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역전승으로 이끈 새누리당이 오는 12월에 펼쳐질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간의 경선룰 이견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0석도 어렵다던 전망을 무색케할 정도로 두 세달 만에 과반의석 확보(현재는 아님)라는 알토란 같은 성과를 창출한 박근혜 의원이 기겁하고 있는 경선 방식이기에 그러하다.허면,박근혜는 왜 기겁을 할까?

현재 새누리당의 경선 방식은 2007년에 정립된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비율로 경선인단을 구성해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룰이다.

문제는 새누리당 대권후보 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 경선룰이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고,나아가 당의 전권을 장악하고 계파 정치인이 대거 포진한 박근혜에게 일방적이므로 공정한 경선이 되도록 바꾸자는 취지다.

반대로 대세론을 넘어 추대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는"선수가 룰에 맞춰야지 룰이 선수에 맞추는 예가 어딨나"며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이에질세라 김문수가 2002년 경선의 불만을 품은 박근혜가 탈당한 예로 맞받아쳐 공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우린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박근혜에게 실제 불리한 제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다 알다시피 완전국민경선제는 일반 국민이 후보를 지명하는 제도이고 당권을 쥔 주류측의 완력을 배제해 공정성을 높이자는 속내도 포함하고 있다.허면,여론조사에서 40%중반을 넘나드는 박근혜에게 유독 불리할 이유가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물론,야당이 자신들에게 편한 상대를 세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박근혜측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나 '결과가 이미 나온 경선'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완전국민경선제를 혹평만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또 당권을 장악했거나 평소 지지율이 상위권인 후보도 아닌 김문수가 제안할 수밖에 없는 당 안밖의 상황을 좀 헤아릴 필요가 있다.

다 알다시피 김문수는 현직 도지사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속된 말로 '독고다이'정치인이고 비주류다.친이,친박으로 양분된 당내에서 김문수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여러차례 각을 세웠을 뿐아니라 박근혜에게도 쓴소리를 수 차례했을 정도로 소신과 뚝심 빼면 말 그대로 시체다.

이런 김문수가 5년에 한번 찾아오는 당내 경선을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절차가 아닌 축제처럼 만들기 위해 참신한 방법으로 이목 좀 집중시키자는 데 색안경을 쓰고 꼼수로만 봐서야 되겠나?

설령 낮은 지지율과 미약해 지지세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했다쳐도,완전국민경선이라는 방식에 하자가 있거나 김문수에게만 특별히 유리하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데 "안돼"만 연발한다면 당을 바라보는 국민은 '짜고치는 고스톱 경선'이라 조롱하지 않겠나?

또,새누리가 놓친 이 제도를 야당이 주워 활용하기라도 한다면,제2의 노란풍선이 휘몰아치지 말라는법도 없다.지금 당장 김문수의 제안을 수용하란 뜻은 아니지만,다른 후보들도 필사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마저 묵살하고 배제해선 곤란하단 뜻이다.

"우리 국민의 투표 성향은 감성적인 면이 적잖다"는 여론조사기관 관계자의 말처럼 신선한 경선 방식이 정권 재창출의 디딤돌이 될지 누구도 모른다.

지지율과 당 장악력 모두 기타 후보와 비교 자체가 민망한 박근혜는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기우(杞憂)를 떨쳐내고 2002년의 실책을 속죄한다는 의미로 통 크게 수락하는 게 맞다.또,이 선택이 대선 필승의 촉매제가 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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