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우리 서민은 먹고 살기 바빠 생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여유기 없기도 하지만 뭘 알아야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할 텐데, 더구나 상대가 맞장구나 제대로 쳐줘야 논쟁이 될 텐데 마누라가 신문을 보기나, 친구가 그래도 유식한 축에 든 사람이라곤 주변에 없으니 말싸움 한번 하기 힘들다.
어쩌다 만나기라도 하면 고작해야 술안주 삼아 만만한 재벌이나 정치인 씹는 수준이다. 이 때, 술김에 욕설을 사알짝 칵테일하면 사자성어나 외국어 못지 않은 인테리겐차의 맛깔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올림픽 성적이 좋아서인지 성질 낼 일이 없다. 그런데 배운 사람들은 화낼 일이 많은가 보다. 목사 아들놈이 출세할 거라고 욕지거리 하더니, 알아서 자씨개명(성은 놔두고 이름만 일본식으로 고침)한 미친 친구 놈이 맞장구 치면서 위안부 할머니 욕을 하지 않나, 애국자 후손 엄친아가 엊그제 ‘그년’ 으로 옥고를 치뤘는데 이번엔 선생님이 ‘나쁜 말 이어달리기’ 바톤을 이어받아 ‘그년 대열’에 나섰다. 과연 전교조답다.
민노총이 통진당과 결별한다는 말은 언뜻 듣기엔 종북주의와 손을 끊는구나 생각하고 이젠 정치색 보다 진정 노동자를 위한 본연의 역할을 하리라 안도 했는데, 웬걸 경건한 8.15 경축일 예비모임에 또다시 욕설이 튀는 걸로 봐서는 밥상 깨져도 밥그릇부터 챙기듯 그 ‘개버릇’은 어쩔 수 없나보다. 고민 끝에 나온 분당 해법이라야 전략적 후퇴, 꼬리 자르기, 숙주 옮기기 , 암 세포 분열과 전이에 불과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욕설의 근원지가 궁금했다. DMZ 넘어 가는 특수 부대원처럼 바짝 긴장(?)하고 ‘민노총’ 홈페이지를 낮은 포복으로 들어갔다. 겁이 난다. 먼저 이번 모임의 구설수에 대한 논평이 보였다.
민노총이 아니고 행사 주체인 통일위원회 의견으로 “···돌발적인···적절치 못한 표현은 유감” 운운 하면서, “부정한 권력에 대한 민중의 해학”을 이해는 못하더라도 ‘종북 몰이’를 당하니 통일 운동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는, 사과라기보다는 ‘내 이럴 줄 알았어’ 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다음, 슬며시 민노총 강령을 보니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제 7 조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맞선다’ 고 하는 것이다. 와우, 대단한 조직이구나! 하고 놀랐는데 이번 행사가 딴지일보와 함께 한다고 한다. 어쩐지, 의도적으로 딴지 걸었구나? 욕설의 대부는 '명불허전 딴지'야.
퀴즈게임의 정식명칭은 ‘8·15 노동자 통일 골든벨’인데 꼭 '꼴통벨'이라고 하는 것같다. 교육지 17호의 안내에는 출제된 문제가 ‘100% 네이버, 다음, 연합뉴스 등의 보도와 통일위원회에서 발간한 통일교과서 내용에 근거하였음’을 명시하여 객관성을 강조하였다. 그렇지, 참가자가 아무리 노동자라지만 수준이 있지, 거기다 중고생 자녀들과 함께 푸는 문제라면 어련하시겠어?
예상문제를 보니 ,어? 이게 아닌데? 아차 실수로 북한 사이트에 접속이 된 줄 알았다. 쭉 보고 나서 별첨 말미에 행사장소가 여의도 수변나루, 시상품이 최신형 아이패드, 광주 교사 ‘백금렬’ 이라는 말이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북한 학생들의 정신학습 문제인 것으로 착각하였을 것이다. 별첨에서 밝힌 행사 방향, 출제근거가 이를 말해 주었다.
-방향 :투쟁문화와 교육사업의 일대혁신
-출제근거 : 노동자 통일 교과서 80 % 기타 20 % (뭐? 100 % 포털 뉴스근거? 뻥까셔.)
조합원과 자녀들이 상경하는 버스에서 보라는 사전 학습문제는 외부에는 눈속임이요, 내부적으로는 세뇌학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Q：북한의 공식국호는 무엇인가? (첫 문제다)
- Q : 김정은 제1 비서의 세습노선은? A： 자주노선
왜곡과 과장은 계속된다.
-북한 헌법 개정내용은 ‘북한은 핵보유국’이다.
-인공위성기술과 함께 내세우는 선군 경제노선
-중요산업 국유화 정책과 더불어 농지를 무상으로 몰수하여 무상으로 농민들에게 나누어준 정책은'농지개혁’
-1956 년 사회주의 총 건설 노선은 '천리마 운동'
-북한의 일본에 이어 세계 2 번째로 개발한 섬유는 '비날론'
이게 다 북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교육하는 것인가?
좌파들이 고 박정의 대통령의 좌익 활동은 왜 언급 하는데? (변절자라서?)
기술 내세우면서 경제에 왠 선군 경제노선? 그 기술로 무인 공장화하면 노동자는 뭐하고?
무상으로 줬다는 농지는 지금 누구의 손에 있단 말인가?
5~60 년대에 유행했던 비닐 생산이 그토록 자랑하고픈 기술인가?
기가 찬다. ‘그년’ 욕설이 문제가 아니다. 영 딴세상 얘기다.
상품도 그렇다. 북한산 도라지나 들쭉술, 묘향산 산삼이나 주지 하필 그토록 증오하는 미제 아이패든가?
누가 쓴 통일 교과서인가? 문제를 출제한 총연맹 교육실과 통일위원회는 대답해보라. 이것이 주장한 대로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 등에 근거 ’하였는지를!
이런 교육 내용이 전교조의 교육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닐지 의심된다.
김일성에게 친서를 보낸 사람, 김정일 장군이 진짜 장군이라고 칭찬한 사람, 김일성의 승전 기념패를 만들어 준 사람 등 민간인이 접할 수 없는 내용은 북한 선전물을 그대로 베낀 것 들 아닌가. 과연 당신들이 목표한데로 투쟁문화와 교육 사업은 일대 혁신을 가져올까요?
이런 유치한 발상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먹혀든다고 판단한 거요? 이런 내용이 민노총이 내세우는 ‘아이를 살리는 7 가지 약속’ 이란 말인가?
들여다보기를 마치고 허탈하게 나와 보니, 퀴즈 게임 사회자인 백금렬 교사가 "북녘 동포를 생각하는 것이 친북 세력이라면 종북 비판 달게 받겠다." 라고 자기가 '의인'인 양 행세하고 있다. 과연 퀴즈 내용 어디에 북녘 동포를 생각한 구석이 있는지 보여 주시게나, 의인!
세습체제 찬양과 실패한 과거 경제정책 언급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모두가 넌센스 퀴즈인 것을!
딴지 김 어준이 ‘쫄지 마라’ 했다고? 아니지, 그 윗선 김 정은이겠지. 딴짓하지 말게나!
내 제안하나 하지.
귀향하는 버스에서 풀어 볼만한 북한 관련 문제로.
- Q: 김 정은이 후계자가 되자 맨 처음 한 말은?
- A: 3 년 내에 주민들에게 쌀밥과 고기를 먹이는 일이 목표다. (2010.12.06 요미우리 신문)
어떤가? 상큼하지? 넌센스 문제로는,
-A : 돼지하고 악수할래? (돼지하고 당나귀는 앙숙이다)
이 정도는 돼야 ‘종북 놀음’이 우스꽝스럽다고 안하지. 안 그래요? 황수영 (통일위원장)씨, 엄미경(통일국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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