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임 시민활동가]
물 넘어 물 산 넘어 산
이제 한고비 넘겼나싶더니 좌파와 중도파의 선거반대운동이 일어났다. 3월 12일, 김구와 김규식도 즉각 5.10선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남한에서 정부를 세운다면 분단은 영원히 고착될 것입니다.]
사회주의 나라 캐나다나 호주가 주장하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파도 넘어 파도였다.
이승만을 인정하기 싫은 미국의 고집도 대단했다. 그들이 원하는 좌우합작파 김구와 김규식을 대통령으로 앉힐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게다가 나이 85세의 서재필박사와 예술가 강용흘까지도 미국에서 불러 들였다.
한마디로 공산당을 완강히 반대하는 이승만만 아니면 모두 다 괜찮다는 식이었다.
서재필은 한국에 오자마자 “한국은 비누 한 장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라는 말을 뱉음으로써 민족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여 그의 인기는 급락했다.
선거일자는 5월 10일로 결정되었다.
스탈린의 명령대로 조선공산당, 남조선신민당, 조선인민당, 세 당이 합당한 당명 남로당을 비롯한 좌파들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섰다.
제주4.3사건
4월 3일, 제주에서 5.10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폭동이 발생했다.
남로당 김달삼을 대표로 400여명이 무장을 하고 제주도내 12개 경찰지서를 공격하였다. 이들은 고일수 순경의 목을 잘라 죽이고 김장하 부부를 대창으로 찔러 죽였으며 양민 문영백의 10세 14세짜리 어린 아이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하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것을 시작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2개 선거구에서는 선거를 치룰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이 있기 전 하지는 테러혐의로 체포된 공산주의자 669명을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사면했다.
4월 19일, 김구는 우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 갔다. 며칠 뒤 김규식도 갔다. 이들은 평양에서 미군과 소련의 철수와 선거를 통한 남한의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4.30 선언’에 서명했다.
5월 1일, 북한에서 50만 명의 소련군과 북한군의 열병식을 참관하고 기겁한 김구는 5월 5일에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성명을 발표하였다.
“5.10 선거를 결사반대한다. 민족 사이에 결코 내전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북한이 약속했다..”
단군 이후 처음 가진 자유민주주의 선거
1948년 5월 10일 김구와 김규식은 공식적으로 선거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단군 이래 처음으로 자유선거를 치렀다. 이승만이 당선된 서울지구에서는 유권자의 86%이상이 등록했고, 등록수의 93.3%가 투표하여 뜨거운 정부수립의 열망을 절절하게 증명해보였다.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은 전국에서 투표를 감시했다.
이승만 180표,
김구 13표,
안재홍 2표,
서재필 1표
이승만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회는 7월 17일 헌법을 공포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7월 20일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5]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탄생되었다.
그다음은 국제적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 또한 불투명했다. 왜냐면 소련 중심의 공산국과 영국 중심의 연방국들이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이승만은 무초대사를 대표로 파리 유엔 3차 총회에 파견하고, 조병옥을 특별사절로 미국에 파견하고, 바티칸을 비롯해 가톨릭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가톨릭 신자인 장면을 파견했다. 모윤숙, 김활란도 포함되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대한민국의 국제 승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들은 영구분단을 우려한 때문이라 했다.
이런 등의 이유로 국제 승인을 얻어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소련대표 비진스키는 입에 올리지도 못할 험악한 욕설을 마구 퍼부으며 한국문제를 회의에 올리지도 못하게 방해했다.
7월 말경 거의 진압된 듯 하던 제주 4.3폭동이 또 다시 터졌다. 김달삼에 이어 이덕구가 제2 내란군 사령관이 되어 9월 15일, 일반인과 지서를 공격했다.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제14연대를 파견하여 이를 진압하라고 했는데 군부에 숨어있던 남로당 지창수 상사 등 40여명은 육본의 명령을 거역하고 10월 19일, 여수에서 김일영 대대장 등 장교 20여명과 장병 43명을 살해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은 곧이어 순천을 휩쓸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어 많은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반란군은 정부군에게 쫓겨 지리산과 주변의 산악지대로 도망갔다. 이들 패잔병들은 그 이전부터 산속에 피신해 있던 공산당과 결합해 무장활동을 펼친 자들로서 이것이 빨치산이다.
11월 3일에는 제주 국군 9연대 6중대를 공격하여 중대장 이하 21명이 전사했다. 진압군과 내란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재재되었다. 이 과정에서 진압군과 반란군은 물론 양측에 협조한 주민들과 무고한 양민 약 1만3천명이 사망했다.
이것을 뉴욕타임즈가 이렇게 보도했다.
[대한민국이 완전히 붕괴직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표단 또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심야회의가 열릴 때는 새벽 2시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피곤하다고 뿌리치는 대표들을 붙잡고 매달렸다.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인 12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유엔은 다시 소총회를 소집하여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승인하는 문제를 표결에 붙이게 되었다.
찬성 47표 반대 6표였다.
마침내 유엔은 대한민국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대부분 가난했고 70%가 문맹이었다. 게다가 소련군의 만행을 피해 북한으로부터 월남한 사람들,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어오는 해외동포들로 인구 과잉상태였다. 길거리는 실업자들로 넘쳐났고 경제는 마비상태였으며 물가는 폭등했다.
심지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대표인 국회의원도 있었다. 미국의 좌파 지식인들은 “대한민국이 금방 무너지기를 바란다.” 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위험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신생국을 뒤집어엎으려는 공산당의 테러활동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경제부흥과 산업별 증산계획을 세웠다.
수출공업과 중공업의 자급자족과 육성을 도모하고 일제 때부터 내려오는 공업구조 등을 재편하고 전력원을 개발했다.
미 군정이 실시하던 일제의 귀속농지 분배에 이은 합리적 농지개혁을 농림부 장관인 조봉암을 통해 착착 실시해나가고 있었다. 또한 미국의 유럽부흥계획인 유럽원조(Marshall Plan)에 한국을 포함시킨 탁월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마셜플랜은 미군정 때 긴급구호용으로 들어오던 원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것은 소비재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립과 부흥이라는 목표아래 기계시설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물자구성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 인재가 턱없이 부족했다.
법학박사는 한 명도 없었다. 장관들도 자기 부서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모를 정도였다. 이때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국회가 서둘러 통과시켰다. 그 조직으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고 재판관이 임명되었다. 이른바 공산당이 주장하는 친일파 숙청이었다.
이승만은 소수 극악한 친일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친일행위는 식민지 백성으로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여,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신중하고 관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보다 더 시급했던 것은 제주, 여수, 순천, 대구 등에서 폭력 방화 살인 파괴를 일삼는 공산주의자들을 억누르는 일이었다.
1948년 12월 1일, 결국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정부수립 5개월 만에 대통령중심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비록 내각책임제 개헌안이 부결되었지만 내각책임제를 원하는 세력은 막강했다. 그것은 이승만이 국회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내각 총사퇴결의안이 연거푸 통과되는가하면 장관불신임안도 계속 제출되는 등 무엇 하나 이승만을 편하게 하지 않았다.
게다가 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김구 김규식은 여전히 정부수립을 인정하지 않고 방해했다. 왜냐면 그들은 북한의 군사력 앞에 남한 정부는 곧 소멸될 것으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 된지 한 달 만에 미군철수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49년부터는 남침 위협까지 했다.
1949년 3월, 북한군이 남한 땅 개성에 박격포를 퍼부으며 쳐들어 왔다. 반격에 나선 우리 국군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38선과 가까운 송악산 능선으로 이동하자 무초대사는 한국군이 38선을 침범했다고 이승만대통령에게 쫓아가 불같이 화를 내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맥아더 장군도 북한의 남침을 예고했지만 1949년 6월 29일, 야멸차게 대한민국에서 미군은 완전 철수했다.
지긋지긋한 한국을 한시바삐 떠나고 싶던 미국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그리 쉽게 떠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승만은 미군철수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강력한 군대를 가진 북한이 남침할 것은 불 보듯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끼리 독립을 하기에는 돈이 너무 없다고 심심찮게 발설하던 김구와 김규식도 본 북한의 거대한 50만 군을 미국이 모를 리 없었다. 그들은 단지 작전지역으로 이용한 땅에 대한 배려 수준 정도였다.
강대국 소련 변방에 눈곱만하게 붙은 별 볼일 없는 작고 가난한 땅이, 강대국 소련의 통치를 받으면 더없이 편하련만, 고집 센 노인 이승만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것이 귀찮았다. 미국은 마치 송충이 털 듯 털어버리고 훌훌 날아 지구 반대편 부강하고 유복한 자기들의 나라로 돌아 가버린 것이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모두 성자들만 모인 나라가 아닌 바에, 소련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나은 한국과의 관계란 있을 리 없다. 소련의 감정을 해치면서까지 한국을 위할 명분도 가치도 전혀 없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들의 상식이다.
입장을 바꿔보자.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강대국 공산국 옆에 콩알만 한 공산국가 반쪽이 더 붙는 들 미국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1949년 초가을에 4천 명의 북한군이 38선을 넘어와 옹진반도를 공격했을 때, 군사고문단 로버츠장군은 오히려 한국군에게 뒤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불안한 이승만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 방위기구를 연구하고, 태평양반공동맹을 조직하기 위해 나섰다.
1949년 8월 8일 장개석을 진해로 불러 의논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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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미국에게 무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군사원조를 낮추었다. 그래도 이승만은 끈질기게 무기를 요구했다. 해군함정, 탱크, 야포기, 중화기, 전투기를 보내달라며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미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 거절했다.
“그래도 탱크는 제공해 주십시오.”
절박하게 요청하자 군사고문단장 로버츠장군은 이렇게 거절했다.
“아시아에는 탱크가 있는 곳이 없다!”
1950년 1월 12일 미 국무장관 딘 에치슨이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 밖에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이 북한이나 소련의 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돕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이승만은 가만있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목소리로 북한의 남침위협을 미국에 경고했다. 지금껏 죽 그래왔던 것처럼 누구한사람 이승만의 말을 의미 있게 들으려하지 않았다.
1950년 6월 1일, 6.25가 일어나던 그 달에 트루먼 대통령도 이렇게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은 어떤 전쟁도 없을 것이다!”
6.25남침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이승만의 전 방위 노력으로 유엔한국위원단은 마지못해 38선의 병력배치 상황을 조사할 군사사찰단을 파견했다.
유엔 군사사찰단은 북한의 완강한 거부로 38선 이북은 전혀 조사하지 못하고 남한만 조사하여 대한민국 군인이 38선 가까이 배치하지 않았다는 확인보고서만 완성하는 한심한 일을 했다. 그 날이 북한이 남침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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