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청나라 건국의 아버지 누르하치는 전장을 함께 누비던 친동생 서이합제를 제거함은 물론 후계자로 내세웠던 장남마저 주살한 냉혈한이였다.

서이합제가 반역을 도모하고 아들 저영이 형제간의 우애를 뒤흔든 원죄가 있음은 사실이나 혈육간이고 그간의 전과(戰果)를 감안하면 목숨까지 취할 정도는 아니였다.

더욱이 장남 저영의 경우 아우들과 다툼 도중의 폭력과 주술을 부린 이유를 들어 교수형에 처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물론 누르하치의 결정을 오판이자 독선으로 단정 짓기도 무리가 따른다는 건 안다.

여러 부족으로 나뉜 여진족을 통합하는 도중이였고 명나라 조정의 눈치를 살펴야할 정도로 아직은 자신들의 세기가 미력했기에 불협화음,즉 내부세력간의 마찰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대상이라 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누르하치와 동시대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자신의 적남과 부인조차 정적의 지시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처단한 것을 보면 당대의 영웅은 아무나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특히 냉정과 인내라는 내공이 필수란 것을 우린 저 둘을 통해 학습했다.

헌데 왜 남의 나라 무장 출신 우두머리의 사례를 이토록 침을 튀겨가며 설명할까?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자들 역시 저들의 집요함과 인내,독기 등을 지니지 못한다면 유력주자의 들러리에 그칠 것이기에 그러하다.

혹자는 400여년 전 인물들의 일화를 달나라에 가고 찰라의 순간 지구 반대편 사람과 화상전화를 하는 현재와 어떻게 비교하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국가의 지도자,특히 국민의 표로 결정되는 대통령이야말로 정치력은 필수요 승부사적 기질과 치밀한 전략 또한 반드시 지녀야할 덕목임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해서 현재 나의 지지율이 선두와 벌어져 있고 국민들의 관심이 기대에 못 미친다해도 절대 낙담하거나 동요해선 안된다.

부친이 남긴 갑옷 열세 벌을 기반으로 중국 전역을 통일시킨 누르하치나 정적 오다 노부나가의 명령에 굴복해 부인을 죽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모두 승자가 되기 위해 이를 갈지언정 자신의 목표를 단념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또 그래야 최후의 일인자가 된다는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유비가 황족임에도 돗자리나 짜던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황제에 등극했기에 우리가 더 환호하는 것처럼 강력한 주자를 제압한 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본인 뿐아니라 선거전에 참여한 많은 국민 또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질 것은 명약관화하다.물론 주류였던 명 황제나 토요토미처럼 선두를 질주하던 정치인을 지지한 자들의 절망감은 클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족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이유가 뭐겠나?정당끼리 다 해먹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전략과 반전이 살아 숨쉬는 생물이기에 그런 것 아니겠나?

더욱이 국민이 승부를 결정짓고 영웅을 만든다는 건 활화산(活火山)같은 우리내 기질과 일맥상통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출사표를 던진 대권주자 모두 항우가 결전을 앞두고 행한 파부침주(破釜沈舟)를 가슴에 새긴다면 영웅의 칭호를 다른 누가 아닌 자신이 받게 될 것이다.황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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