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임, 시민활동가]

진격하라! 북진통일을 위하여..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의 목숨을 건 기도는 하늘을 감동시켰다.
미군도 최선을 다했다.
9월 15일,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한 맥아더 지휘의 인천상륙작전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상륙지점이 목포로 예정되기도 했다. 마침내 9월 28일 서울을 다시 찾았다. 이때 도망치고 산속으로 숨어들던 공산군은 무수한 양민을 학살할 뿐만 아니라 가옥과 문화재까지 불 질렀다.

1950년 10월 19일 북한공산군의 민간인 학살

다시 서울을 찾은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열망했다.
생존해있을지 모를 애국자 조만식(曺晩植)을 떠올렸다. 이 기회에 북진 통일하여 북한 출신 조만식을 총리에 기용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맥아더의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훈장을 수여할 때도 멀리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렸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수여식이 끝나고 이승만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지체 없이 북진해야 하오. 그들에게 재편성할 시간을 주지 않아야 저항하지 못할 것이오!”

맥아더가 대답했다.

“UN이 38선을 넘도록 나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UN의 허락을 기다리라는 명령입니다”

이승만이 말했다.

“UN이 이 문제를 결정할 때까지 장군은 휘하부대를 데리고 기다릴 수가 있지만 한국군이 밀고 올라가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소! 장군이 우리 군대에 공중지원을 한다면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우리 국군은 북진할 것입니다.”

맥아더도 이승만의 뜻과 같았지만 명령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38선에서 전쟁을 멈춘다는 것은 북한이 언제든지 다시 쳐들어오는 것을 묵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이승만은 국군의 단독 작전을 결심하고 정일권 참모총장에게 북진을 명령했다. 이때가 9월 30일이었다.
10월 1일 국군은 38선을 넘었다.

이 날 이승만은 민정을 알아보려고 나왔다. 남대문 근처에 이르렀을 때 삽시간에 모여든 서울시민은 만세를 불렀고 그들과 이승만은 얼싸안고 울었다. 그 사이 게릴라가 던진 수류탄이 굴러들어왔다. 다행히 불발탄이었다. 죽음의 위기는 습관처럼 닥쳤다.

다시 돌아온 경무대에는 공산당 남일이 황급히 도망치느라 그의 이름자가 새겨진 고급 양복 윗저고리와 양말도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이 마시던 소련제 양주가 박스에 가득했다.
프란체스카는 이 전리품을 무초대사와 노블과 워커장군에게 선물했다. 영양부족으로 바짝 마른 서울시민들이 줄지어 서서 울면서 이승만에게 태극기를 흔들던 모습이 남일과 공산당이 버린 양주상자에 오버랩 되어 흔들렸다.
갑자기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피가 나타났다!”

죽은 줄 알았던 애견 해피가 비쩍 마르고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모습으로 이승만의 품안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 험난했던 나날들을 어디서 무엇을 먹으며 지냈을까..

조병옥 내무장관이 보고했다.

“공산당이 서울을 탈출할 때 8천여 명의 요인과 애국자들을 납치하여 북으로 보내고 3천여 명을 살해했습니다.

이승만은 한밤중에 일어나 침대에 엎드려 기도했다.

“하나님, 이 미련한 늙은이에게 보다 큰 능력을 허락하시어 고통 받는 내 민족을 올바로 이끌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이승만의 기도로 프란체스카의 뺨에는 눈물이 타고 흘렀다. 고난의 역사를 지고 가야하는 민족지도자의 그 무거운 어깨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큰 힘을 내려주시옵소서”

북진을 거듭했다. 북한 주민들은 태극기를 가지고나와 흔들며 국군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승만은 북한지역에 치안을 담당할 경찰을 모집하고 신망 있는 인사들을 가능한 한 연고지에 배치할 것을 지시하며 무엇보다 납치당한 인사들을 구출하는데 힘쓰도록 하고 특히 우리 군인이 어떤 경우에도 북한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됐어! 됐어!”
이승만의 기뻐하는 목소리에 프란체스카는 눈물이 솟구쳤다.
서울을 탈환한 백선엽장군이 유재흥장군과 평양에 입성했다는 보고를 정일권 참모총장으로부터 들었던 것이었다.

10월 30일 이승만은 평양을 방문하여 태극기를 들고 나온 수많은 군중 앞에서 연설했다.

 

이승만 대통령 평양입성 환영대회 광경 (1950년 10월 30일)

통일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기쁨 또한 얼마가지 못했다.

1950년 10월, 미리 한반도에 들어와 있었던 중공군

10월 중순경, 중공군은 유엔군이 알아채지 못하게 은밀히 한반도에 들어와 포진하고 있었다.

야밤을 틈 타 들어오는 인민군

10월 18일, 북한에 끌려가던 남한 요인들 중 폐결핵 3기에다 발에 동상까지 걸린 소설가 이광수의 눈앞에서, 조만식을 대동강변에 가매장했다. 조만식과 같이 감옥에 갇혔던 500명이 그날 같이 총살당했다.

“소련군대가 조선에 온 목적이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

하고 따지던 조만식이 끝내 소련신탁통치를, 강강하고 서슬 퍼렇게 반대하자 1946년 1월 5일 그를 감금했다.
그리고 죽여 버린 것이다.
인민군은 가매장한 조만식을 다시 꺼내 국군과 미군이 죽였다며 끌고 다녔다.
조만식과 김일성을 잘 아는 소련군 정치 사령관 레베데프 소장은, 둘의 인물 차이를 조만식이 엄지손가락이면 김일성이 새끼손가락으로 비교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10월 15일, 태평양 웨이크 섬에서 시작된 회의에서 트루먼이 맥아더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중공군이 참전하겠는가?”

맥아더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대통령각하 전쟁은 추수감사절까지는 끝날 것이고 크리스마스에는 군대를 도쿄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중국공산당은 참전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이 전쟁에서 이겼으며 1951년 1월에는 한반도에서 유럽으로 1개 사단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승만은 미군이 떠나고 없는 한반도를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련의 부동항욕구와 공산화팽창정책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말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공산당은 분명 또 다시 쳐들어 올 것이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미국과 유엔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은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 것이오. 공산당이 또다시 쳐들어오면 미국이 또다시 한국을 도와준다는 보장도 없지 않소.”

반공주의자 이승만의 지혜와 애국심을 높이 여겨, 누구보다 이승만을 좋아한 맥아더는 이 노애국자의 근심을 깊이 경청했다.

이승만의 불안한 예감은 바로 나타났다.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미군과 유엔군은 정신없이 후퇴했고 피난민도 목숨을 걸고 따라 내려왔다.

이승만은 손을 훅훅 불었다.
맥아더는 강경하게 주장했다.

“전혀 새로운 전쟁입니다. 중공군을 막기 위해서는 출발기지인 만주와 보급 통로인 압록강 다리를 폭파해야 합니다!”

이승만의 생각과 같은 맥아더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공산당 모택동이 제일 무서워한 사람이 이런 이승만이었다. 그러나 트루먼은 절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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