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임, 시민활동가]

1951년 11월 하와이 총영사 김용식을 임시수도 부산으로 불렀다.

“한일간에 해양 분계선이 유지돼야 합네다. 미국과 일본이 평화협정을 맺고 나면 자동적으로 철폐될 클라크라인(1946년 독도를 포함한 맥아더의 해양경계선은 사령관이 클라크로 바뀌었다)을 우리는 반드시 존속시켜야만 합네다.

일본 어선은 200만여 톤이나 되고 우리는 겨우 10만 톤입네다. 장비와 기술도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습네다. 우리 해양을 침범한 일본 어선을 무려 몇 십 척씩이나 나포한 것도 클라크 라인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대마도에서 우리 의병이 들고 일어났던 일을 강조해야 합니다. ”

6.25전쟁의 어수선한 틈을 탄 일본은 우리 연안을 남획하여 바다의 씨를 말릴 지경이었다. 한국해양경비정 규모와 속도가 너무 초라했다. 사실 우리가 고성능의 일본어선을 잡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일본 어선이 그물, 스크류 같은 설치물 때문에 미처 달아나지 못하거나 고장 난 배를 잡아들였다. 그때는 총까지 쏘면서 나포하여 배는 압수하고 어부들을 수용소에 감금했다. 그렇게 우리 어민들의 재산을 보호했다. 

이승만은 김용식에게 이와 같은 내용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문화재와 대마도까지 반환 주장을 거듭 당부하였고, 일본과의 외교에 대한 대화법까지 일일이 지도하였다.

그리고 1951년 1월 18일 이승만은 전격적으로 확실하게 독도를 포함한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에 맞선 이승만의 발표에 국제여론이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승만은 곧 이렇게 해명했다.

“한일양국의 평화유지가 선언의 목적이다. 그래서 평화선이라고 한다.”

일본은 평화선을 ‘이승만 라인’ 혹은 ‘이 라인’이라 불렀다.
국제법 박사 이승만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혜안이었으며 쾌거였다.

한국 해경은 328척의 일본 배와 3929명의 선원을 잡았고, 배는 우리의 경비정 실습선 등으로 쓰기도 했다.
국제법이 무용지물이라 국제법 수강료는 돌려받아야 한다고 곧잘 농담했던 이승만이 사실상 돌려받은 국제법 수강료는 실로 어마어마했다고 할 수 있다.

51년 2월 공산게릴라를 토벌하던 국군이 경상북도 거창군 신원면 마을 주민 수백 명을 빨치산과 내통한 혐의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회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강력하게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거기다 국회의원 서민호는 군 장교를 권총으로 살해하였다. 서민호를 처벌하라는 이승만의 명령은 전혀 권위가 서지 못했다. 국회와 법원은 이승만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연달아 3월에는 국민방위군 사건이 터졌다.
6.25전쟁이 터진 첫 3개월 동안 수많은 남한의 청년들이 북한군에 강제 징집되어 희생됐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50년 12월부터 17세에서 50세의 장정 50만여 명을 징집했다. 그들은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야 했다. 그 과정에 보급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굶주림과 각종 질병과 추운 겨울 동상에다가 강을 건너다 얼음이 깨져 줄줄이 익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런 비참한 상황이 알려지자 국회와 언론은 정부에 맹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 선거도 다가오고 있었다. 대통령 선출방식은 간접선거였다. 이런 상태로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승만은 여론에 호소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 선출권을 직접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하는데 국회와 언론이 반대합네다.”

이승만을 지지하는 여론이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어났다.
백골단, 민중자결단, 땃벌떼, 등의 청년들은 국회의사당에 밀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네 시간이나 감금하고 낮에는 드러눕고 밤에는 외쳐댔다.
지방의회들도 직선제 개헌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드디어 1952년 7월 4일 직선제 헌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간접선거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명분이 서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전쟁 중에도 유엔 선거감시위원단의 참관 하에 유권자 88%가 참여해 74.6%라는 강력한 지지로 이승만이 당당하게 2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때부터는 국회도 더 이상 이승만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미국은 전쟁 전 상태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전쟁이 아닌 외교적인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이승만이 부르르 떨며 완강히 반대했다.
1953년 4월 9일 휴전에 대한 정식 항의문을 보냈다. 통일도 가지지 못한 채 죽음과 파괴만 남긴 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었다.
이승만은 연일 강력한 어조로 반박했다.

“중공군을 북한에 둔 채 휴전협정을 체결한다면 한국은 통일을 위해 단독으로 북진할 것이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도 좋다. 단 공중폭격 야포사격 함포사격을 지원해 달라. 그렇게 못하겠다면 한국군을 유엔군에서 빼겠다!”

반공포로석방 (반공포로를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유엔이 한국정부에 묻지도 않고 휴전을 하려고 한데 이승만은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유엔측이 반공포로를 송환위원회에 넘겨 각자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공산측에게 양보’한 것은 절대로 참을 수 없었다. 공산 측에게 넘어간 반공포로의 앞날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포로수용소에서는 전향한 반공포로와 친공 포로가 서로 나뉘어 심하게 갈등을 빚어 서로 죽이기까지 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반공포로를 구출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 마음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했다.

1953년 6월 18일 새벽 2시였다.
원용덕 장군의 지휘 아래 헌병들이 일제히 카빈 총소리를 냈다. 연초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거사였다.
그 총소리를 신호로 부산, 대구, 광주, 마산, 영천, 논산, 부평 등 여러 수용소에 나뉘어 있던 반공포로들은 철조망을 뚫고 2만 7천명이 한꺼번에 탈출했다. 그 과정에 비록 60여명이 희생되었지만 대부분 경찰들이 안내하는 민가에 숨어들었다.
대성공이었다.

▲ 석방된 반공포로들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며 기뻐하는 모습

오전 11시 이승만은 국제법으로도 정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유엔 참전국들은 펄펄 뛰면서 항의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가장 강력한 어조로 항의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승만을 달래지 않고서는 휴전을 할 수 없다는 것만 깨달아야 했다.
이 반공 포로 석방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처럼 프라이드를 느끼게 했고, 이승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1953년 6월 25일 로버트슨 미국무 극동담당 차관보가 특사로 서울에 파견됐다.
이승만은 휴전에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한미동맹체결과 경제원조와 무기지원을 요구했다. 이런 것 없이 미군이 철수하면 공산국가의 손아귀에 넘어갈 것이 뻔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찬성할 리 만무했다.
회 담은 3주 동안 계속되었다.
그 사이 이승만은 미국의 동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자극적인 성명서를 여러 차례 발표했다.

“지금 한국의 반공투쟁은 18세기 영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독립투쟁과 같은 것입니다..”

그 방송을 듣고 미국의 수천 명의 미국인들이 이승만에게 격려편지를 보내왔다. 한미동맹 체결을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주 의회들도 있었다. 우파계통의 신문들은 지지논설을 실었다.
결국 이승만은 미국 정부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한국의 참전국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그리스, 터키, 이디오피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라카공화국, 태국, 필리핀, 캐나다, 콜럼비아 등 16개국에 일본군도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다.
의료지원국도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등 5개국이었고
물자지원국으로 브라질,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쿠아도르,엘살바도르,쿠바,칠레,코스타리카,아이슬랜드,리베리아,멕시코,파키스탄,파나마,이스라엘,니카라구아,레바논,파라과이,페루,우루과이,베네주엘라 등 20개국으로 세계 40여 개국이 대한민국을 도왔다.

이승만은 미국으로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 장기간의 원조와 2억 달러의 부흥원조, 한국지상군 20개 사단 증강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대신 미국에 건네 준 것은 “휴전을 방해하지 않겠다. 는 친서 한 장이 전부였다.

미국 대표단들이 떠난 뒤 협상에 참여한 김용식에게 이승만이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공수동맹이야!”
공수동맹(攻守同盟)이란 공격이나 수비를 같이 하자고 다른 나라 사이에 맺은 동맹을 뜻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1953. 8. 8).악수하는 변영태 외무부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 뒤에 이승만 대통령

전후복구와 부국강병

잿더미에서 국가를 건설해야 했다.
국방이 최우선이었다.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이승만은 가급적 많은 원조를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노예와 다름없었던 소작농을 자작농이 되게 하고, 지주들을 산업화로 전환하려했다. 계획은 뜻처럼 쉽지 않았다. 물가는 폭등하였다. 인플레에 의한 물가폭등을 막기 위해 미국은 고환율과 변동환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저환율과 고정환율을 굳게 고수했다. 원조물자는 한화로 환산하여 한국은행에 예치하였기 때문에, 원조물자를 늘리려면 원화가 낮아지는 저환율을 밀고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는 달러의 양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미국은 달러의 환율이 높아지는 만큼 한화 원조 량이 느는 효과를 꾀했지만 이승만의 완강한 거부로 미국의 뜻은 관철되지 못했다.
미국의 원조 사용에도 갈등이 일었다.

미국은 기아와 질병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소비재와 원자재 위주의 수입을 요구하였지만, 이승만은 공장설비 같은 생산건설에 치중하였다. 그래서 세부 계획안을 미리 마련하여 장기적인 미래를 더 중점적으로 대비했다.

원조자금으로 맨 먼저 착수한 것이 절대 부족한 비료사업이었다. 1953년에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54년에 원조자금을 확보하여 충북 충주에 건설할 것을 내용으로 미국 맥크로회사와 건설계약을 체결하였다. 건설과정에서 3차에 걸친 추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착공한 지 6년만인 1961년 4월에 역사적인 준공을 보게 되었다. 해방 후 최초의 대규모 화학공장이었다 이 건설로 익힌 경험으로 호남비료 제2 제3 비료공장 울산석유화학 등 한국의 화학공업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미국 스미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경북 문경, 삼척 등에 시멘트공장을 건설하였다.

파나마국적의 빈넬회사와 건설을 계약을 체결하여 인천 유리공장을 만들어 국내 판유리 수요를 충족함은 물론 수출여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조선소를 세웠고, 비록 실패했지만 제철공장과 비행기 공장까지 있었다.

이러한 부흥계획 추진과 더불어 가장 필요한 조건은 에너지였다. 연기가 나는 유연탄을 무연탄으로 개발해냈고, 가장 중요한 전력(電力)에너지 발전이 문제였다. 그래서 1953년부터 ‘전력개발3개년계획’을 수립하고 “水力발전소와 火力발전소” 크게 두 가지로 계획했다.
수력은 청평 영월 단양 충주 등 남한강과 북한강 위주의 개발계획이었다. 

화력은 서울 당인리 마산 삼척 이었다.
한국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상한 수력발전소는 당초 그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력개발→(火水力)병행개발→ 화력개발로 방향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왜냐면 수력발전소가 화력발전소에 비해 공사기간이 길고 건설단가가 비싸다는 이유였다. 당장 전력부족분을 해결하기에는 화력발전소가 적합했다. 그러나 건설가격은 화력발전소가 저렴하지만 전기를 만드는 가격 면에서는 수력이 저렴한 것은 당연하였다. 화력발전소는 연료로 수입디젤이 필요한 때문이었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남부임  nambooim@gmail.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