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패럴림픽(Paralympics)이라는 절름발이 명칭은 ‘제 2 회 대회’인 도쿄에서 붙여졌다.

장애자를 위한 올림픽(Olympics for the disabled)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마비자 (Paralegia)’의 앞 글자를 딴, 말 그대로 ‘애림픽’이 되고 말았다. (일본은 국제 말썽꾸러기!)
이후 ‘국제 애림픽 위원회’는 'Para'가 그리스어로 함께(with)라는 뜻이 있다고 둘러댔다.
런던의 마스코트는 외눈, 대회 슬로건은 ‘live as one' (단독 라이브가 아니고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자’ 라는 뜻이다.) 그런데 대회는 정상인과 장애인 따로 치른다.
과거 여성선수들도 그랬듯이 그들도 결국 동시에 치러져야 맞다. 종목을 줄여서라도.

‘코리아’ 영화의 주인공 탁구선수 리분희가 런던에 나타났다. 통통한 중년의 얼굴로 북한 수영선수 1 명에 관계자 23 명을 인솔하고 선수촌에 나타난 그녀의 신분은 ‘조선 장애자 체육협회 비서장’이다. (아들이 뇌 병변 장애자다.)
현정아와 파트너로 ‘지바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던 그때의 감격을 못 잊어 다가선 우리 기자에게 그녀는 다소 쌀쌀 맞았으나 북한 체육계가 첫 출전에 무척 고무되었다고 전하였다.
고무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선수층이 엄청 두텁다.
현 통계상의 수치로는 북한 장애인이 7.5 % 180 만 명 정도라고 하나 평양 등 대도시에서는 장애인이 살 수 없어 단체 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있으며 성인들은 자녀를 못 갖도록 강제로 불임시술을 받는다고 한다. (북한 UN 인권위원회 보고)
이를 고려할 때, 숨겨진 실제 장애인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북한 전역이 ‘정신 병동’인 것을!
이 영광스러운 날, 김 정은은 이번에는 경운기를 타고 함경도 ‘요덕 관리소’를 찾았다.

-소장동무, 돼지들은 잘 있나?

-어느 쪽 말입네까?
(수감자, 양돈장 모두 ‘돼지’ 라고 한다.)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네 놈들은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싸이’가 그 모양이야?

(여기서 싸이, 즉 PSY는 Pigs per Sow per Year ‘연간 돼지 생산효율’을 나타내는 축산용어다.)
-예, 돈사에 교화 덜 된 놈들 같이 쳐 넣었더니 ‘도티(돼지)’ 먹을 ‘옥시’를 죄다 먹어 치워서 그만...

-그래, 지침은 못 받아서? 중국에서 가져 온 ‘강내이’는 특별 관리 했어야지. 죄수놈덜도 즐금즐금 주지말고 팍 멕여. 시래기죽으로. 참, 말 나온 김에 따져야 하갔어.
‘김 미룬가 머룬가’ 그 친구있지, 지적 재산권 침해로 걸고 넘어 가라구.
‘돼지와 알몸뛰’ 그건 진짜 우리거야!
-아무래도 소송으로는... 비용이 엄청 비싸스리...
-그럼, 남조선 미친놈들 뮤지컬인가 뭔가, ‘요덕스토리’? 그건 완전 표절이더구만. 확실히 찔러 봐!
- 알갔습네다. 지도자 동지. 또 있는데요. ‘수용소의 노래’라고. 고게 북송 동포 놈이 기자가 되가지고서 폭로한 거...
- 야, 임마. 건 달라. 우린 어디까지나 ‘관리소’야. 누가 ‘수용소’라 그래? 수용소 그런 건 우리 땅엔 눈을 씻고 봐도 없어, 야.
- 또 있습네다. 영어로 “Escape 　　　　from Camp # 14"라고 ‘신 동혁’이란 놈이.. 미국에서 책을...

-뭐라? 14 호라면 개천? 갸는 코메디안 아냐 ? 남쪽 코메디안도 잡아 들이네?
글고 우린 그냥 캠프가 아니고 Joy Camp라고. 말 그대로 ‘기쁨 주는 관리소’!
(Joy Camp는 소설 ‘1984’ 의 강제수용소 이름이다. )

-아뇨, ‘표창 결혼’으로 태어난 놈인데, 14 살 때 지 오마니 하고 형이 탈출 할 거라고 고발하길래 잡아다 사살했는 데, 지한테 포상으로 먹을 거 안줬다고 도망간 악질 반동입네다.
(‘표창결혼’이란 통제 목적으로 말 잘 듣는 남녀 죄수끼리 강제로 시킨 결혼이다.)

-야, 잘 들어. 우린 큰아배 지도자 동지가 소련에서 ‘굴락’ 을 가져올 때 웃돈 많이 줘서. 알간?
애플 아이폰 봤지. 특허권은 우기면 돼. 무조건 우기란 말이야. 지금 외화 벌이가 시원치 않아.
고모부는 말만 내세우지 되는 게 없어.
(굴락은 스탈린 시절 ‘정치범 수용소 관리기관’(GULAG)의 약칭인데, 이후에는 약 470 여개의 수용소 집합체의 상징으로 쓰였다. 솔제니친이 쓴 “수용소 군도”를 말한다.)

북한 정치범은 대략 20 만 명이다. 탈북자가 늘고, 중국에서 북송되는 인원도 급증하고 있어서 수용인원은 포화 상태다.
이 때 ‘론돈’에서 전화가 왔다. 리 분희 서기장이다.

-지도자 동지, 덕분에 잘 도착했습네다.
-그래, 일은 잘 돼가네?
-전 세계 인민이 우리 공화국과 지도자 동지를 렬렬히 반깁네다. 여기 국제 장애자올림픽 위원장 동지가 인사올리고 싶다고 나왔습네다.
-하이, 싸이 킴!
-하이, 필. 우리 공화국도 이젠 회원 돼수다.(“싸이? 내가 그래 인기 있나?”)
-축하합니다.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종목도 많이 추가될 거고요. 현대인들이 많이 소외되어 있는 부분을 강화 할려구요. 사이코 쪽으로...
-고래요? 암튼 금메달 좀 많이 따야겠시요. 공화국 얼굴도 좀 알리고 인민도 사기가 떨어져스레.
-잘 됐네요. 집단수용소 생활 등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강제노동 후유증, 인권 말살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스포츠로 풀어 줘야 하니깐요. 수용된 정치범은 물론 관리원, 경비병 들 그리고 그 가족들도 모두 싸이코 범주에 들어 가니깐 장애인 선수자격이 있습니다.
-오호, 그래요? 그럼, 앞으로 늘릴 종목은 ?
-싸이코 드라마 처럼 환자들의 고통을 재현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유엔 북한인권위원회에 친구가 있어서 자료를 좀 봤습니다.
예를 들어, 임산부 눕혀 널뛰기(마네킹 사용), 임산부 시계놀이, 죄수묶어 격술, 소똥 속 낱알 주워먹기(소똥: 카레사용), 물구나무서고 토하기, 죄수묶고 돌던지기, 맹견풀어 도망가기, 철조망 넘게하고 사격(권총, 소총), 쥐잡아 먹기, 벌레잡아 먹기(잡기, 먹기) 등등 많습니다. 더 추천하실 종목이라도?
-뭐야 ,이 자식아!
김정은은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관리 소장이 급히 달려갔다. 두 동강난 전화기에서 아직도 음성이 흘러 나왔다.

소장이 받았다

-아, 리 동지. 핵실험 중이냐고요? 아닙네다. 전화기가 갑자기 두 쪽이 나지 뭡네까? 전화기가 국산이라서...
-아,그러면, 위원장이 마저 얘기한 내용을 지도자 동지께 전하시오.
관리소장은 찬찬히 듣고서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뭐래? 말해 봐! 화 안낼께.
-다음 '리우 대회'에 꼭 참석해 달랍네다.
-고�O? 고래야겠지? 로얄 박스에서 얼굴 좀 내밀어야겠지? 이젠 글로발 리더니까.
망설임이 계속됐다.

-아니, 로얄석 말구요, .........선수로 참가해...
-무어라고? 그 미친 양코배기가!
그 후 한동안, 북한 어디에서도 요덕 ‘15호 관리소’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박제수  harubang33@naver.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