서도 무소속 후보의 위세에 위축되다 못해 잔뜩 겁을 집어 먹은 채 라이벌 정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보다 더 공을 들여 십자포화를 연일 날리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꼴이 가관이다. 게다가 박 후보에게는 결정적이며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보수우파 진영이면서도 반박비박을 외치는 이른바 친이계를 위시한 적지 않은 이탈가능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집토끼인 줄 알고 산토끼 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집 나갈 틈만 보는 토끼였더란 말이다. 뒤늦게 이를 깨달아 집안 단속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라고 소통부재는 박 후보를 대선 막판까지 땅을 치게 만들 것이다.

안 후보의 기세에 잔뜩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그래도 정당이 없어 가지고는…’이라는 사족표구를 든 채 안 후보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역시 안 후보의 완주에는 청신호로 보인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후보와 캠프가, 그리고 그 지지자가 실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현재 안 후보의 경쟁력이 결코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따라서 지금, 그리고 안 후보가 아니면 당 같지도 않은 여당과 야당이 선거 때만 되면 ‘못 살겠다. 바꿔 보자’는 상습적인 구호를 외쳐대는 구태와 악습의 고리를 누가 언제 끊겠는가?

물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도 지금 비슷한 형국이 있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 가고 그 뒤를 두 명의 야당 후보인 정몽준과 노무현이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역시 무소속인 정 후보가 제1야당 후보에 앞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때 무소속 정 후보는 말이 무소속이지 무소속이 아닌 수구꼴통에 가까운 여권 무소속 후보였고, 단일화 절차조차 이해 못해 앞선 지지율만 믿다가 후보 자리를 빼앗긴 뒤 안 해도 될 무효선언까지 해서 그나마 배당됐을 지도 모르는 전리품마저 날려버렸으니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만에 하나 단일화를 통해 안 후보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수순으로 끝난다면 야권을 지지하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 앞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 30%에 가깝게 불어나버린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그리고 비록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전진에 그나마 박수를 보내는 대다수 국민들과 역사 앞에 설 입장이 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나마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통해 문재인 후보의 사퇴를 이끌어내 야권, 더 나아가 국민추대 단일후보가 되고 민주당이 앞장서 지지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설명이 좀 쉬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민주당은 역시 불임정당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힘들 것이고, 그 점을 내세워 기득권을 지키려는 민주당내 수구세력을 어떻게 다잡을 것인가는 안 후보의 짐이 될 것이다. 그러니 단일화는 어려워 보이지만, 단일화가 안 되고 3강 대결로 간다면 지금의 판세가 어떻든 간에 새누리당 박 후보의 승리는 기정사실일 것이며 그 책임을 문-안 두 후보가 져야겠지만 더 큰 책임추궁은 안 후보에게 쏠릴 것 또한 자명하다.

친이계 일부가 이탈하기는 하겠지만 집권여당 프리미엄까지 최대한 끌어모을 것이 확실시되는 박 후보가 35% 내외의 득표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면 나머지 65% 내외의 표를 민주당 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가 다 먹는다고 쳐도 그것을 반으로 나누어보면 이미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두 후보 간에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가 나타난다면 모르겠지만 개혁의 기치를 내건 안 후보의 장점과 조직 및 호남의 강세를 등에 엎은 민주당 문 후보의 장점 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까? 게다가 비록 2파전 때는 그다지 변수 같지도 않았을 법한 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득표만큼 문-안 후보의 파이는 적어질 소지가 커진다.

그렇게 분석해본다면 안 후보에게는 양당의 구태와 악습을 절연해달라는 주문 말고 또 하나의 주문이 뒤따른다는 얘긴데, 정권교체의 열망이다. 새누리당이라는 보수 세력에 대한 진보진영으로부터의 반발이든 독재자의 딸 박근혜의 2대 집권에 대한 정서적 반발이든 그 또한 안 후보로서는 무시 못 할 주문일 것이다.

특히 양당정치의 구태와 악습 절연과 정권교체의 열망을 상대 평가함에 있어서 정권교체의 열망을 전자의 보수진영의 집권연장을 막아달라는 진보진영의 주문으로 해석한다면 답은 비교적 쉬울 수 있다. 그거야 지금 아닌 다음 선거에서 해도 되고, 지금은 양당의 구태와 악연을 절연시키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밀고 가면 될 것이기 때문에 완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권교체 열망이 후자의 경우라면 양당정치의 구태와 악습을 전연하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주문이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제 아무리 안철수가 교수 출신이어서 상대평가에 낯이 익다고는 해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세 명 모두가 완주할 것 같은, 그리고 한국정치사의 생로운 이정표가 될 것 같은 2012 대선이 벌써 수차례 반복돼온 집권을 위한 짝짓기 게임의 또 다른 유형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정치라는 게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했으니 하루 전에라도 단일화는 가능한 것이고 보면 한표 행사의 힘밖에는 없는 우리네야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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