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김정은, 국경 없는 난민국가임을 선언하라!

미국에서 13 세의 어린 목동 ‘죠셉’은 양들을 울타리에 가두어 놓고 한가로이 독서에 빠지곤 하였다. 그때마다 주인이 호통소리가 이어졌다. 양들이 울타리를 넘어가 남의 농작물을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양들이 장미넝쿨을 피하여 울타리를 타고 넘어 다니는 사실을 알고서 처음에는 장미넝쿨을 조금씩 잘라다가 울타리에 매달았다가 효과를 보자 다음에는 철사를 잘라서 가시처럼 얽어 놨더니 아주 효과 만점이고 영구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특허를 얻은 후 1차 대전의 특수로 당시의 최고로 돈을 많이 번 발명가가 되었다. ‘윤형 철조망’의 탄생 비화다.

절대 상종하지 않겠다던 북한이 어찌된 일인 지, 우리의 수해지원 제의를 수용했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우리의 현 대북정책을 질타라도 하듯이 앞 다퉈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 쪽은 ‘진화하는 정책’으로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한단다. 다른 쪽은 문제점이 있다는 정도다. 그런 와중에 북한의 태도 변화는 현재의 대북 정책에 혼선을 주기에 딱 알맞다. 저들이 제스쳐만 써도 휘청거린다. 그 쪽은 물론 이쪽, 저쪽 전부가 그동안 일련의 사건들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하는 반응들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귀를 감고 싶은 것이다. MB는 지금 ‘평화인권센터’가 있는 오슬로에서 북한의 ‘핵’과 ‘인권’의 빅딜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이곳의 관심은 정권차지다.

아직 금강산의 ‘박왕자’ 씨의 눈물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소리가 귓가에 쟁쟁한 데 딴청 피우는 작태에 모멸감을 느낀다. 한 발 물러서서, 인도적 지원이기에 요모조모 따지지 않고 도움을 주려던 손이 무안해지고 말았다. 조간신문의 조심스런 예견과 우려를 채 다 읽기도 전에 북한의 ‘통큰 빈손’은 역시나 손가락질 해대면서 허세를 피운다. 밀가루, 빨간 초코파이는 질렸다고. 남북관계는 다시 이틀 전의 시계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의 대선후보들은 민주, 공화 모두 대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강경할 것임을 대놓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북한은 잘못된 해석을 할 것이다. 대일 관계의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동시에 전, 후 두 개의 전선을 만드는 것은 전략상 불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봉책으로 땜질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아주 적확(的確)하다. 닫힌 물코를 트려다가 둑이 무너지면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 얘기는 새겨들어야 한다.

‘무디스’에 이어 ‘피치’의 판단은 현 정부의 대북기조가 지속적인 북한의 침략 행동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는 위험관리로 지정학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피치’는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고 분명히 덧붙였다.

일본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세계는 지금 ‘골디락스(Goldilocks)’가 아닌 '준공황상태' 다. 펀더멘탈이 약하고 금융이 불안한 한국은 현상유지가 최선이었을 극한상황이다. 북한의 저돌적 공격과 핵실험, 힘의 공백 속에 이루어낸 쾌거다. 일본의 꼼수, 광우병과 촛불 속에서 피어난 민족의 저력이다.

북한의 외화벌이가 신통치 않은가 보다. 유럽에서 처음 문을 연 네덜란드의 북한식당이 1년을 못 넘기고 막을 내렸다. 불황인 상황에서 유럽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메뉴로 10만원이 넘는 음식 장사를 한다면 문 닫기는 기정사실이었을 터인데, 한복 입히고 가야금 탄다고 해서 찾을 이는 없다. 그나마 중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할 때는 불쌍한 동포에 대한 ‘적선’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사실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자본주의 실험은 김정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김태희 닮은 종업원이라 해도, 미니스커트 입은 ‘리설주’라 해도 음식에 ‘주체성’ 양념이 뿌려지고 수령님 액자가 걸려 있는 한, 평양냉면이래야 계급투쟁의 진한 국물 맛 밖에는 안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랑’의 재료로 만들어, ‘인간’의 맛소금을 치고, ‘자유’의 맛을 마시게 해야 한다. ‘인권’이 깔린 식탁에서.

김정은은 물론 알고 있다. 외화벌이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차라리 손을 벌려, 자존심으로 인하여 도움도 못 받고 코카콜라도 모른 채 죽어가는 가난한 인민들에게 아프리카의 오지에도 잘 알려진 ‘자본주의 단물’ 맛을, ‘자유’로 곱게 채워진 ‘고기 겹빵(햄버거)’을 맛보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 중이다. 이래선 안 된다고. 기도한다.

김정은도 가려한다. 참을 수 없다. 철조망 넘어 자유의 품으로. 네댓 걸음이면 단숨에 넘어 버릴 압록강을 뒤로하고. 줄달음쳐서 가려한다! 뛰거든 좇지 마라. 너희는 말릴 자격이 없다. 조용히 웃통을 벗고, 멧돼지보다 힘센 자유를 말리지마라.

아서라. 차라리 조용히 양들을 갇우던 철조망을 걷고 아픈 가슴들을 어루만지리라. 사랑의 핏줄로 힘차게 껴안아라. 이제 여기는 철조망도, 국경도 없는 난민구호소임을 ‘오슬로’에 알리리라!

마리아여, 불쌍한 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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