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도덕이나 이념 등 관념적인 것들이 넘쳐나지만 사실은 유물론을 철저하게 추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부정부패가 있다.

부정부패는「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권력자와 같이 한다 아무리 위에서「엄중대처」와「발본색원」을 외치고「법대로」를 부르짖어도 국민들이 시니컬한 것은 거기에 엄정(嚴正)함이 없기 때문이다.

후진국 스파르타가 선진국 아테네를 이기고. 제갈공명이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거기에는 엄정함이란 감동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특히 제갈량의「울면서 마속을 베다.」에서는 공정무사함의 극치를 볼 수 있으며, 아들 제갈침과 손자 제갈상은 전쟁에서 죽고, 시앗을 보지 않은 채 박색(薄色)인 부인 황씨와 해로한데서 그의 자기절제와 나라사랑을 엿볼 수 있다. 법가(法家)는 청렴이 그 생명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정부채가 심한 것은 위선자가 많기 때문이다. 연암(燕巖)의 소설 호질(虎叱)에 나오는 도학선생 북곽과 수절과부 동리자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모두 관념적인 것을 말하고 모두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말하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념적인 것은 언어의 유희(遊戱)이고, 물질적인 것은 우리가 비난하는 유물론자들을 훨씬 능가한다.

이인(異人) 기인(奇人) 괴인(怪人) 등을 부정하고 위험시 하는 데서도 부정부패는 창궐한다. 어머니가 관기(官妓)지만 시를 잘 지은 이달. 살아있는 달마도를 그렸다는 김명국. 중국 청나라 양주팔괴 중의 한 사람인 정판교 같은 사람은 부정부패를 연상조차 할 수 없다. 자유분방한 사람과는 달리 표준적이고 정형적인 인간은 부정에 항거하거나 부패에 분노 할 수 없다.

「존명(尊名)과 부귀는 오래하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역사인식과 철학이 빈곤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며, 자본주의에 회의를 느껴 산속에 들어가 살던 중 복권에 당첨되자 불로소득의 횡재라는 양심의 가책에 따라 복권을 찢어버린 스콧 니어링 같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이 전무(全無)하다는 것이며,「중생 기뻐하면 나도 기뻐하고. 중생 슬퍼하면 나도 슬퍼한다.」는 유마거사의 동병상련하는 마음의 싹조차 없다는 것이다.

또 이것은「황금을 돌같이 여겨라.」라는 최영장군의 아버지 같은 훌륭한 아버지를 안 두었다는 것이고,「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고 말한 정몽주의 어머니 같은 훌륭한 어머니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뼈대 있는 집안을 찾는 것은「왕대밭에서 왕대 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위엄과 기품은 스스로 얻는 것이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것은 옥쇄(玉碎)의 어원인「깨진 옥이 돌지언정 온전한 기와는 되지 않겠다. 寧爲玉碎 不爲瓦全」는 기개 있고 기백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역아. 개방. 수조 같은 간신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중이 없는 것이 문제다.」라는 옛사람의 말처럼 온갖 정상배와 모리배는 들끓으나 관중 같은 정치인은 좀처럼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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