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박근혜 대선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이 지난 24일 이었다. 그는 여기서 아버지의 過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인혁당 사건의 유족들에게도 사과의 말과 함께 심심한 사의를 표명했다.

문제가 된 건 시점이었다. 필자 생각으로도 그동안 박 후보가 머뭇 머뭇 거린 흔적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결국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박 후보가 스스로 자초한 위기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인데 말이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자들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진정성을 계속 이어가면 될 것이고, 어쨌던 중요한 타이밍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동양 사상의 으뜸書인 논어에 '직궁증부(直躬證父)'란 문답이 있다. 이는 자로가, 직궁이라는 자가 자신의 아비가 남의 집 양을 훔치자 관청에 가서 고발한 사례를 통해 공자에게 진정한 효에 대해 물은 것인데, 공자는 여기서 사회적인 법과 개인적인 효 중에서 기꺼이 개인 윤리를 택하라고 훈시하면서 직궁의 행태는 불효로 규정했다.

박근혜 후보도 24일 "국민이 진정 원하는게 아버지에게 침을 뱉는 것은 아닐거"라고 말했듯이, 동양적 정서를 무시하기 힘든 개인적 고뇌가 분명 있었음을 내비쳤다. 아버지의 과를 인정할 경우 그동안 아버지가 이룩해 놓은 많은 업적들이 동반파괴를 겪지 않을까도 노심초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사실 그건 국민들의 현명함을 볼때 분명 기우라 할 것이다.

그 사과 발표가 있었던 그날 저녁 KBS 제1라디오 열린토론 프로그램에서 고정패널로 나오는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 존중이라는 화두를 무기로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의 유족들의 마지막 용서를 받을때까지 끝까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맞다. 그 당한 가족들 심정을 보통 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단편적 옳은 말을 과연 수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후보를 직공하던 그 패널을 포함한 그 부류의 자들이 과연 어떤 가치관의 기반 위에서 그 발언을 쏟아내는 것인가를 따질 수 있으니 말이다. 왜 그럴까!

김 교수 부류는 바로 김대중 정권 이후 한번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무늬 뿐인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자들이다. 아이들과 남편 앞에서 어머니와 아내를 겁탈하고 가정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자들에게 인권을 논하는 그들이기도 하다. 그 영향은 초등 2년 학생을 태풍이 몰아치는 형국에서 보쌈해 겁탈한 자에게도 계속 이어질 기미다.

사형보다 종신형이 가해자에게 더 냉혹한 엄벌이라는게 그들의 이상한 논리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에게 사형 집행을 염원하는 자들은 누구보다 그 피해 유족들이란 점이다. 인혁당 피해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리라는 김 교수는 가정파괴범 연쇄살인범들에 당한 유족들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 교수 부류는 박정희의 유신에는 개거품을 물면서 독재정권이라 외치지만, 정작 독재의 기본에 충실한 김일성 김정일의 강압통치 더구나 3대세습을 자행하는 정권엔 철저히 눈감고 있는 자들이라는 점이다. 북한 인민과 통일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어불성설의 개념도 서슴치 않고 있는 그들이다.

한마디로 김 교수의 그 발언은 인간의 참 정신을 왜곡하며 정치적 색채에 기인한 구시대적 사고일 뿐이다. 넓은 보편적 시각으로 오인케하는 저의를 스스로 설명해야 마땅하다.

패널 중 박상병 정치평론가의 역사관은 더 가관이다. 그는 5.16 당시의 상황을 현재의 잣대로 평가하고자 하고 있다. 필자가 어릴때 기계식 전화기가 동네에 몇 집 있었다. 손가락을 번호 앞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고 전화번호 숫자대로 돌리면 전화가 걸리는 기기였다.

40대인 필자보다 많이 젊은 이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현재 그 전화기를 사용한다면(사용할 수도 없지만) 아마 구석기 시대 원시인으로 여길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전화기는 그 당시엔 첨단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그 전화기를 오늘날의 통신환경(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평가 이해도 그런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사기'를 지은 사마천의 역사 혜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9위의 생활 수준과 국민 정치 수준이 월등히 높아져 있는 지금의 상황에,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생활수준에서 발생했던 5.16을 대입하겠다는 박 평론가의 능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쿠테타는 역사의 비극일 수 있지만, 혼란스런 후진적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역사의 과정일 수도 있다. 국민의 정치수준이 아직 열악함을 말해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예로 조선의 이성계의 왕조 개창도 따지고 보면 쿠테타가 그 발단이 되었다.

신하가 임금을 내친 사건이기에 그렇다. 역사는 순환성을 가지고 있다. 1392년 이성계 이후 569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에 쿠테타가 다시 반복된 셈이다. 다만 그 쿠테타 이후 善 operation여부가 문제일 것이다. 조선은 500년의 꽃을 피웠고, 대한민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초를 다졌다는 건 긍정적 평가 요소로서 적절하다.

박 후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을 역사적 정치평가에 올려놓을때, 조선시대의 그 누구와 궤적을 같이할까를 한번 생각해 본다. 필자가 생각컨대, 단연코 조선 3대 왕이자 세종의 아비인 태종 이방원이 아닐까 싶다. 태종도 그 공과에서 극명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선왕조 개창의 실질적 주동인물이자 조선의 기틀을 다진 태종은 문물 제도를 정비하고 왕권 강화를 통해 중앙집권을 이룩하여 세종 성세의 토대를 이룬 위대한 업적을 이룬 반면, 그 과정에서 정적이었던 정몽주 등을 제거하고 이복 동생과 처남들을 주살하는 등 왕권강화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도 보였던 권력자였다.

역사적으로 볼때, 태종의 그러한 냉혹함이 조선 500백년의 기틀을 다진 셈이 되었다. 태종이나 박정희나 스스로 역사의 주도형이자 거름이 되고자 한 점은 주요한 평가의 근간이다.

박정희 시대 공과인 5.16과 유신 그리고 국가 근대화는 쉽게 분리되어 생각하기 어렵다. 소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장면 정부가 이미 수립해 놓았다는 건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장면 정부에겐 그것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동력과 의지가 미약했다. 그 당시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추진력에 국민들 대다수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소수의 아픔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며 아버지 시대의 결함을 지적한 것은, 이제는 그러한 시대는 지났다는 선언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농촌엔 새마을 운동, 도시엔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의 초석을 다졌던 그 시대에 누구나 했을 일이라고 폄하하는 자들도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김대중 김영삼 등 야당인사들은 도로에 드러누워 극렬 반대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정치인이라면 여기에서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박정희만 할 수 있는 일이었던게 분명하다. 그러한 토양을 그 시대는 제공하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혼재되어 있는게 역사 과정이다. 부정과 부패 독재와 불의도 있었겠지만, 끝없는 도전과 희생 그리고 위대한 성취도 함께 축적되어 있는게 우리의 역사라는 말이다.

젊은이들은 역사의 미래이지만 그 이전에 균형잡힌 역사적 감각을 갖추어야 할 책무가 있다. 우편향 교육에 반발해 좌편향 교육의 성과를 과신하는 당파들은 '체험하지 못한 역사적 진실에 인간들은 쉽게 나약해 진다'는 명제를 착실해 실천해 왔던게 지금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균형적 역사인식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햇불이라는 인식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다.

예로, 경제분야의 인식 전환은 이미 불거지고 있다. 현재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씨와 안철수씨의 입에선 이미 성장이란 단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성장없는 분배는 존재가치가 상실될 수 밖에 없음을 체험한 결과이다. 민주화를 들먹이며 산업화를 폄하하던 자들이 설 땅은 이제 점점 좁아질 것이다. 북유럽의 성장속의 복지가 무엇을 말해주는지 잘 알 것이다. 모든 분야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솔직히 최고의 정치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었던 김대중 노무현의 좌파 정권의 그 실망스런 과거 역사는, 과연 누가 누구에게 침을 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박근혜 후보의 24일 기자회견에 대해 자신들의 승리인양 개거품을 무는 자들은, 그야말로 역사를 투쟁과 정쟁의 대상으로 보는 추악함을 가진 자들이다.

이제 그들이야말로 그들 반대편에 침을 뱉는 대신, 그들 자신의 자화상에 대한 평가서를 내놓을 시점에 몰려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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