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북한의 최고위층 탈북자로 ‘황장엽’ 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다. ‘김일성대학’ 총장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체계화하였고 당 중앙위원, 당 비서,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의장만도 11 년이나 역임하였던 그가 2010 년 10월 10일 논현동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날은 다름 아닌 북한의 명절인 당 창건기념일.

작년 9월에는 일본 해상에서 소형목선을 타고 표류중인 9 명의 탈북난민이 구조되었다. 그 중 40 대의 한 남자가 1967년 최고인민회의 의장인 ‘백남운’의 손자다.

자진 월북하여 1948년 초대 교육상에 오르고 6.25 전쟁 와중에 인민군 서울 점령 시 동생과 처 등을 시켜 창경궁 장서각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 865 권을 훔쳐 내어 은밀히 밀반출 하려다 발각된 인물.

다음 주, 9.25일(12기 6차) 북한 최고 인민 회의가 개최된다. 연중 보통 4월에 한 번 열리는 데 뭔가 특별한 안건이 있기나 한 걸까?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각국의 의회에 해당하지만 국가지도기관을 선출하는 점에서는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 실상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유명무실한 기관이다. 휴회 중에는 상임위원회가 기능을 대신, 상임위원장이 국가수반이 된다. 이마저도 다 뺏겼다.

2009년 4.9일(12기 1차 회의) 헌법을 개정, ‘선군(先軍)노선’이 명문화되고 ‘공산주의’는 삭제됐다. 헌법 100조에 국방위원장을 ‘최고 령도자(領導者)’로 규정, 주석 급으로 격상시켰다. 따라서 상임위원장이 국가대표권, 중요조약 비준, 폐기와 특사권을 행사하던 것이 국방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국방위원회가 실질적 국가 최고지도기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때 장성택이 국방위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다시 1년 2개월 뒤 12기 3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였다.)

최고인민회의는 김일성을 주석으로 추대하더니 그의 사후 ‘주석’ 직을 폐하고 그를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로 불리다가 국방위원장이 권력 수반이 되자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고 김정은은 대신 ‘국방 제1위원장’ 이 되었다.

이런 촌극은 세습을 연명하려는 얄팍한 속임수다. 우리가 흔히 스포츠 스타에게 영구결번을 인정하듯 “나도 애비 그림자 안 밟는데 인민들은 알아서 존경해야하지 안겠느냐?” 하는 강권(强勸)이다.

북한매체에서 사이보근지 아바탄지 모를 인간들, 군인들이 꽉 찬 대회의장에서 김정일(그 아들)은 ‘거드름 피며 삐그듬히’ 앉아서 오른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있다. 공포의 공산당 ‘당원증’이다. 인민 민주주의 한다고 했으니 필수 불가결한 대의기구를 만들어 놓고 내부적으로는 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수행하는 허울 좋은 국가기관, 바로 만수대 ‘최고인민회의’라는 간판이다.

‘공산당’ 문구가 헌법에서 사라졌으니 이젠 ‘당원증’대신 밥표(식권)를 들어 올리겠군. 인민은 정말 배고파! 다들 해외로 내빼기 바쁜 와중에 모여서 하는 짓거리가...

1년에 두 번하는 최고인민회의는 지금까지 두 번 있었다. 2003년 9월(11기 1차 회의)로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총, 부총리를 교체한 첫 번째, 두 번째가 2010.6월(12기 3차 회의)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였으니 당 행정부장을 겸임하면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 등 공안 분야를 ‘당적(黨的)으로 지휘’, 김정일 사후를 대비한 섭정체제로 전환하였다.

세 번째가 금년 봄 5차 회의에서 마침내 김정은이 국방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고 세습을 완성한 후 이번 9월이 두 번째 회의다. 물론 지난 ‘6.28 방침’의 후속조치가 마련되어 10월 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경제 관리 지침’ 을 최종 확정하는 형식적 자리임에 틀림없다.

과거, 2002.7월의 ‘7.1조치’ 는 3년 만에 중단되었다. 말이 ‘경제관리 개선조치’지 경제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외화벌이도 시원치 않고 바닥난 경제를 살려볼 참으로 ‘공짜와 평균주의’를 탈피, 국가 재정 부담을 덜기위한 몸부림이었다. 금본위도 아닌 ‘쌀본위’로 가격을 정하고 임금을 대폭인상 현실화하다 보니 물가는 폭등하였다.

임금이 대략 20배 정도에 쌀값은 무려 550 배 올랐다. 오히려 화폐가치 하락으로 실질임금은 오히려 떨어 졌다. 인플레와 지하경제를 잡으려고 화폐개혁을 실시했다가 쫄딱 망했다. 책임을 물어 재정경제부장 ‘박남기’를 공개총살 하였다. 새로운 경제제도가 나올 때마다 실무책임자는 물론 북한인민 전체가 불안하다. 어쩌면 김정은은 매년 홍수나 태풍피해로 세계도처에서 구호물자나 받으면서 편히 지내고 싶어 할걸? 새로운 도전은 오히려 화를 부를 테니...

김정은의 ‘깜짝 쑈’가 먹힐까? 10월 1일부터 실시될 이번 조치는 ‘농산물 분배할당’을 개인에게 30 %까지 허용하고 기업의 이윤도 70 %를 허용, 독립채산제, 월급제가 가능하다. ‘나선과 황금평 특구’ 투자법 제정, 리영호 숙청에 따른 권력기구 개편 등 기대할 만한 빅뉴스도 많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근본적인 개혁개방과 외부자원의 투입 없이는 ‘7.1 조치’의 재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조치가 자발적 조치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5.24 대북 제재조치’ 및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불가피한 고육책이다 보니 피상적 액션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리식 체제? 그게 납득이 되니? 정은동지!”

외진 곳에 거미줄 쳐놓고 파리 잡는 식의 고립적 특구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남북간 대대적 경협과 경제일꾼 교육 및 인적교류를 통한 ‘자유 시장경제 따라 하기’를 지체 없이 실천해야 한다. 한반도 영토를 중국이나 러시아에 야금야금 할양하면서 임대료나 챙기려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여 더 이상 시행착오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민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김정은의 소위 ‘통큰 토크’를 기다린다. 수해지원에 딴청부리지 말고 사과할 것은 진정성 있게 , 손 벌릴 것은 양심적으로, 신세대다운 솔직함과 발랄함을 기대했었다.
이번의 경제조치가 실패한다면 누구를 공개 처형할 것인가? 김정은, 아니면 장성택 ?
둘 중 하나의 목을 걸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공표하라. 단호하게!

만수대를 나서는 대의원들의 얼굴에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제 북조선에도 자유시장의 빵을 내 월급으로 사먹을 수 있게 되는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 아니라 계단 앞에 북조선 중앙TV가 ‘오늘의 특별방송’을 촬영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 왔다. 온종일 박수치고 고함지르느라 목이 얼얼하고 손바닥이 후끈거린다.
남편의 인기척에 마누라가 서둘러 문을 열고 조용히 물었다.
“이제 우리도 이밥에 고깃국 먹게 되갔지요?”
묵묵히 있던 대의원 남편이 입을 연다.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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