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리얼콘 칼럼니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대 총선이 당초 '여소야대' 정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기 좋게 뒤집은 것이다.

예상 밖의 결과에 놀란 민주통합당은 당황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며 서로 비판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애초에 선거를 위해 뭉친 이합집산 집단이기에 결과가 좋던지 안 좋던지 간에 싸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결과가 좋으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우기고 논공행상 과정에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고 결과가 안 좋으니 서로 남 탓하면서 싸우고 있다. 이런 책임정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집단에 국민들이 심판을 가한 것이다.

각설하고 민주당의 패인은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만과 무능이다.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의 저질막말논란의 오만과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는 없이 시종일관 '이명박 정부' 심판만 외친 선거전략, 그리고 한미FTA와 제주 해군 기지건설을 둘러싼 말 바꾸기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 선거 막판 지난 정부에서도 있었던 민간인 사찰을 마치 이명박 정부만 한 것처럼 호도하고 뒤집어씌우다가 청와대의 '노무현 정부에서 80% 저질러졌다'는 해명에 제 발등을 찍은 것도 한 몫 했다. 정치파업으로 보이는 KBS노조도 2800여건이 이명박 정부에서 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결과는 노무현 정부에서 80%를 한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과 괘를 같이하는 김제동, 김미화, 공지영 등 선거만 되면 자발적으로 나타나 특정정당을 지원하는 폴리테이너들이 가세해 자신들도 현 정부에서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정원까지 끌어들였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다. 김제동은 지난 2010년 열린 6.2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김제동 외압설'을 유포해 젊은 층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들여 야권이 압승하는데 기여했다. 자신의 프로그램 하차를 두고 정치적인 외압이 작용했다고 자해를 했다. 그 결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보수층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참패를 당했다.

이어진 2010년 7.28 재보궐선거전에는 방송인 김미화가 'KBS 블랙리스트'를 터뜨렸고 이는 정부에 의한 연예인 탄압으로 비쳐져 정부라는 절대 권력에 항거하는 젊은 층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고 선거에서는 야권이 승리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노선을 같이 하는 특정 정당이 득표하는데 유리 하도록 철저히 공조를 취한다. 이들의 전략을 보면 먼저 젊은 층들에게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예인이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킬만한 외압설 등을 유포하면서 논란을 일으킨다.

이를 받아 일부 좌경화된 언론은 반복해서,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 까지 집요하게 한다. 그러면 포털에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다른 언론들도 이를 기사화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 야권이 나서서 정치공세를 취하며 공조를 하는 것이다.

이번 19대 총선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됐다. 민간인 사찰논란이 한창이던 때 김제동은 국정원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의 사회를 보지 말 것을 제안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소설가 공지영은 한 술 더 떠서 이런 일로 인해 '김제동씨가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동정심을 부추겼다. 나중에 김제동이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못잔다고 밝혔으나 이미 논란이 되고 난 후다.

여기에 김미화가 정점을 찍었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VIP(대통령)가 나를 못마땅해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자해공갈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여기에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정설에 따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온갖 약소들을 다 한다. 옷을 벗겠다. 누드를 찍겠다. 심지어 비키니를 입고 홍대와 광화문을 오가며 투표 독려를 하는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효과는 미약했다. 통합민주당의 오만과 무능을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과거 김대업 학습효과로 인해 2007년 대선에서 BBK를 들고 나온 김경준씨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듯이 폴리테이너에 대해서도 학습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도 생각이 있다. 과거처럼 그냥 연예인들의 말이라고 막무가내로 추종하지 않는다. 지난해 마이클 센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복잡한 사회 가치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가치관과 지적 능력이 있다.

인터넷 검색 잠시만 해 보면 진위여부가 가려지는 그런 막가파식 자해공갈에 이젠 넘어갈 젊은 유권자는 없다. 향후 이들의 정치적인 행보와 발언들은 이미 먼저 경험한 학습효과에 의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자중하는 것이 연예인 생명을 늘이는 길일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권혁태  special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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