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내가 삼국지 팬카페에서 활동하며 느낀점이 두가지가 있다.첫째는 간웅으로 그려졌던 조조에게 환호하는 이가 상당하다는 것과 둘째는 천하제일의 지략가라는 제갈량을 씹는 까돌이들이 적잖다는 점이다.

조조는 시대적 상황이 원말명초(元末明初)다보니 나관중이 한족(漢族)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고조 유방의 후손인 유비를 내세워 간사하고 야비한 인물로 각색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일까?고지식한 유비와 달리 무서우리만큼 실리형 지도자인 조조는 유교의 영향이 큰 중국이나 한국 등지에서 능력은 인정받을지언정 호감도는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반면 격식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일본인이 조자룡과 함께 조조에게 윙크를 날린다는 건 체면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그들의 민족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안은 한중일 모두 의리의 화신 관우가 세손가락 안에 존재할 뿐더러,제갈량 또한 상위권에 랭크됐다는 점이다.다시 말해 "관우와 제갈량을 빼고 삼국지를 논하지 말라"는 뜻이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 밝혔듯이 제갈량을 폄훼하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제갈량 물어뜯기에 환장한 자들의 주 레퍼토리는 제갈량의 출세욕과 북벌(北伐)의 비현실성이다.쉽게 말해 제갈량은 정치가가 아니라 권력욕에 사로잡힌 간신배요,국력을 소진한 패장이란 주장이다.내가 제걀량 팬이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반론을 수차례 했지만,시각차만 확인할 뿐 공허한 메아리였다.

반면,삼국지의 원류인 중국인조차 제갈량을 강태공,장자방과 함께 중국 역사상 3대 전략가로 인정하고 있다.한발 더 나아가 그들은 우리의 정승 격인 '승상(承相)'하면 수 많은 인재 중 제갈량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무신(武神)은 관우요,문신(文神)은 제갈량이라는 인식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다.어디 그 뿐인가?

제갈량은 중국의 3대 명문(名文)인 출사표(出師表)를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오죽 그 글이 애절했으면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남자(충신)가 아니다"라는 중국 속담까지 존재하겠나?

조조,손권과 달리 땅 한떼기 없던 유비를 촉의 황제로 등극시킨 전략가이자,명장 관우를 생포해 수급을 취하는 데 결정적인 술책을 쓴 오(吳)의 육손조차 "제갈량은 나같은 사람이 상대할 군사(軍師)가 아니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신기(神機)에 능통한 인물이였다.

그리고,유비의 유훈으로 시작된 북벌 실패를 들먹이며 제갈량을 매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제갈량과 오호대장군의 혁혁한 전과로 간신히 터를 잡은 촉은 관우의 죽음을 복수하겠다며 황제인 유비가 무리하게 오나라 정벌에 나서는 순간 기울기 시작했다.

제갈량이 그토록 만류했지만 이미 관우의 죽음으로 이성을 잃은 유비는 간청을 뿌리치고 기세좋게 나섰으나 완패하고 자신도 전장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이때부터 촉은 국운이 급격히 쇠하기 시작했고,위나라와의 국력차는 1:6인 절대 열세로 변모했다.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6차례나 주군의 유훈 달성을 위해 북벌에 나선 충신 제갈량을 보고 패장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궤변이자 모순이다..

18대 대선의 선두주자 박근혜 의원이 대선 캠프를 마련하고 출사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다.참으로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그간 박근혜에 대해 애증(愛憎)을 지니고 비판해 왔지만 대한민국을 좀먹는 종북좌파와의 일전을 위해 국민의 성원을 누가 많이 받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 따져 봤을 때 박근혜가 가장 근접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이번 대선 구도는 대한민국 對 종북좌파의 대결인데 밑바닥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는 야당 주자보다 못한 새누리 주자에게 매달리다가 대권을 헌납(?)하는 비극은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그때 가서 콧물 질질 흘리며 대성통곡할 건가?종북에게 정권을 넘긴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국민에게 석고대죄라도 할 것이냔 말이다!

정권을 뺏기면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이제 될 사람을 밀어주는 게 상책이라고 본다.박근혜가 정통 보수를 지향하지 않고 외향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좌로 쏠리는 점은 불만이지만,폭넓은 대중적 성원을 5년간 이끌어낸 점은 분명 기이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박근혜만의 저력이다.

제갈량을 헐뜯는 까돌이들처럼 지금 종북좌파의 박근혜 패대기는 정도를 넘은지 오래다.또 부산에서발생한 저질 포스터에서 보듯 전방위로 펼쳐지는 인신공격은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이러한 때 박근혜는 실책을 줄이는 진중함과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의 기치를 내세운 출사표를 만천하에 공표해야만 돌아오는 대선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출사표가 대한민국 남자의 눈물샘을 자극할지 두고볼 일이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정해중  blog.chosun.com/jhj7194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