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박근혜 위원장(이하 박근혜)의 힘을 보여준 선거였다. 레닌그라드에서 궤멸직전의 소련군을 구해내어 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승리를 이끈 쥬코프 장군처럼 박근혜는 난파당한 이명박호를 구해냈다.

그러나 그것은 백년전쟁에서 영국군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한 오를레앙의 처녀 쟌 다르크나 폭군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의 박원종처럼 동렬에 놓을 수는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당락은 역사의 강물에서 본다면 소털이 하나 떨어지고, 소등에 파리 한 마리 붙은 것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는 그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을 보여주어 강력한 대권주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쥬코프와 쟌 다르크, 박원종의 역할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익과 발전과 상충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영광과 환희가 대한민국의 돌부리로 작용하여 대항관계라면 이는 보통문제가 아닌 것이다.

제도언론은 소성에 대견해 하고 동류인 것에 안도하나 그들은 니체가 말한「최후의 인간」들에 지나지 않고 민심은 4월의 날씨처럼 괴팍스럽다. 도저히 흔쾌할 수도 흔연할 수도 없다. 아, 득의가 클수록 수심도 깊어지는 것이다.

모든 운명이 다 그렇듯 이 나라에 삼국지에서 조조를 나무란 예형이나 위나라 전복을 노린 사마소를 부인한 혜강 같은 사람도 있어야 박근혜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에 많은 죄를 지었다.

나는 박근혜나 측근인사들이 역사의식이 있고 통찰력이 있다면 나의 이 말에 기꺼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이번 선거는 악이 악을 제압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이 악을 제압한 것도 아니다. 모든 사물에는 명암이 있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박근혜는 첫째,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역감정의 중심에 있고, 그 조장자이고 수혜자이다. 둘째, 각 계급, 각 계층간의 대립과 반목에서도 역시 중심에 있고 조장자이고 수혜자였다.

셋째, 요즘 오락과 스포츠로만 날이 새고 날이 지며, 참여자를 곤궁케 하고 비참여자는 자괴감이 들게 하는 MBC KBS사태에서 볼 수 있는 방송의 나팔수 문제, 삼정전자를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은 팽개치는데서 알 수 있는 양극화의 심화, 엄정해야 할 검찰을 우습게 만든 것 등에서 볼 수 있는 국기의 문란 등 현 정권 들어 도를 더하는 갖가지 악정과 실정들이 가려지고 덮어진다는 것이다.

넷째, 가치혼동이다. 시시비비가 아니라 사람 수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는 진리가 저쪽에서는 부정되는 현상의 확산이다. 5ː95는 실재인데 꿈을 꾸어 50ː50이 되고, 모두가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다섯째, 가치부재이다. 정직, 성실, 배려, 관용, 개혁 등이 무시되고. 외면 받는다. 몰빵과 싹쓸이, 집단최면은 시대의 퇴행일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은 박근혜의 가치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가치이기도 할 터인데 이런 것들이 박근혜효과로 인해 희석되고 망각되고 있다.

박근혜가 이기고 야당이 졌다고 해서 공분(公憤)이 수그러지고 잘못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막수유(莫須有)(혹 그럴 수 있다.)하나만으로도 죄가 성립되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있어 생명존중과 절차의 중요성, 관용 등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것이야말로 저변을 다지고 외연을 넓힌다는 제갈공명의 융중책이자 맞수 사마중달의 복안일 것이다. 또 여기에서 박근혜와 대한민국의 이익이 합치되고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는 이른바 보수의 대표이기 때문에 보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노신(魯迅)이 말한 많은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된다는 그「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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