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철 리얼콘 칼럼니스트]

지난해 12월 17일(?) 급사한 김정일이 뒤를 이어 약관 28살의 어린 김정은이로의 권력 승계가 아직까지는 무난하게 잘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을 지난 15일 전격 숙청한 것으로 봐서 김정은 친정체제 구축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정은이 나이가 많은 군 인사에 대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고 돈벌이 등 경제활동 주도권을 군이 아닌 내각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이영호가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김정은이의 군 통제 강화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숙청됐다는 얘기겠지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는 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정책 조언을 하는 등 장성택이 수렴청정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예상도 되지만 권력이라는 것이 워낙 미묘하고 요상한 것이라 김정은이 후계 구도가 완전하게 확립되었다 싶으면 아마도 제일먼저 숙청될 인물이 장성택이 될 듯 싶습니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가 있는 것 같이 보이면 안되는 것이 독재자들이 가진 본성이기 때문이지요.

김정은의 리더십과 관련해 국정원은 “정치적 연륜과 북한 실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비현실적 지시를 하거나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체제 불안을 막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의 권한을 확대했으며,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등 고위 간부 20여 명을 숙청·해임하는 등 3대 세습의 위협 요소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음으로는 보위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정보기관을 총동원하여 친정체제 걸림돌이 되거나 미온적인 사람들을 숙청하고 양으로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흉내를 내며 양공 작전을 펼치며 벌이는 노력이 가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이설주라는 여인까지 화려하게 등장시켜 뭔가 변화를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언론들은 앞 다투어 가십성 기사로 이설주라는 여인의 행적과 외모에 대해서 관음증 수준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체제가 어떻게든지 변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온다면야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과연 할아버지 때부터 60여 년 간을 이어온 수령주의가 28살 애숭이에 의해서 폐기처분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주 회의적으로 보입니다.

원래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더 갖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는데, 더군다나 북한은 3대부자세습 수령통치로 굳어진 사회인데 그것을 스스로 버린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을 잃으면 자기자신 상실감만 있지만,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 권력을 잃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잃는다는 것일진데, 할아버지 목소리 제스츄어 복장까지 따라하며 권력을 추구하는 김정은이이가 목숨을 걸고 수령주의를 버릴 위인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는 선군정치(先軍政治)를 과연 김정은이가 버릴 수 있는가 입니다. 1998년경부터 김정일이 통치방법으로 자리잡아온 선군정치를 버리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남북관계에서 그동안 숱하게 반복되어온 것이, 일부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나오면 군부 강경파들이 도발을 일삼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는 했었는데 아직 경력이나 통찰력이나 연륜이나 군부장악력이 김정일이 보다 한참은 부족해 보이는 김정은이가 쉽게 선군정치를 떨쳐내 버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독재자들의 손발이 되고 권력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곳이 군대인데, 독재자들의 권력이 나온다는 총부리를 스스로 쉽게 거두어들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동안 선대 2대까지는 베일속에 가려져왔던 북한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공개되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노출되었다고 해서 곧 북한에 큰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상당한 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아리따운 부인을 전면에 등장시킴으로 인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무지막지한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조금 덜어낼 수는 있겠지만, 김정은이 개인이 처한 권력 현실과 반세기 넘게 굳어져온 북한 체제의 특성이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일려면 최소한도 금강산 관광객을 군인이 정조준하여 사살한 것에 대한 사과와 살인자 처벌을 통해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평화를 존중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천안함을 피격하고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것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과 명령권자 처벌이 있다면 북한의 변화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진정성을 부여할 것입니다.

선대의 정책 판단 미숙으로 한반도에 핵무기가 등장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핵폐기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버선발로 뛰쳐나가 손 걷어부치고 나서서 북한을 도와줄 것입니다.

최근 김정은이가 선대 독재자들과는 다르게 새롭게 이미지 쇄신을 하며 나온 것은 자기자신 친정체제구축의 한 일환이며 임계점에 다다른 북한인민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하나의 술책이지 그것이 곧 화해의 남북관계로 이어질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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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21kc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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