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친박의 좌장(座長) 격인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안철수 교수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그 내용인 즉슨 "안철수는 서민과 노동자 계급 뿐아니라 귀족층까지 넘나들며 20년을 집권한 나폴레옹 3세와 흡사하다"며 기회주의적 행보를 비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작은 화단을 하나 가꾸는데도 계획이 필요한 법인데 단 하나의 비쥬얼라이제이션(시각화)도 보여준 게 없다"며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는 직격탄(直擊彈)을 날렸다.

참으로 듣던중 통쾌한 소리고 국민 다수의 심정을 대신한 웅변(雄辯)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사실 말이 나와 말이지 안철수의 그간 행보는 안개를 넘어 심해(深海)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나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때가 되면 거취를 국민 앞에 표명하겠다" 등 다소 엉뚱하면서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친 게 사실이다.

오죽 안철수의 간보기에 질렸으면 한 정치평론가조차 "그 속을 알 수 없다"라는 간단명료한 말로 어정쩡한 행보를 비판했겠나?

물론 비정치인이자 학자인 안철수가 청년층의 호들갑에 맞춰 출마를 운운하고 단일화를 거론하는 것도 볼쌍사나웠을 것이다.현재 30%를 넘나드는 지지율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시발점이 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고 "버블(거품)에 가깝다"며 폄훼하는 전문가도 상당수인 게 사실 아닌가?

문제는 이런 갖가지 설(說)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의 지지율이 근 1년에 가깝도록 요지부동이란 점과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문재인만 빼면 전부를 합쳐도 안철수에게 택도 없다는 사실이다.

고로 안철수를 빼곤 금번 대통령 선거를 논할 수 없다는 소리다.허면,비록 안철수가 비정치인이지만 고수(高手)들과의 일전에 대한 소견을 밝히는 게 도리란 걸 알 수 있다.한마디로 대권(大權)을 놓고 벌일 용쟁호투(龍爭虎鬪)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기권할 것인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검증 작업과 단일화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3~4개월 남은 셈인데 언제까지 은둔이 곧 미덕인 양 점잖을 뺄 요량인가?

안철수는 하루 속히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설(僥說)은 이제 듣고 싶지도 않다"는 게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견해란 걸 안철수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아마 여기까지가 홍사덕이 선전포고를 하며 주창하고 싶었던 요지와 맥을 같이 할 것이다.맞는 소리다!허나,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정치를 할까,말까조차 결정하지 못한 비정치인에게 독설을 날린 건 자신도 하수(下手)로 격하시킨 우매한 짓이였다.

더욱이 문재인의 상승세가 가파른 지금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아마추어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는 건 입신(入神)의 경지라는 정치 9단을 목전에 둔 홍사덕 답지 않은 무리수다.

홍사덕의 충정과 기백은 높게 평가하지만 지금 친박 측이 안철수와 일전을 벌일 이유가 없을 뿐더러 격한 언사로 야권 전체를 反박근혜로 뭉치게 해준 점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다.자고로 "적(適)의 적은 동맹이 가능하다"했다.고로 친박은 안철수를 깔 게 아니라 그를 띄우면서 문재인과 민통당 주자들을 격동시켜야 한다.

가령 "야권은 안 교수가 행보를 결정해야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내지는 "문재인이 열심히 쫒아온들 안철수라는 큰 산을 넘지 않고선 대권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비아냥도 훌륭한 간계가 될 것이다.

얼마나 좋나?덕담을 가장한 이간질이 말이다.문재인 측과 야권은 속셈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왜냐?한 치의 오차가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가 지지율 2위를 달린다던지 안철수가 거취를 표명했다면 얘긴 다르겠으나 급할 게 하나 없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사람이 도전자에게 빨리 싸우자고 닦달을 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사태가 아니고 뭔가?홍사덕은 조급할 이유가 없다!

친박의 좌장이자 선대위원장이라면 안철수와 민통당의 싸움을 부추겨야지 출마 자체가 불분명한 사람을 흔들어 '사나운 친박'이라는 눈총을 받을 이유가 없다.몸이 달아 오른 건 도전자지 챔피온이 아니질 않나?아직은 홍사덕 이하 친박이 발톱은 커녕 이빨조차 드러내선 안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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