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영웅이 없으니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이름을 날리는구나!(時無英雄 使豎子成名))」

이 말은 우리에게「백안시(白眼視)」로 유명한 완적이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싸우던 중국 하남성 형양 광무산(廣武山)에 올라 옛일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이 말은 그 후 우리나라에서는 이달(서얼시인), 윤휴(주자학의 프로테스탄트), 이건창(조선후기 문장가). 중국에서는 루쉰, 마오쩌뚱 등에게 사랑을 받았고 그들을 탄식케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완적의 이 탄식이 이제는 뭇사람들의 탄식이 되고. 한 시대의 탄식을 넘어 모든 시대의 탄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호 소동파는 이 말을「항우와 유방을 보잘 것 없는 것들로 본 것이 아니라 완적이 살던 시대의 술수와 향락으로 날이 새고 지던 위진(魏晉)시대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나 꼭 그의 견해가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완적 앞에서는 항우와 유방까지도 초라하고 볼품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완적은 660년 나당연합군에게 백제가 멸망당하자 낙화암에서 비바람에 꽃잎 떨어지듯 떨어진 수많은 백제 궁녀들의 운명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는 1234년 몽골군과 남송군의 맹공으로 나라가 망하자 자결한 금나라 애종(哀宗)이나 1453년 5월 29일 오스만 터키군이 콘스탄티노플에 쳐들어오자 장병들과 항전하다 전사한 동로마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같은 반듯한 군주를 염려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완적은 천사가 사람의 몸으로 내려왔다고 믿어도 좋은 사람, 생의 마지막에 영국이 그녀의 은혜에 감동하여 국장으로 장사 지내고 국립묘지격인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히길 바랐으나 이를 완곡히 고사하고 이스트웰로우의 시골교회 가족묘지에 묻힌 저 나이팅게일에서 고귀한 품성은 천성적인 것이고 후천적으로 강화되고 배가됨을 확인받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완적은 그의 후손 왕안석의「한나라의 은혜는 얕고, 오랑캐의 사랑은 깊다.(漢恩自淺 胡自深)」는 대륙을 넘는 호방함에서 보편성의 위대함을. 간디가 「국가와 민족이라도 진리에 앞설 수 없으며」「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소송을 하지 않는다. 」는 정신의 극치에서 같은 인간으로서의 경이 또는 안도감과 인류의 구원 또는 인간의 최고단계를 미리 엿보았는지 모른다.

유방은 건달이고 유유는 나무꾼이고 주온은 머슴이요 주원장은 도적떼 이자성은 역졸출신이다. 진승이「왕후장상에 그 씨가 있느냐?」선창하고, 고려 말의 노비 만적이 이에 후창 하였다. 문제는 ,예수가 태어난 나사렛보다 못한 이 나라인 것이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이 겨우 명정(銘旌,만장이나 조기)의 타이틀에 지나지 않고 민주인사 역시 백로가 아닌 까마귀인 이 나라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삼각산을 오른다. 광무산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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