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석기 어린이집 입원하다

[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군사용어상의 ‘기습’의 정의는 예기치 않은 시간,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말한다. 정치 용어상으로는 ‘날치기’다.

경제 불황을 맞고 있는 미국은 2010 년에 개인적으로 5%의 세비를 자진 반납하더니 결국 물가 인상률 범위 안에서 자동 인상되는 ‘세비규정’을 2011 년은 물론 2012 년도까지 동결하였다. 머리에 총알 맞고도 살아난 ‘기퍼즈’ 의원은 2013 년도 세비삭감법안을 제출 하였다. 우리가 손가락질 하여 마지않는 일본 의원들은 이미 2012 년 14% 삭감된 세비를 받고 있는 중이란다. 참, 염치가 있는 정치인들 아닌가? 부럽다.

물론, 우리 의원님들도 18 대에는 5% 대로 한번 올렸다. 그러니까 그들 셈으로 치면 대략 15 % 정도 밀려 있다는 논리다. 당명 바꾸기 전에 한나라당은 ‘연금 특혜 자진포기’방안을 비상대책위에서 만지작거렸다. 그 무시무시한 특혜를 포기? 그것도 자진해서?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또 있구나. 한나라당 전원 동의하에 10 만원 이상의 기부금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만들어 조손가정과 노숙여성 각 60 여 가구를 돕기로 하였다고 의원총회에서 ‘보도 자료’를 돌렸다. 쪼잔하다. 그런데 , 그마저 역시나’다. ‘그 당’이 이젠 ‘그 당’ 아닌데 뭘.

똑똑한 아우들이 가만있겠나? 광역 자치단체는 함부로 세비 올렸다가 시비가 생기자 아예 공청회, 주민여론조사 절차를 잘라 버렸다. 솔로몬의 지혜다. 기초의원들은 기사회생의 대가를 더 얻어 내려고 상급기관에 줄 대기 바쁘다.

모든 일에 전조가 있는 법. 법 만드는 의사당에 그게 없을 리 만무하다. 원로 정치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캐나다 순방(2010.10 초) 시 장관급이어야 할 의원 세비수준이 차관급보다 못하다고 했다. 사실이다. (쬐에끔) 그래서 의원들은 굳게 결심했다. 국회파행으로 예산심의를 못하고 있는 판국에 아닌 날벼락으로 연평도 포격사건(2010.11.23)이 발생하고 전 국민(빨갱이 제외) 애도 속에 ‘전사자장례식(12.6)’이 있던 날 ‘세비 인상안‘은 보무도 당당하게 ’여야운영위‘를 기습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국민들은 분한 맘을 삭이지 못하고 포탄이 잘못 떨어졌다는 악성 댓글로 화풀이를 하였다. 세비가 2008 년 9.10 이후로 동결됐으니 오죽 돈맛이 그리웠을까, 이해했다.

새 국회 들어 의사당에 이물질이 끼어들었다. 도대체 저 종북 작자들이 가져가는 게 얼마야? 궁금하고 억울해서 계산해보니 한 사람당 9 명 보좌관 인건비까지 45 억 정도? 인상에 인상을 거듭하면 작게는 50 억을 상회할 태세다. 그럼 반 백이나?!.

우려가 현실로 들이 닥쳤다. 신문 사설에서는 연일 대선 주자들이 행복공약에 들어가는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추궁하고 있는 데, 여당 원내 대표가 공식 발표도 아니고 ‘심심해서 뒤적이던’ 자료라며 밝힌 수치가 바로 국회의원 세비인상! 지난 해 11.9 일에 '논의 한 번 없이 슬쩍' 끼어 넣었단다.(자기들 말로)

그들의 세비는 공무원의 4.6 배, 작 년의 15.3 %, 18 대의 무려 20.6 % 인상이라니.

가관인 것은 그 잘난 입법 활동비, 특별 활동비가 무려 66 % 올랐다는 거!

박희태 연출, “김무성, 박지원 몸으로 울었다!” 쇼하고 있네.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의 ‘금모으기’를 세계가 칭찬했듯이 세계는 지금 미국과 일본의 ‘자발적 세비삭감’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는 마당에 정말 후안무치다.(심재철의원이 반으로 줄이자고 말렸다는데...안 봤으니, 참.) 여기서 확언할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기가 바로 ‘밥그릇 챙기기’라는 것. 여기에는 여야, 상하, 좌우, 남녀, 노소, 빈부, 미추, 원근, 대소, ......따질게 없다. 기네스감이다.

그러면 왜, 번번이 우리 국민은 이들의 ‘국회의원스런’ 행동에 낯 뜨거운 수모와 분노를 느껴야만 했을까요? 선출직이지만 계약직에 불과한 저들에게 누가 자기봉급을 결정하게 권한을 준 것일까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박탈하면 위헌이 아닌가요?

우린 너무 행복하고 싶은데...

일본과 지쳤고 성폭행과 치쳤고 경제 땜에 슬퍼서 너무너무 위로 받고 싶은데...

꼼수와 노련함이 빚어낸 명품, ‘국회의원 세비’는 이렇게 탄생된다.

-다른 것은 공무원의 조정비율에 준하게 돼 있는 반면 일반수당, 입법 활동비 등은 ‘국회규칙’에 따라 국회사무처가 결정하는 것이라 이걸 가지고 장난 좀 치는 거죠. ‘가재는 게 편’인거 알죠? 그 생선 가게는 거덜이 나야 맞겠죠? 여기에 ‘심의과정이라는 불필요한 절차는, 파행으로 국회소집 못하게 짝짜꿍하고 기한을 넘기면서 정부 예산안 처리를 계속 늦추다가 마지못해 통과시킬 적에 무슨 메모 비슷한 거 쑤욱(국회용어상 ‘살짝’) 집어넣지요. 정부도 고맙다고 악수하는 척 하면서, “아, 그거?” 일, 이년도 아니고 척하면 삼천리지요.

이 모든 것들이 ‘국회 규칙‘이고 관행이다 이거예요. 손가락질 받는 것은 원내대표가 수시로 바뀌면서 받기 때문에 그 강도는 분산되고 견딜만한 수준이라는 거.

한국이 지금 잘 나간다고 하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편이지 엄청 곤란한 처지다. 이것은 대기업이나 그렇고 ,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서민은 말 할 나위없다.

혀가 다 빠져나와서 말 할 수조차 없다. 기마져 막혀버렸다.

이런 와중에 '석기와 아이들'은 세비 인상을 어떻게 눈치 채고 의사당엘 뎀벼 들었나? 국회사무처에 프락치라도?

여의도에 나가 있는 ‘주’기자를 불러보자.

-의사당 입구입니다. 방금 앰블런스에서 들것이 안으로 들어 가네요. 함 따라가 볼랍니다.

저기 본 회의장에 한 무대기가 둘로 나뉘어 패싸움 하고 있네요. 그닥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구요.

아, 잠시 만요. (잠시 후) 네, 알겠습니다. 이번 세비 인상이 자기들 공이라고 우기는 중이랍니다. 강북을 외치는 새누리 당, 강남을 외치는 민주당, 그리고 나머지 당은 어디도 괜찮다고 하네요. 룸싸롱 위치가 강북이면 민주당, 강남이면 새누리당이 쏘아야 한다네요. 어샤 어샤! 힘겨루기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라? ‘들것’이 세 개나 2 층으로 가네요. 대여섯 명이 몰려 있군요.

-좋은 날 왜 그럽니까? 여긴 왕따같이 따로 노네요?

- 아, 아녜요. 석기가... 턱이 빠져서 아가리를 닫을 수가 없어요.

-뭣 땜에?

-너무 좋아서 입 쫙 벌리고 웃다가 그만 턱이 빠진 걸 선동이가 그 놈의 망치로 두들겨 넣다가 턱에 금이 갔어요.

-아이 저런! 저기요, 거긴 왜 그랍니까?

-재연이도 너무 기뻐서 소리 죽이고 웃다가 귀까지 찢어졌어요. 예쁜 입이. 지금 봉합 할라고 응급실 갑니더.

-여긴 또?

-병윤이가 세비 명세표 보더니 감격해서 눈알이 튀어 나와 가지고 하날 찾는 중이랍니다.

어수선한 의자들 뒤로 석기 자리가 보입니다. 그의 서랍 사이로 ‘Top Secret’ 도장이 찍힌 파일이 있구요. 살짝 젖혀보니 CNP에서 보낸 서류네요. 제목이 ‘대선 후보 모바일 투표 전략과 대응’? 오호! 그 옆자리는 김 재연 자리네요. 방금 보다가 접어놓은 책이 그대로 펼쳐 있습니다. 패션 잡지인데 ‘이설주의 트렌드 분석’을 보고 있었나 보네요. 그 곁엔 00홈쇼핑 책자가 한 권. 세비인상에 무척이나 고무됐겠죠. 쇼핑도 해야겠고. 설이 금방인데...

의사당 밖은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붑니다. 태풍이 올라오는 중이래요.

잠시, 의사당 벤치에 한 시민을 만나 볼게요.

-저기, 의원들 세비 올린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뭐라 했습니까? 쟤들 무보수로 돌려야 해요. '명예'만 받고 의원할 사람 손들라면 다들 한다고 해요.

-그러고 난 다음 살짝 인상하잖아요. 지금처럼.

-그러니까, 정당 공천 없는 무소속으로 만들어야 한다니까요. 흩어 놓으면 싸울 힘도 없어요. 활동은 상임위별로 소신껏 해야지요. 파벌은 무슨...

-대단하시네요.

-숫자도 팍 줄여야 돼요. 복지예산도 필요하고 해서. 서울 제외한 광역시에 전국구, 지역구 각 1 명씩 28 명에 서울 각 2명씩 4명 합쳐서 32 명이면 떡을 쳐. 2 년마다 번갈아 선거하고.

-아이, 어쩌면!

-아니, 몰라서 그래요? 내가 허 경영인데?

-아, 왕팬이예요. 요즘 근황은?

-다음 대선에서나 봐요. 먼저 특별사면이나 받고서...이번 8.15 무척 기대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