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는 “왔노라 , 보았노라 , 이겼노라!”를 외치며 승리에 도취했다. 허나 내전으로 인한 많은 희생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유피테른’ 신전이 있는 ‘카피톨리노 언덕’을 무릎으로 기어서 올라갔다.
“신이시여, 저의 오만과 불손을 용서하소서!” 라고 빌었건만, 6 개월 후 양자 브루투스에게 칼을 맞고 죽는다.
아! 대한민국, 날은 저물고 아직 갈 길이 멀다(日暮途遠). 그렇다고 해서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해야 할 정도로 천박한가?
박근혜는 아버지를 결국 죽이고 말았다. 무덤에 침을 뱉는 것도 모자라 누군가 억지로 쥐어준 칼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쓰러뜨렸다. 자신이 택한 결과에 대하여 며칠 지나봐야 알겠지만 문중으로부터 파문(破門) 아니면 ‘명예살인’을 당하는 건 아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세상 어디를 봐도, 소설, 영화, 아니면 존속 살인이 밥 먹듯 일어난 그리스 신화 속에서조차 딸이 아버지를 죽인 일은 없다.
신의 세계는 경쟁자 또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야만성, 폭력성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또 합리화 된다.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 따윈 애초에 없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피할 수도 없다. 그러나 딱 한번 이 운명의 수레바퀴도 피해간 적이 있다.
제우스는 신탁에 의하여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낳은 아들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인 것을 알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단념한 후 인간과 결혼시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태어난 자가 아킬레스다. 그는 강하지만 치명적 약점과 함께 인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로써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운명은 인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전자(Electron)공학을 공부한 박근혜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 부모 잃은 그녀에게 아무리 도덕 불감증 세태라 하지만 딸로서 아버지에게 다시 반인륜적 패륜을 부추기다니 정말 인간이 아니다.
존속범행인 경우 형법상 감면되고 가중되는 이유가 있다. 범인 은닉죄, 증거 인멸죄, 횡령배임죄, 권리행사 방해죄 등등 일반 범죄에서 죄가 감면 된다함은 가족이므로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탈 수 밖에 없다는 것. 증언을 거부할 수도 있다. 눈물도 없는 법이 인정한 것은 바로 ‘가족애’다. 이에 비해 반인륜적 범죄, 즉 존속살해나 존속상해죄는 가중 처벌된다. 과거 역사 속에는 산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범죄가 아니고, 역사가 시대정신을 잘 못 만나 화를 당한 사례 중 연산군 때의 일이다.
연산군 4년, 사관(史官) 김일손이 스승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인용하여 <성종실록>에서 세조를 비방한 사실이 훈구파에게는 반대파인 사림파를 제거하기위한 좋은 구실이 되었다. 이 일로 김종직이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하였다. 연산군 10년에는 그의 생모 윤씨의 폐위 문제로 ‘갑자사화’를 만나 풍운아 한명회가 부관참시 당한다. 두 딸이 예, 성종 두 임금의 비(妃)인 왕의 장인이었음에도. 최근 민혁당 사건에서도 판결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피해 가족들 입장에서는 다시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한 거라고 억울해 한다.
이런 패륜적 소행은 중국 춘추 전국시대에 오자서(伍子胥)가 처음 행하였다. 초나라의 맹장인 그가 측근의 시기(猜忌)로 ‘평왕(平王)’에게 아버지와 형이 죽음을 당하자 적국인 오(吳)나라로 피신한 후, 대군을 이끌고 초를 점령하였으나 복수의 대상인 폭군 ‘평왕’은 이미 죽었다. 깊은 연못 속에 무덤을 만들고 일꾼 500 명을 죽여 버린 그를 끝내 찾아내어 시신에 쇠채찍(鐵杖)으로 300 대 매질을 하였다(剖棺鞭屍).
동양의 장례(葬禮)문화는 매장(埋葬)문화라서 그런지 라이벌을 매장시키는 데 뛰어나다. 유교사상과 도덕정치에서 상대에게 ‘본 떼’를 보여주는 길은 역시 명예를 더럽히는 일로 무엇보다 무덤을 파헤치는 짓, 파묘(破墓)도 서슴지 않았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에 대한 복수로 당시 100 년 전의 파묘 자리인 지금의 동구릉에 모셨다. 물이 새어 못 쓰는 자리에 버린 셈이다. 왕실은 물론,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 김부식을 비판한 신채호 선생도 파묘 당했다. 이완용은 물론이다.
그러나 , 역사는 돌고 돈다.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서 ‘비림비공(批林批孔)’의 칼날에 공자의 사당이 파괴당하더니 지금 공자는 중국만의 아닌 세계인의 스승이다. 모택동은 중국의 국부에서 독재자로, 다시 등소평에 의해 ‘공7과3(功7過3)’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천안문에 자리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선 그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있다. 10 년 문혁에 2 천만 명이 처형되었다. 살생부의 생(生)자 빼고 전부를 죽인 것이다.
“역사란 소문으로 증류된 명주(銘酒)와 같다”는 ‘칼라일’의 말에 동의한다. 따라서 역사에 맡기더라도 왜곡과 독단을 피하려면 최소 100년 정도는 숙성되어야 객관성을 띠게 되지 않을까? 노무현 3년 탈상을 마친 날 “이젠 그를 뛰어 넘어야 한다.” 라고 말한 문재인 후보, 표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이 고르고 골라 ‘사병 묘역’에 참배를 했다.
이에 비해 안철수는 두루 참배했다. 정치경력이 미천하니 원한도 없다.
왜 정치인들은 중대사를 결정할 때 묘지를 찾을까?
정성을 다해 삼오제, 49제, 3년 탈상까지 마쳤다. 그러고도 모자라 원령의 한을 풀어 천도하게 씻김굿으로 극락왕생을 빌어준다. 해마다 진혼곡을 울려 잘 쉬시라고 한다.
그런데 일만 생기면 여기 찾아와 호들갑을 떠니 혼령들이 쉴 수가 없다.
‘몸을 굽혀 출사표를 던지니 뜻을 이루게 해 줍사’ 하고 비는 까닭은 ‘죽은 공명(孔明)이 산 중달(仲達)을 쫒아 달라’ 는 거 아니겠소?
박후보는 2007년 11월 장준하 선생 미망인을 찾았다. “과거는 과거, 다시 우는 사람이 없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는 부드러운(?) 경고를 받았다. 덤으로 ‘돌베개’를 선물로 얻었다.
미망인의 목사 아들은 “아버지는 역사의 제물이다. 아버지를 죽인 것은 시대정신(Zeitgeist)이다. 예수를 누가 죽였는가?” 직접적 문책보다는 ‘시대의 아픔’으로 되묻고 있다.
비린내 나는 정치판은 누가 지키고 있나? 정치살인 유형별로 보자.
1. 정치인P형. 날마다,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다. ‘정치’ 사건 현장을 지나다가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다. 범인을 지목하라는 검사의 말에 범인도 모르면서 이웃에 사는 돈 많고, 명문대 다니는 자식이 있고, 좋은 차를 굴리는 왠지 기분 나쁜 “그”를 지목한다. 사형! 다음은 누구?
2. 정치인 T형. 저기는 내 조상이 묻힌 곳이다. 재개발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그곳은 내가 파묻은 토막시체의 가방이 묻혀 있다. 끝까지 재개발을 막으려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어야 한다.
4. 정치인, 선수 (관객인 ‘나’) 모두 '정치살인' 관련자다.
대선 후보들 간의 국민 대타협이 제시되었다. 보기 좋은 장면이다. 그러나 , 그 타협은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참여와 공명이 없다. 늘 그랬으니까. 국민들은 노태우와 김영삼, 김종필의 1차 대통합을 보았다. 그리고 김대중, 김종필의 2차 대통합도 보았다. 김대중 노무현의 3차 통합도 보았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소통합도 보았다. 당내에서도 유신과 민주가 합쳤다. 민주와 종북도 합쳤다.
그러나 알맹이는 저들이 먹고 껍데기만 남았다. 정치인들은 통합했어도 국민은 갈가리 찢겼다. 한풀이가 한 바퀴 돌고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자기들 잇속을 위하여 다시 파묘하고는 분탕질이다. 거래 끝난 계약을 파기하고 용서한 일도 재판을 걸게 한다. 검사, 변호사들이, CEO 들이, 의.약사들이, 환경전문가들이 국민을 우롱하며 정치판에 끼어든다. 국민은 정치피로감에 시달릴 대로 시달렸다. 착한 이웃이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만델라 27년’의 남아공을 보라. 진실과 화해위원회! 우리의 위원회 같은 캐내고 죽이기 위함이 아닌 용서하기 위한 캐냄으로 관용과 화해의 대협약을 이루어냈다. 흑백과 다양한 종족간의 갈등(Apartheid)을 풀고, 단일 민족도 못 이룬 그 ‘지배와 노예’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 전제조건은 진실을 사고 사면을 해줌으로써 화해를 이끌었다. 용서는 하되 진실을 잊지 않음으로서 역사는 앞을 향해 달릴 수 있다.
화해와 용서가 종교적 화두일 뿐만 아니다. 정치적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우린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도리에 없는 짓을 해선 안 된다.
“철학은 아버지 살해의 역사다.” 즉 현재를 비판하며 나아가는 것이 철학이라는 의미다.
철학만이 아니다. 죽일 것은 죽여야 산다. 생명의 이치다.
임제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殺佛殺祖殺父殺母)”고 했지 않은가? 부처나 스승을 넘어선 깨달음을 얻으려면 흉내로는 안 된다. 살인의 고통과도 같은 인내와 성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깨달음 앞에 부모도 죽여야 한다니 보살이 무섭다.
박근혜의 존속살인은 산자를 살리는 깨달음의 정치로 승화되었다. 정치는 앞으로 나아 가야한다. 죽은 자를 살리는 정치가 아니라 산자를 살리는 정치, 불쌍한 사람이 울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한다. 망자(亡者)의 그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린 갈 길이 멀다.
현장의 소리를 듣기위하여 전통시장을, 중소기업을, 쪽방촌을 누빈다. 다시 민원정치를 시작하려는가?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악수 정치판을 벌이는가? 이제 구걸정치는 멈춰라.
백령도는 언제 가려는가? 강정마을은? 독도는? 에너지정책은? 교육정책은? 육아정책?노인대책? 성범죄 대안은? 연금대책은? 중소기업은? 대중국,대러시아,대일,대미 외교정책은?.......
나폴레옹에게 패한 독일의 패배의식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독일 국민에 고함’이라는 명강연을 한 철학자 ‘피히테’는 독일인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였다.
“어제를 무위도식하고, 오늘도 여전히 결실 없이, 내일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쉬크한 정치를 하라. 무덤에서 과감히 나와라. 과거의 빚은 화장시키고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는 파기하라.
아직도 망자(亡者)의 한을 벗어나지 못한 지도자들이라면 대선에서 사퇴하라.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서디’가 한국정치의 진혼곡을 대신할 것이다.
“내가 한 사람을 죽였어요. 마마, 당신을 울게 하고 싶진 않은데
내가 내일 이 시각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꿋꿋이 살아가세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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