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일본의 국치일은 언제인가?

경술국치 102 주년. 그래도 100 주년에는 탑골 공원에서 검은 넥타이에 ‘찬 죽’ 먹는 행사라도 있었건만... 식은 죽 먹기도 쉽지만은 않은 듯. (광복회관에서 행사 계획만 확인됨)

‘경술국치일’ 은 그렇게 소리 없이 지나갔다. 청주 등 일부 지방 행사를 제외하고는 무관심이거나 치부를 숨기고픈 사정으로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갔다. 애써 잊고 싶어 하는 심정이 온 국민에게 비슷할 터인데 굳이 신문 사설에서 기억을 되새긴다. 잊지는 말라고!

잊지 않기로 하자면 찬 죽 보다는 한식처럼 찬밥이 효과적일 텐데? 목이 메어서...

일본의 국치일은 그럼 언제일까? 우리가 광복을 얻은 날이 당연할 것이다. 포츠담선언에서 요구한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인 날이기에. 그러나 , 그런 행사는 어느 해도 없었고 올해는 더더욱 없었다. 앞으로 그럴 조짐도 없다. 전쟁 당사자인 연합군이 승전일이면 일본으로선 패전일이 당연히 국치일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상할 것 없다. 그들에게는 종전기념일이 존재할 뿐.

이 모든 이유가 일왕 ‘히로히토’의 ‘항복 선언’에서 비롯된다. (항복문서를 읽은 왕의 목소리는 玉音, 옥이 굴러가는 소리란다.)

제목이 ‘대동아전쟁 종결 조서’다. ‘항복하노라’ 이런 표현은 아예 없다.

먼저 , ‘새로운 잔학한 폭탄’ 때문에 일본이 멸망하면 조상에게 면목이 없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한 것이다. 일본이 오히려 원폭 희생자임을 주장한다.

(무조건 항복에 앞서 ‘천황제 유지’를 조건부로 항복하지만 거부됨. 죽음 보다 왕의 안위를 더 걱정)

전쟁의 목적은 일본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번영이다. 남 위해서 싸운 것이라는 의미다.

영토 침범은 애당초 그럴 뜻이 없었단다.

“전사한 장병, 유족들 생각에 괴롭다. 맹방(한국)에게 유감이다.”라 하였다. 단지 자국 신민들 걱정이다.

“국체를 보존하여 신국의 불멸을 믿고 미래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게 전범인 일왕이 항복 선언인가? 복수혈전을 기약하는 ‘다짐 각서’지.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왕이기에 일본 국민은 왕, 즉 신을 잘못 모신 죄로 왕에게 황송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정작 왕은 잘못한 것이 없단다. 원자폭탄 때문에 애매한 사람들만 죽이고 전쟁에 원 없이 싸우다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떡치고 매치고 책임만 서로 전가하고 하고 있다.

말이 ‘무조건 항복’이지 승자나 패자가 없는 종전 즉 휴전에 다름없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제대로 묻고 본때를 보여 줘야 하는데 악만 키운 꼴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국치일? 이를 갈았으니 맞는 말 같지만 어림없다.

일본에게 항복문서를 받을 자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밖에 없었다. 그러나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서둘러 항복하는 바람에 참전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승자로서 ‘에도성’에 처 들어가지 못했다.

그랬다면, ‘통석의 염’ 가지고는 안됐을 것이 분명하다. 일왕을 마땅히 광화문 앞에 무릎을 꿇리고, 모든 빚은 제대로 치르게 하였을 것인데, 그러면 소녀상도 울지 않았을 것이다.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에서 강제 노역과 생체실험을 당한 한센인들의 슬픔도 치유됐을 것이다. 양지 터에 묻었다는 동상 걸린 손가락처럼 떨어진 손가락들을 다시 찾았을 것인데... 이날이 일본의 국치일니니까.

일본인에게 왕은 빚쟁이다.

우리 인간의 잘못을 다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다.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길길이 날뛰던 ‘북한의 아가씨 응원단’이 무조건적 충성의 대상이던 김일성 왕조와 닮았다.

45 년 8 월 15 일 일왕은 굴욕을 당했다. 그 때 보필 못한 한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뿔이 났다. 그래서 , 그들이 ‘통석의 염’을 벗어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거면 엄청 성의 표시한 것이다. 자국이나 한국, 중국에 추모기념관? 웃기는 일이다. 자기들 것은 만들어 놨다. 원폭 피해자니까.

이젠, 과거 한 가닥 반성의 의지를 담은 ‘고노’, ‘미야자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하고 있다. 전쟁의 죄 값을 다 치르지 않은 할아버지를 지키려고 ‘도조 히데키’의 후예 ‘아베 신조’가 다시 나서려고 한다.

그 뒤에는 왕의 그림자에 귀신들린 제 2의 아베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이 날뛰고 있다.

양심적 지식인은 다 어디로 가고 여야 구분 없이 미친 혼령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맴돌고 있는가?

우리는 싸울 준비가 덜 됐는데...

그러나 ,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강요된 성 노예’가 분명히 일본 역사의 한 페이지임을!

‘고노, 미야자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는 순간, 일본의 역사는 세계 역사 속에

그 날이 ‘일본 국치일‘로 기록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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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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