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이 예민한 시기에 차범근 해설위원이 런던에서 올림픽 4강전의 주역 박주영선수에게 욕설을 했다.

“박주영, 사랑한다, 이놈아!”

한참(아마 20년 쯤) 전 TV가 깨끗한(?) 시절, 유명 아역스타가 오랜 공백을 깨고 한 TV 대담프로에 나와 대만 유학에서의 에피소드를 유머를 섞어 털어 놨던 적이 있다.

그 두 마디는 ‘츠팔노마(밥 먹었냐?)’와 ‘조따거(조 형)’였다. 쇼킹한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지만 이후 그를 보지 못하였다. 이유는 불분명하다. 그런데 바로 그 용어가 작년에 다시 드라마 속에 등장하였다.

KBS노조는 한 술 더 떠 ‘올해의 사자성어’로 채택하였으니 ‘施罰勞馬(시벌로마)’가 그것이다. 같은 드라마 속에서는 ‘足家之馬’(족가지마)라는 희귀성어도 등장하였다.

그럴듯한 한자로 뜻을 짜깁기 했지만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천한 욕설이다. 몇 달 전 인기 많던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지엄하신 세종 임금마저 ‘지랄, 우라질, 젠장’을 첫 회부터 주둥이 아니, 입을 거칠게 놀리셨다.

욕설은 소리 없이 안방까지 들어와 한 가족의 저녁 밥상을 꿰차고 말았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위기의식 따윈 없다. 사자성어가 웃다보면 언젠가 수능에 출제될 지도 모를 일, 메모나 해두자. 유치한 언어유희는 예능이나 문학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판사님이 ‘가카 새끼 짬뽕’, ‘가카의 빅엿’ 이라며 국가원수를 조롱한다. 문학 작품, 또는 개콘이 아닌 판사의 트윗에서다. 튀어도 너무 튄다.

고래로, 술에 관대한 우리의 정서로 해서 안주 삼던 욕설까지 너그럽게 인정돼 왔다. 걸쭉한 입담으로 사랑받던 판소리의 욕설, 비유와 풍자로 사회의 부조리를 깨우쳐 주던 김삿갓 시인, 물레방아의 나도향 등 향토 문학 속에 질펀하게 녹아 있는 욕설은 험난한 서민들의 생활 속에 활력소였다.

그러나 , 80~90 년대 자유화를 빌미로, 있어야 할 방파제가 죄다 무너져 버린 탓에 때와 장소 구분 없이 지체 높은 양반들까지 서민들이나 즐길 ‘욕쟁이 문화’에 솔선하고 있다.

정치인이야 원래 그러려니 하여 여의도는 별 신경 안 쓰지만, 윗물이 더럽다보니 서초동은 물론 전 국토가 구정물이 넘칠까 그게 걱정이다. IT 최대 강국으로서의 강점을 충분히 살려 청소년들은 ‘욕 배틀’이 난무하고 ‘욕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란다.

조사에 의하면 90 % 이상의 초등생이 ‘하루 욕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생긴다고 한다.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친근감 표시이기도 하지만 그 문화에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욕설이라 하니, 마약보다 더 중독성 강한 퇴폐문화에 길들이고, 세종대왕이 창조하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언어의 파괴를 부채질 하는 것은 어른들이요, 언론 공간이다.

이미 인터넷 방송에서는 여기저기서 내장 썩은 냄새가 진동하여 청소년, 성년 할 것 없이 오염이 심각한데 정부는 마냥 수수방관하고 미디어 매체는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욕쟁이를 유명 스타로 대우하고 급기야 국회의원으로 추대하려다 된통 망신만 당하였다.

그렇게 당하고도 이러는 걸 보면 하나같이 욕설이 앞으로 지도자의 필수덕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욕바가지가 대접받는 세상이다. 눈치 빠른 이는 강남에 학원자리 알아보고 있지 않나 모를 일이다. 욕을 못해 설난(說難)을 겪는 일은 피해야 하니까 이것도 조기교육으로 해결하고 싶겠지.

일상사에서 이 년, 저 년, 그 년은 늘 가까이 있는 말이다. 참, ‘ 네 이년 ’도 있다 한다.

행간에 이미 답이 나와 있기에 구차하게 실수나 오타라고 변명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차라리 내심이라는 말이 솔직해 좋다.

요즘 노랫말로 ‘예쁜 그녀’를 ‘예쁜 걸’, ‘멋있는 여자’는 ‘존 걸’이라 한다.
그러면, 이종걸은 원래 ‘이종년?’ 아닌감?
“아, 아니 되오! 우리 도련님은 아니 되오! 광복절을 맞아 무슨 해괴한 일들이요?”

백사 이항복은 장인 권률 장군과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충신이요 이회영 어른은 제국주의 일본에 항거한 애국투사로서 그 후손 이 종걸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KS 인증품’이 아니던가!

허기야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할아버지의 ‘개구쟁이 DNA’가 발현했을 수 있다고 보면 이해되겠지요? 오성은 어려서 퇴계 선생에게 남녀의 성기를 이름 지은 연유를 캐묻고, 이웃 어른이신 권 률 장군 집에 찾아가 창문을 뚫은 주먹이 누구 주먹이냐고 따지던 당찬 소년! 바로 그 후손이니 이번 장난기를 너그러이 봐 줍시다.

문제는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고 하듯이 “고것 가지곤 약해 ,더 세게!” 하며 무슨 강장제 선전하듯 부추기는 시정잡배 의원들의 행태다. 국회 단상에서 연설하는 데, 야지 걸고 훈수 넣고 빈정대는 야바우 꾼들의 몰상식한 얼굴 없는 욕설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이참에 국회의원들이 자정노력을 기대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첫 째, 넓게 새 단장한 회관 목욕탕에서 아가리 아니 입을 깨끗이 씻으세요.
둘 째, 매달 의원이 의정 활동 중 내뱉은 욕설을 채집·심사하여 최종 선정된 욕설은 표창하고, 기념우표를 만든다.(소녀시대 참고)

그 다음은 언론 차례요. 시발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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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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