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임, 시민활동가]

6.25전쟁! 전략가 이승만의 필사즉생(必死卽生)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20분,
잘 무장된 20만 명의 북한공산군은, 태극기를 버리고, 소련이 만들어준 붉은 인공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을 침공했다.

처음에는 평소 일으키는 국지전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오전 8시나 되어서야 전면 남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워싱턴으로 맥아더사령부로 급히 연락을 취했지만 일요일이라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앉아서 지새운 이승만은 다음 날 26일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맥아더 사령부와 통화가 됐다.
전속부관이 전화를 받았다.

“맥아더 사령관님은 지금 주무십니다. 깨우기 곤란하니 나중에 연락하십시오.”

“뭐라고! 지금 전쟁이 일어났는데!!! 당신들 나라 미국인들이 전부 죽어나갈 줄 아시오!”

이승만은 고함쳤다. 프란체스카는 너무 놀라 수화기를 가로 막았다.

“마미, 우리 국민이 맨손으로 죽어 가는데 사령관을 안 깨우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요!”

이승만은 몸을 부르르 떨며 프란체스카에게 소리 질렀다.
전속부관이 당황하여 말했다.

“각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맥아더 사령관이 전화를 바꾸자 이승만이 소리쳤다.

“오늘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은 누구의 책임이오? 당신 나라에서 좀 더 관심과 성의를 가졌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요! 우리가 여러 차례 경고하지 않습디까? 어서 한국을 구하시오!”

이승만은 무섭게 항의했다.

“바로 도쿄 극동사령부의 무기담당 히키장군에게 명해 무스탕전투기 10대, 105mm 곡사포 36문, 그리고 바주카포를 긴급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조종사 10명을 보낼 테니 단기훈련을 시켜 무스탕을 몰고 오도록 하시요.”

이렇게 맥아더사령관에게 명령한 이승만은 곧바로 워싱턴의 장면대사에게 전화했다.

“장 대사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적은 우리 문전에 와 있다고 전하시오. 미 의회가 승인하고 트루먼 대통령이 결재한 1천만 달러 무기지원은 어떻게 된 것이오?”

이승만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계속 떨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이승만은 직접 육군본부와 치안국 상황실로 갔다.

“의정부에서 2개 방어선을 전개했으나 탱크를 저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젠장 비행기가 없으니 탱크를 막을 수가 있나”

“각하 2,3일 안으로 미국에서 원조가 오면 서울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승만이 전황보고를 받고 경무대로 돌아 올 때는 적의 야크기가 서울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이승만과 프란체스카가 막 잠자리에 눈을 붙였을 때 다급한 노크소리가 났다.
27일 새벽 2시였다.
신성모국방장관 이기붕서울시장 조병옥이 들어왔다. 신성모장관이 간곡히 권유했다.

“각하, 서울을 떠나셔야겠습니다.

“안 돼! 서울을 사수해! 나는 떠날 수 없어!”

이승만은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 뒤 프란체스카가 이승만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국가원수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거라고 염려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존속이 어렵게 된답니다. 일단 수원까지만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승만은 프란체스카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함을 질렀다.

“뭐야! 누가 마미한테 그런 소릴 하던가? 캡틴 신(신성모)이야, 아니면 치프 조(조병옥)야, 장(장택상)이야, 아니면 만송(이기붕)이야, 나는 안 떠나!”

프란체스카가 이승만의 눈치를 살피며 살살 말했다.

“수원은 서울에서 별로 멀지 않아요.”

“각하, 수원까지만 내려가 주시면 작전하기가 훨씬 쉽겠습니다.”

신 장관이 급히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만과 프란체스카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탔다. 차창이 깨지고 스프링이 튀어나온 3등 객차였다. 기차가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대구입니다.”

“뭐?”

이승만은 프란체스카를 찬찬히 쳐다보며 너무도 침통하게 말했다.

“내 평생 처음 판단을 잘못했어. 여기까지 오는 게 아니었는데...”

프란체스카는 20년을 모신 남편이 이때처럼 회오와 감상에 젖은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프란체스카는 큰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결코 목숨이 아까와 한 짓은 아니었다. 프란체스카는 이승만이 자신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외로움과 설움이 왈칵 몰려왔다.
간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형편이라 보리차를 권했으나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입을 꽉 다물고 차창 밖만 응시하던 이승만은 말했다.

“수원까지만 가면 자동차로 서울까지 갈 수 있겠지...”

프란체스카는 더더욱 무안해졌다.
철로 변에는 모가 파랗게 심어져 있었고 넓은 챙모자를 쓴 젊은 남녀들이 열심히 논을 다듬고 있었다. 기차가 대전에 도착했다. 윤치영과 허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하 여기서 내리십시오. 서울은 이미 빨갱이들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의 서울행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때 이영진 충남지사가 말했다.

“한 발짝이라도 서울 가까이 계셔야 민심동요가 적어집니다.”

“자네 말이 옳아. 나 서울 가겠네”

프란체스카가 기차에서 내리려하자 이승만이 엄숙하게 말했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거야”

프란체스카는 이 대목을 메모할 때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할 수 없는 소외감과 외로움이 밀렸다. 그것은 공포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6월 27일 밤이었다. 미 대사관의 드럼라이트 참사관이 달려왔다.

“유엔이 북한군 제재를 결의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해군 공군 출동 및 긴급무지원조명령을 내렸습니다!”

트루먼은 고향 미주리 주에서 6월 25일 11시경(미국시간 6월 24일 오후9경) 북한의 남침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참전결정을 한 시간은 불과 10초도 되지 않았다.
면도를 하고 있던 트루먼은 소리쳤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개자식들the sons of bitches을 막아야 합니다!”

참전 결정을 듣고 이승만은 몹시 감격했다. 사실상 미국이 한국에 파병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최고명령권자 트루먼의 분노에 찬 결단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뻔했던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승만은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급히 서울 중앙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녹음했다. 그리고 밤 10시부터 방송을 하게 했다.

“여러분! 반다시 서울을 사수하겠습네다.”

그러나 이승만의 기쁨은 잠시였다.
그 다음날 28일 새벽 2시 30분경,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말았다. 그 시각 한강 이남을 넘어 올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한강 다리가 폭파되고, 방송국을 장악한 북한군은 방송을 중단시켜버렸다.

전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계속 돌린 4시간동안의 녹음방송은, 미처 피난 가지 못한 서울시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형국이 되고 말았다.

미군도 당장 한국으로 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7월 1일에야 미군 선발대 스미스부대가 부산에 상륙하였고, 7월 3일에 경기도 오산에 배치됐다.
그러나 잘 훈련되고 우수한 장비를 갖춘 북한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왜냐면 미군들은 훈련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지형과 주민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한국군과의 협조도 되지 못했다.
이승만이 항상 우리 아이들이라고 불렀던 국군과 미군은 끝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승만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훅훅 불었다. 한성감옥에서 고문으로 다친 손가락이었다. 몹시 불안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는 습관이었다.

국군과 미군은 대구까지 밀렸다.

“왜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지 못하는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승만은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프란체스카, 당신만은 여기를 떠나주시오. 적이 대구방어선을 뚫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당신을 쏘고 내가 싸움터로 나가야해요. 도쿄의 맥아더사령부에 부탁을 해놓았으니 여기를 떠나 주시오”

“나는 절대로 대통령의 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최후까지 대통령과 함께 하겠어요!”

힘주어 말하는 프란체스카의 손을 꼭 잡고 이승만은 비장하게 말했다.

“다시는 망명정부를 만들지 않을 거야. 우리 아이들과 같이 여기서 최후를 마칩시다.

이승만의 잠자리 머리맡에 놓인 차가운 모젤권총의 싸늘한 총구가 프란체스카는 소름이 끼쳤다.
이승만은 말했다.

“이 총은 최후에 공산당 서너 놈을 쏜 뒤 우리 둘을 ‘하나님 곁으로 데려다 줄 티켓’이야.”

잠자리 들기 전에는 이승만과 프란체스카는 두려운 농담을 나누며 웃곤 했다.

“우리 두 사람 티켓은 잘 있어요?”

“잘 있지.”

프란체스카는 적에게 잡혀 질질 끌려가는 악몽을 꾸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된 채 깨는 일을 거듭했다.
대구를 빼앗기면 부산은 순식간이다.
대구를 지키기 위해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처절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떼 지어 몰려드는 피난민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는 소리, 끌고 온 송아지의 배고픈 울음소리, 달구지의 삐걱대는 소리가 화살처럼 귀에 박혔다.

창틀을 움켜 쥔 이승만은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 어찌하여 착하고 순한 우리 백성이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이제 결전의 순간은 다가옵니다. 우리 한 명이 적 열 명을 대적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전쟁 중에도 국회는 열렸다. 그 안에서도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이승만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인내심으로 국회를 꾸려나갔다.

이승만은 경비행기를 타고 혼자서도 전쟁터인 경주, 포항, 영천...으로 쫓아다녔다.
적의 야크기가 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동안 계획한 상륙작전을 실행할 날이 왔다. 이승만은 추수할 기회를 놓칠까봐 조바심이 났다.

정확한 지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울산에 12척의 큰 함정이 대기 중이고 대구에서 일본으로 훈련 차 떠났던 한국군 8천명이 돌아와 미군과 함께 상륙작전을 펼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9월 12일 밤새 미친 듯이 바람이 불어댔다.

“오! 하나님”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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