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솔나무) 배여/ 잘 잘 가는 건 잡남의(잣나무) 배여/ 어서가자 어서 어서...”
이어도 타령의 일부다. 제주도민에게 이어도는 피안의 섬이다. 바다에 나간 아버지, 남편, 아들이 심한 풍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가는 곳이 그 곳이다. 차마 죽었다고 믿고 싶지 않은 가족들의 위로의 섬, 환상의 섬! 수심이 낮은 곳은 4.6m라서 춘, 추분 때를 제외하곤 파도가 칠 때만 보인다고 하여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불린다.

국제간에 불리는 이름이 많으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1900 년에 일본을 거쳐 상하이로 가던 영국 상선이 이어도 암초에 걸려서 이듬 해 얻은 이름이 ‘소코트라 암초’이다. 일본은 이 소식을 접하고 잽싸게 학술조사를 실시하여 ‘하로우수’(波浪일으키는 곳)라고 자국의 수로표지에 표기했다. 중국은 쑤옌자오(蘇岩礁)로 부르고 있으나 언제부터 인지는 모른다. 일본은 1938 년 등대와 해저전선 중계시설을 설치하려다가 태평양전쟁 발발로 계획이 취소되었다. 하마터면 일본에게 뺏길 뻔했다.

전쟁 중임에도 1951 년에 ‘이어도’ 라는 수중 표지판을 달았다. 태풍의 길목에서 한반도보다 10 시간 전에 통과하는 이 섬에 2003 년 한국 해양기지를 준공할 때도 중국은 반발하였고 이후 14 차례 회담을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오위다오(센카쿠) 분쟁이 가열됨과 동시에 이어도를 무인항공기 감시대상에 포함, 2015 년까지 원격 감시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오위다오의 경험에서 생떼가 통하자 이에 재미를 붙인 중국이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다.

첫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호’가 9월 25일 실전 배치되면서 중국의 해양 패권 다툼은 이미 시작되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중고를 사와 14 년 개조한 것인데 아직 전투기 조종사 훈련이 안되어 당분간은 전투기 탑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조 능력을 갖추고 유지관리 능력도 된다. 가까운 시일에 2대 정도 보유할 계획도 있다.

중국은 우리의 추석인 9월 30일, ‘중추절’인 명절 임에도 불구하고 동해함대 소속전투기 폭격기, 구축함, 유도탄정이 참여한 대규모 합동훈련을 벌였다. 가상목표인 무인도에 정밀타격을 실시하였고 특히 스텔스 유도탄정이 참가하여 훈련의 규모와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항모의 이름도 ‘랴오닝’이라고 한 것은 청일 전쟁의 패배를 잊지 않기 위한 미군의 ‘진주만의 기억’과 같다 하겠다. 훈련 목표 역시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나 이어도를 향한 그들의 야욕이 순순히 물러설 기미는 없다.

잠시, 대일본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지만 국익 앞에 모든 우호관계는 순간적이다. 3국 간 영토분쟁은 한 치 양보도 없고 상대에 대한 전략은 반면교사가 되어 서로 물고 물리는 상태이다. 국익은 결국 ‘힘의 논리’인 칼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고르디우스 매듭(Gordian knot)’이 다.

중국의 야욕은 일본에 못지않다. 붉은 중국 이후 마오쩌둥은 중국 영토의 30 %를 확장하여 250 년 전, 중국의 최고 전성기며 최대 영토를 점령한 청의 '건륭제' 때와 같은 고토를 회복하였고 뒤를 이은 등샤오핑은 해양 영토를 무조건 복속시켰다. 중국의 국가(國歌)인 ‘의용진행곡(義勇進行曲)’의 가사에서 “우리의 새로운 만리장성을 세우자(築城我們新的長成)”를 보듯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선점하고 성을 쌓는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기 것은 담을 쌓고 지킨다. 중국인의 확보정신이다.

이어도의 경제적 가치를 석유 매장량 1,000 억 배럴, 천연가스 90억 배럴이라고 하지만 해양 영토가 프랑스 크기만 하다고 하니 그 어떤 논거로도 포기할 명분이 없다. 난처한 점은 독도와 달리 수중 암초이므로 한국의 해양기지 선점효과가 국제법상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에겐 불리한 점이라 본다. '근거리 원칙'에 의하면 일본 276km, 중국 245km이지만 마라도에서는 149km이므로 안심할 만하다.

육지 영토의 연장인 대륙단 외연(大陸端 外延)을 보더라도 국제법상 우리의 대륙붕 외측 한계 내에 있다. 해안선에서 200 해리 내에 위치하며 4 광구를 포함한다. 이외의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국 역시 ‘대륙해안선’, ‘형평의 원칙’ 등을 내세우고 계속 반박거리를 만들다가 여차하면 희토류 등의 경제적 보복을 일차적으로 시행할 것이고 어렵지 않게 무력을 행사할 만반의 준비도 갖추었다.

무엇보다 다급한 것은 적시 해군력 발휘다. 힘의 균형을 유지함에 있어서 미국의 군사력을 빌릴 수도 없다. 우리의 전력은 현재 절대적 약세다. 경고 정도의 수준을 갖추기에도 벅차다. 부산에서 출동하는데 14 시간이다. 목포는 해안선이 복잡하여 1000 톤 이내의 함정 정도 밖에 안 된다. 제주에서 출발 한다면 그 시간은 반으로 줄어 7 시간이면 이어도에 도착할 수 있다. 최소한의 전력을 출동시키는 수준이다. 중국의 해양 군사력 증강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및 군비증강의 에스컬레이트로 불 보듯 뻔하다. 한국만 지체된다면 이어도는 물론 독도까지 위협받을 처지다.

‘이어도 사나, 구럼비 바위, 붉은발 말똥게, 연산호 ,맹꽁이 타령’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핵과는 상관없음에도 영국의 핵 반대 단체마저 끌어들이고, 반대의 명분에는 항상 ‘반미(反美)’ 접두사를 쓴다. 불순한 의도임을 곧 알아챌 수 있는 닭 벼슬과 같은 표지판이다. 한미FTA, 촛불시위가 그것이다. 천성산 도롱뇽은 터널공사이후에도 건재하다. 위협적인 요소는 다름아닌 산행에 나선 행락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을 뿐이다.

지자체의 무능한 사업으로 예산과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숱한 사례를 보았다. 적어도 국가사업을 그렇게 졸속으로 하지는 않는다. 전국의 전문 감시자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이없게도 국가의 백년대계가 시민단체의 저지로 방해 받는다면 후손들에게 면목이 없다. 나아가 중국과 일본을 이롭게 하고 북한을 도와주는 이적행위를 범하고 있으니 이 죄를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제주 공항에서 20 여 분을 차로 달리면 대몽항쟁 유적지인 '항파두리 토성'에 닿는다. 고려가 원나라와 29 년간의 전쟁을 치른 후 강화도에서 개성으로 천도하여 굴욕적인 100 년 간의 원의 지배를 받는 동안 조공으로 인한 피해와 내정간섭은 극에 달하였다. 이때, 개성천도를 반대하고 김통정은 여몽연합군을 맞아 항파두리에 6 km의 외성과 800m의 내성을 쌓고 결사항전을 하고 순의(殉義)한 유적지로서 제주는 그 이후 원나라의 직접적인 통제를 당하며 일본 원정을 위한 준비 거점으로 외세에 의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 탐라인으로서의 항쟁 정신과 제주 특별자치도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제주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일제와 6.25를 거치면서 도처에 군사시설이 즐비한 것은 그만큼 제주도가 천혜의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장점을 갖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노무현 정부 훨씬 이전부터 이에 대한 대비가 있었어야 함에도 늦은 감이 있다.

국가적 대역사(大役事)를 위하여 지금 해야 할 일은 계획대로 설계대로 국민들에게 이롭게 진행되는가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민군 복합 항'이 세계적 미항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하와이 진주만, 호주 시드니 항, 이탈리아 나폴리 항 등을 참조한 이번 사업이 차질 없도록 성원을 보내고 최소한의 환경파괴와 복구로 최고의 걸작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만주지역의 ‘동북공정’을 통하여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바꾸고 만리장성을 연장하여 한국 역사를 봉쇄해 버린 다음, 조선인의 정신적 흔적마저 없애려고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 문화재로 등재하려다가 들통이 났다. 삼천리 방방곡곡이 아리랑 고개요 길쌈질, 방아질, 빨래 방망이질, 밭일, 논일, 슬플 때, 기쁠 때, 심심할 때, 괴로울 때를 막론하고 입만 열면 나오는 게 아리랑 곡조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곡으로 뽑힌 한국 민요이거늘 중국의 무례한 일방통행에 입이 닫히질 않는다. 넘볼 걸 넘봐야지, 어이없어서, 참.

분명히 저들은 야심찬 ‘해양공정’을 은밀히 궁리하고 있다. 이번엔 좀 더 세심하게 계획해서 다오위다오, 이어도를 말로, 안되면 힘으로 복속시킨 후 이어도에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혼령들의 흔적마저 없애기 위하여 ‘이어도 타령’을 중국 무형 문화재로 등재시켜 해양 공정의 대미를 장식하려고 덤벼들 것이다.

분명히 중국인 저들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이어도를 보고나면 돌아갈 수 없다는 전설이 있음을! 저들이 땡깡 피우면 우리도 좋은 마음으로 대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해군기지 없으면 하릴없이 전설타령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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