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김영삼 前 대통령이 경선 출마 선언 직전 문안 인사차 방문한 김문수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요량으로 박근혜 후보를 향해 독설을 날린 모양이다.그중 여러 소리는 차지하고 "사자는 커녕 칠푼이"라며 폄훼한 대목은 일국(一國)의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는 대경실색(大驚失色)할 노릇이다.

더욱이 국민의 7할 이상이 故 박정희 前 대통령의 공적(功積)을 인정하거늘 독재자 운운하며 치도곤(治盜棍)을 내리쳤다는 건 자신의 무능 때문에 돌반지까지 싹싹 모아 IMF 탈출에 온 힘을 쏟았던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비록 박근혜가 아쉬움이 있고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키운 아들 현철 씨에게 공천을 안 줘 뿔이 났다 쳐도,할 말과 안 할 말이 있거늘 칠푼이라니?이게 나라의 어른인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린가?

아니 김영삼은 그렇게 어휘력이 없나?내가 "사자는 커녕 고양이다"라고 빗댔으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는다.칠푼이가 뭔가?칠푼이의 원 뜻은 열달을 못 채우고 나온 칠삭동이지만,흔히 좀 모자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허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능력이 못 미덥더라도 칠푼이라는 조롱은 삼가해야 하는 게 후배 정치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아니 박근혜가 칠푼이면 그를 지지하는 국민은 머저리란 말인가?

김영삼은 자신의 키즈(KIDS)중 한 사람인 김문수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다면 정치 구단답게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창하다 어려운 결정을 했다" 내지 "정치는 생물(生物)과 같아 현재 낮은 지지율에 낙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는 덕담을 건넸어야 했다.얼마나 모양새도 좋은가?비박 3인 중에 김문수만 경선 출마를 선언해 줏대 없는 정치인이라는 비난은 듣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의 부담감을 덜어주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大선배를 찾아온 후배 정치인에게 조건 없이 힘을 실어주는 김영삼의 정감어린 모습을 보며 폭력 국회에 진저리를 치던 국민들 또한 가슴 뿌듯하게 바라봤을 것이다.헌데 김영삼은 이 수채화 같은 그림을 거부하고 "박근혜는 칠푼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정치 구단'이 '막말 구단'으로 추락하는 장면을 보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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