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철 리얼콘 칼럼니스트]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려 한다는 소식이 있자마자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박 위원장을 띄우는 기사를 내보내고 서울대의 조국 교수와 공지영 작가는 김문수 지사를 비아냥대는 소위 그림자 내각이라는 트윗 놀이로 김 지사 깍아내리기에 재미가 들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좌파 매체들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띄워주고 대표적인 좌파 트위터들은 김문수 지사를 깍아내리는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21일자 한겨레 인터넷 판에는 ‘박근혜, 왜 선거의 여왕인가’라는 제목만 봐도 한겨레신문 답지 않게 아주 낮 간지러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겨레가 박 위원장을 이토록 여왕이라 추켜세워가면서까지 띄워주는 것은 꼭 5년 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와 당내 경선 치룰 때 좌파 매체들이 일제히 박 위원장을 편들고 나서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 말을 인용하여 ‘박 위원장 개인기에 힘입어 단독 과반을 유지했다느니, 진짜 훌륭한 점은 중도층 지지를 끌어왔다느니, 명실공히 독보적인 대선주자임이 입증됐다느니, 공천에서 이명박계를 대거 탈락시키면서도 이재오 같은 상징적 인물을 살려둬서 논란을 제거하고 선긋기를 하면서도 탈당요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느니’, 박 위원장을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아예 선거의 신으로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4.20일자 오마이뉴스에는 ‘박근혜 대세론 굳어질까?’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인정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약속대로 실천하면 할수록 대세론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굳이 이상돈 비대위원이 아니더라도 오마이뉴스에서 아주 거창한 추대식을 치루어 줄 기세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훌륭한 사람이란 것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마다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굳건하게 지켜낸 공로 또한 인정해야 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나 홀로 주인공이 돼서 4천만 유권자 앞에 발가벗겨져서 선택을 받아야 하는 무대에 설 배우로서 정말 적임자인가는 거듭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필자 같은 무지렁뱅이가 감히 박 위원장의 부족한 2%를 설하자면, 유연성과 토론 부족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12월 대선의 화두는 통합이라고들 합니다.

남북문제도 통합, 경제문제도 계층간의 통합, 세대간의 불화도 통합,... 날로 복잡해져가는 정치, 경제, 남북, 사회 등의 갈등으로 산적된 문제들을 누가 더 잘 통합하고 아울러서 긍정적 발전적 국민적 에너지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박위원장이 정말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흔히들 박 위원장 지지층은 25%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합니다. 아주 단단한 25%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다는 유연성이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 한 예로 박 위원장의 최대 팬 클럽인 박사모라는 단체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거기 들어갔다가는 21세기 대명천지에도 이런 집단이 다 있는가 하며 혀를 차고 나올 것입니다. 괜히 바른 소리 한 번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고 나오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자기들끼리도 충성심 경쟁인지 선명성 검증인지 서로 경쟁을 벌이는데, 예전 노사모는 거기에다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입니다.

이상돈 비대위원의 추대론이나 경선무용론 같은 교만도 바로 박 위원장을 보필하는 사람들의 경직된 사고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지층이야 박 위원장 의사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치더라도 박 위원장 자신도 콘크리트처럼 딱딱한가 봅니다. 오랫동안 최측근에서 보필하며 박 위원장 책사로 불려지던 유승민 의원이 바른 말을 했다가 미움을 받아서 요즘엔 박 위원장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와 조금만 달라도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박 위원장 개인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과연 통합이 화두로 떠오른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하나는 토론에 덜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주어지면 거기에 대한 전문성과 고민이 더해져서 장단점을 토론하며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권위주의에 익숙해져서 인지 토론 그 자체를 안 하려고 하니 토론에 있어서 테크닉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순발력도 부족해 보입니다. 그동안 많은 공부를 하여 5년 전 보다야 많이 나아졌겠지만, 타고난 천성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에서 박 위원장을 띄워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들이 언제부터 박 위원장을 그토록 사모했다고 대선에 임박해 보수정당의 경선 때만 되면 이토록 띄워주겠는지요.

박 위원장이 여권 주자로 나오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권 주자와 TV토론을 할 것인데 답답해 보이는 지루한 톤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까 한 얘기 또 하며 원론적인 얘기만 늘어놓을 박 위원장을 그리며 그토록 애타게 사모곡을 불러대는 것일 겁니다. 상대의 질문을 알아듣기는 하는 것인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듯한 생명력이 없는 로봇 같은 모습이 온 국민에게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전달 될 것입니다. 5년 전에 이명박 후보와 토론하던 것 다 기억나시죠? 그 토론 보고 실망한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대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었지요.

민주주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시시콜콜 참견하는 조국 교수와 공지영 작가가 김문수 지사가 대권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비아냥거리며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애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김문수 지사는 박 위원장이 못 가진 위에 열거한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꼼수식 표현을 빌리자면 벌써부터 쫄아서 선수 치며 나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김 지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데 시비를 걸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설하는 저들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환영하고 부추겨야 정상일진데 오히려 싹부터 자르려고 안달이 났습니다.

보수정권재창출을 바라는 유권자들은 5년 전 박 위원장의 딱딱하게 굳어졌던 모습이 얼마나 부드럽게 달라졌을까를 상당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절대적으로 중요한 그 2%를 다 가지고 있는 김문수라는 벽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단한 흥행 이벤트로 보입니다. 이러한 흥행 이벤트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보수정권 재창출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로 봐도 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나 홀로 독야청청 성대한 추대식이나 치루겠다는 권위주의적 후진적 발상은 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웃고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굿판을 한 판 벌여서 거기서 응집된 에너지를 가지고 본선무대로 향하겠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박광철  21kc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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