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 이명박)는 없는 것 아녜요?"

최근 한나라당 내 계파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에 이미 "친이는 없다. 친박은 몰라도…"라고 말했지만, 이 발언은 계파 갈등이 없다는 의미였다. 당시 친이는 건재했다.

하지만 취임 3주년인 지금 친이는 실제 사라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내 의원 중 90여명이 여전히 친이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친이'와 거리가 먼 상황이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개헌 관련 논의만 봐도 친이계 내 분열상을 알 수 있다. 친이계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 추진에 힘을 싣고 있음에도 친이계 의원 중 개헌에 부정적인 이들이 많다.

한때 친이 직계로 분류됐던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가운데 가장 강경하게 개헌 논의를 반대하고 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근인 차명진 의원 등도 개헌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도 대부분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다.

친이계 내부의 소(小)계파인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의 반목도 있다. 두 계파는 이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에 묶여있긴 하지만 이미 수차례 갈등을 겪었다. 이재오계 의원 일부는 한때 이상득 의원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데 동참했고, 이상득계 의원 다수는 이 장관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이계 안상수 대표의 주도로 당 지도부가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 사건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의 힘겨루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이 나올 정도였다.

친박계로 넘어간다는 의미의 '월박'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친이계로 분류되던 배영식 의원이 "내가 왜 친이인지 모르겠다"며 월박 선언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 배 의원 외 친이계 의원 일부가 월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친이계가 갈라지는 원인으로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잘못된 당청관계가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 친이계들도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의원은 "청와대가 당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이른바 친이계 내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친이계 내 사분오열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계 내부의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거나 당내 조기 전당대회가 실시된다면 친이계는 사실상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 친이계가 아니라 이재오계와 이상득계 등으로 나눠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친이' 본래의 뜻에 충실한 의원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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