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가 제출한 ‘내곡동 사저 매입 특검법 안’을 전격 수용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가 현직 대통령 직계가족과 청와대를 수사한다. 추천권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MB는 임시국무회의에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가히 기습적이다. “아, 아니 되오!” 말려도 소용없다. ‘악법도 법’이라서 그럽니까?

위헌적 요소가 있었음에도 시기적 중요성과 가족관련 사안이므로 대통령 자신이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는 어떠한 대안도 변명이요 핑계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은 어려운 결정, 당연한 결정이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도 모두 ‘통 큰 결정’이라고 좋아 난리다. 정치적 부담을 벗고 싶은 쪽이나 정치적 노림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쪽이나 정치적 속셈은 표의 향방에 달려 있다.

특검 후보는 10월 4일까지 대통령이 임명하여 한 달에서 길게는 45일 까지 수사하니 11월 말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선거 보름 전, 이 얼마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아찔한 일정인가? 국민의 의혹 해소가 자칫 교활한 농간에 이용당할 수 있지 않나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인데...

‘악법도 법(Dura lex, sed lex)’ 이라구요? 대화와 토론으로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우던 선각자인 ‘소크라테스’ 선생의 특허는 ‘산파술’이다. 주민과 청년들을 깨우치는 과정에 신을 모독했다는 오해로 감옥에 갇혀 사약을 받아야 하는 그는 처음에는 극구 변명도 했다. 철학을 포기하면 석방시켜 준다는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자신이 철학하는 이유가 ‘신의 명령’으로 하는 것인데 이를 거역하라면 받아 드릴 수 없었다.
‘악법도 법’이라고? 오해다. 그런 말은 입에 꺼내지도 않았다. 단지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그게 법이다.”라는 철학적 원칙과 신념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소 선생’은 사형을 언도 받기까지 모든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공정한 판결이라고 믿었다. 과중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외 추방 등 피할 수 있는 조건도 제시할 수 있는 재판이다. 그로서는 존경받는 철학자로서 ‘질서유지와 법적 결정’ 역시 존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법적 안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들의 탈출 제안을 거부 한 것도 같은 이치다. 준수할 가치가 없는 법을 마지못해 지켰던 입장이 아니었다.

‘소 선생’의 악법이라는 개념은 '이익에 따라 만들어 지는 법'이다. ‘악법은 법이 아니므로 반드시 고쳐야한다’고 주장했다. 배심원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은 법이 아닌 자신의 죄라고 여겼다. 만약 악법이라면 죽기 살기로 달아났을 것이 당연하다. 지키지 말아야 할 법이니까.

2004년 11월 7일 헌법재판소는 초, 중, 고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독재 세력이 법 적용을 악용할 때 쓰는 사례라고 정의 내렸다. 사실, 이 말의 기원은 일본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라는 일본강점기 경성제대 교수가 내린 정의로서 실증법적 가치를 주장한 것이고 당시로서는 ‘번역의 빈곤이 낳은 헤프닝’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악법은 개정의 대상이지 준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헌재의 해석이다.

MB의 특검법 수용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낳고 말았다.
표에 목이 매인 정치인 빼고 모두 반대했다. 과연, MB는 누구나처럼 ‘악법도 법’이라는 ‘소 선생’에게 속은 것인가? 그를 오해하고 있는가?
예기치 않은 수용 결단으로 기선을 제압하려고? 피할 수 없으니까 즐기려고 강공으로 전환?

‘소 선생’에게 속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를 꿰뚫고 있었다.
‘소 선생’이 주장한 ‘법적 안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따르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는 것!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사적문제로 법질서가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결정적 하자 있는 요구이지만 여, 야가 합의한 사항이므로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것은 ‘소 선생’의 원칙과 신념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지킨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MB의 자기 헌신적 결정에 발맞추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중립적이며 도덕적 인물이 임명될 수 있도록 추천에 사심이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문재인 후보는 ‘사람다운 사람’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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