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2012년 10.4 일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개봉되는 북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제목이 “김 동무, 날아가다” 인데, 시골 ‘소녀 광부’가 곡예사가 된다는 줄거리다. 유럽과의 첫 합작이라고 하나 베이찡의 한 북한 여행업자가 뒷돈을 댄 영화다. 지난달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14호 수용소 탈출 ”과 동시에 참가한 작품이다. 이런 시도를 보인다는 것은 큰 변화다. 역시 김정은의 생각은 날아다닌다.

이번 달 20일부터는 ‘북한 인권영화제’가 서울에서 열린다. 개막은 서울역에서 한다. 북한은 이걸 보고 ‘모략날조’라고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망돌(=맷돌의 북한말)에 갈아버려도 시원치 않을 쥐새끼들의 도발 광대극”이라고 엄청 비난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정도 비난할 일이면 부산에는 왜 참석할까? 돼지가 날면 세상이 거꾸로 보이는가?

또 다른 이해 못할 일이 있었다. “20 명의 집단 탈북사건.” 이번 달 7 일 양강도 혜산에서 김정은 시대 최초의 집단탈북이 발생하였다. 먼저 지역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지역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있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는 양강도(兩江道)다. 도청인 혜산은 정일봉, 백두산 밀영, ‘김형직, 김형권, 김정숙’ 등 김씨 일가의 성지로 둘러싸여 있고 95년 3회 동계아시안게임을 ‘삼지연’에서 개최 하려다가 경제난으로 포기하였다. 한반도의 오지, 극한지이자 과거 귀양지로서 ‘삼수갑산(三水甲山)’이 바로 코앞이다. 김일성의 ‘보천보 항일 투쟁지’ 가 지척이다. 오죽했으면 삼수갑산이 ‘최악의 상황’, 즉 “삼수갑산을 가더라도”라는 조건절(條件節)이 되었는지 알만하다. 그러나 , 백두산 정기와 김씨 문중의 영악함이 서린 동토의 땅에서 최악의 조건을 딛고 일어서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체코 ‘프라하의 봄’이라도 꿈꾸고 있나보다. 봄은 아직 저만치 있는데...

2012.9.19 미국 의회청문회에서 한 편의 한국영화가 최초로 상영될 예정이다. 여의도에서는 국회도서관에서 지난 9.3일에 상영했다. 제목은 “48M" 압록강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의 간격이 48M라니! 자유를 잃고 굶주림에 쓰러져가는 북한 동포들의 ‘좌절과 희망의 넓이’며 고난의 깊이다. ‘자유여신상’의 키가 47 M다.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 높이가 딱 48M 인데 지금 높다하나 점차 절벽이 깎여 없어지고 있다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자유의 깊이는 50M가 기본인가 보다.

장애물이란 극복하라고 있는 것! 언덕에서 한껏 내달리다가 뒷다리에 탱탱한 긴장을 주고 탁! 하고 튕겨주면 어렵잖게 건널만한 거리임에도 전 달 19 일에는 밀수하러 강을 건너던 주부 5 명이 익사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길림성과 맞닿고 있어 90년대에는 주부들이 굶주림에 지쳐 100 여명이 강을 건너 중국 총각들과 결혼하였고 ‘박선영’ 전의원에 따르면 올해 2월 혜산시 고아 50 명이 집단 탈북에 성공하였지만 작년 12월에는 30 명 중 20 명이 국경에서 체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한다. 지형적 특징이 탈북에 적소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2004.9.12 서방은 혜산 일대에서 엄청난 폭발음을 청취하였지만 단지 핵실험으로 추정할 뿐이다. 김형직군(郡)에 핵연구시설이 위치하고 있고 인접 함경북도 풍계리에 1, 2 차에 이어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직후 ‘고르바쵸프’는 소련의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결심하였다. 대재앙 앞에서 속수무책, 보고를 지연시킨 경직된 소련을 마냥 지켜볼 수 없어 개혁(페레스트로이카)의 첫 단추를 풀기 시작하였다. 정은이가 설마, 그때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정은이는 지도자로 추대 받은 후 많은 제스쳐를 썼다. ‘제 1 부인(?)'을 공개하고, 놀이터 준공식 때는 쇠약한 고모랑 놀이기구도 탔다. 슈퍼마켓, 해맞이식당, 창전동 개인아파트까지 방문했다. 여군들과 과감히 스킨십도 하고...그러나 ,TV프로 ‘우리 결혼 했어요’ 에 나오는 철없는 신혼부부의 눈꼴시런 꼭두각시놀음에 지나지 않았다. 장마와 태풍에 인민들의 가슴은 찢겨 나갔다. 가뜩이나 경제에 대한 경험도 부족한 주제에 새로 ‘6.28 경제지침’을 만들어 세상을 바꿔 놓을 것처럼 선전하는데 나와 봐야 뻔할 뻔자요 7.1 조치로 잔뜩 오른 물가 때문에 인민들은 더욱 쪼들려만 갈 것이다. 수해복구도 맨손으로는 될 리가 없다. 장비는 놀이공원에 몰려갔다. 900 명 이상의 사상자, 30 여만 명의 이재민, 8만 7천 여 채 주택이 침수, 송전선, 철로 갱도...등등, 논경지는 12 만 정보가 침수, 염전도 1300 정보가 피해를 보았다하니 하늘을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웬일로 작년에 50 억 정도 지원한다고 하니 거절하더니만, 이번 다시 요청하기에 우리 정부는 큰 맘 먹고 100 억 정도 지원한다고 했는데 품목이 안 맞는다고 ‘욕을, 욕을’ 하면서 거절했다. 말이 밀가루 1 만 톤이지 25톤 대형트럭에 실으면 무려 400 대, 라면은 60대. ‘도라역’에서 평양까지 꼬리를 물을 지경이다. 밀가루가 4인 가족 40 kg 4포대, 라면 2박스 정도면 그런대로 수제비에, 국수에, 라면으로 기호대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쁘게(?) 보이면 더 주려고 준비도 했고 꼭 얘길 하라고 했다. 정은은 애초부터 의도적으로 거절품목을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로 던져 본 밑밥이었다. 작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원하는 구호품은 이미 유엔과 스위스 등 여러 나라들로부터 달러로 걷고 있었다. 그러니 배부른 소리 할 밖에...

북한 전역에서 ‘김 동무, 날아가다“가 큰 호응을 얻는 모양이다. 정은의 의도는 모르긴 몰라도 가난을 이겨나가는 당찬 북한의 젊은이를 선전선동에 이용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민들이 호락호락 하진 않다. 오산이다. 지도자란 사람이 수해가 났지만 정작 필요한 복구나 구호보다는 유원지, 마트, 어린이 백화점 등이거나 군부대 시찰에 열을 올렸다. 인민들이 필요한 밀가루나 라면은 얻어다 줄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다. 남한의 풍요로움에 인민의 사상성이 밀가루 범벅이 될 것 같아 불안했다. 추석을 앞두고 부침개라도 부칠 거리를 주고 싶지만 마음이 개운칠 못하였다. 그래 구실을 만들자, 하고 작년에도 써먹은 수법으로. 작전개시! 이런그의 생각은 날질 못했다.

미리 알아챈 건 인민들이다. 자기들을 위해서 힘쓸 위인들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해 지원 요청을 하기 전부터 탈출을 시도하였다. 사건이후, 한 동안 보위부 감시가 한층 심해질 것이다. 박해가 쏟아질 것이다. 힘없는 인민들에게는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 그래, 그 영화나 보자. 모티브는 주어졌다. ‘무작정 따라 하기’다. 5 배 ,10 비싼 ‘국정가격’에 암표 이윤이 붙은 걸 사야하는 입장이지만 인민들은 비싼 비용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네’가 있는 유원지로 몰릴 것이다.

조심스럽게, 눈치 못 채도록 온가족이 착실히 ‘그네기술’을 익힐 차례다. ‘김 동무’처럼. ‘상하이서커스’나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만은 아닐지라도 긴 나무기둥 두 개에 무명 끈, 그마저 없다면 칡넝쿨을 묶더라도 다소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그깟 ‘48M' 쯤이야 뭐 그리 대수겠소? 설사 기둥이 없어서 곤란하다면 전봇대라도 움직거려 봐야지.

“그 영화가 코미디 영화인 건 맞는 말 같단 말입니다.” “왜?”

“참 웃기지 말입니다. 지 죽는 줄 모르고 '날아가는 기술'을 가르쳐 주니, 나 원 참.”

“그 ‘미련 곰튀’가 우릴 바보로 아나!”

“우리가 날아갈 때 과연 웃음이 나오나 보자 말입니다”

“고모하고 놀이기구 타는 꼴 보고 뭐가 저리 기쁠까 이해 안 가드랬는 데 인자 알갔시오, 공중을 나는 기분을!“

“그러고 보니 정은이도 고모하고 나는 연습 하는 게 아닐까요?”

“그들은 우리들하고 다르단 말입니다. 우린 그네타고 날지만, 그 사람들은 날개를 답니다. ‘이카로스 날개’라고. 날개가 녹는 줄도 모르고 무조건 높은 곳으로 날아갈 거란 말입니다.”

“저들이 죽는 줄은 알겠지?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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