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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소공위 결렬의 책임은 미국에 있는 가
양동안 | 승인 2012.04.06 19:12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현대사상연구회 회장]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두 차례에 걸친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이 미국 때문이었으며,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는 미국의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하지 않았어야 했으며, 유엔은 남한총선 실시를 결의하지 말고 소련이 제안한 미·소의 조기철수 후 한반도의 운명을 한국인의 자유의사에 맡기자는 안을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차례 걸쳐 진행된 미소공동위원회를 결렬로 이끈 핵심적 쟁점은 신탁통치 반대 운동에 참가한 정당과 사회단체 및 개인을 한반도 통일 임시정부 구성문제와 관련하여 미소공동위원회의 협의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였다.

소련은 그런 정당·단체 개인을 협의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이 미국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수립과 관련한 미소공위의 협의대상에서 반탁운동 참가세력 즉 남한의 우익진영전체와 일부 중도파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미소공위의 협의대상에서 반탁운동 참가세력을 배제한다는 것은 남북한 정치세력 전체의 약 절반을 협의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통일임시정부 구성에 관한 협의를 미소공위와 남북한의 좌익진영 세력간에만 전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구성문제를 협의함에 있어서 남북한 정치세력 전체의 약 절반을 배제하고 남북한의 좌익세력과 미소공위간에만 협의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 또 그러한 협의 결과 구성될 한반도 통일임시정부는 누가 생각해봐도 좌익지배정부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미소공위의 결렬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곧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구성문제에 과한 협의를 남북한 정치세력 전체의 약 절반을 배제하고 전개하는 타당치 못한 일이 이루어졌어야 하고, 좌익지배의 통일임시정부가 구성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주장이 타당할 것이나 그 외의 사람들, 특히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주장이 타당할 수가 없다.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한 미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문제를 미소공동위원회에서 계속 다루도록 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미소공동위원회에서 한국문제를 계속 협의했을 경우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미소공위에서의 미국과 소련의 입장은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어서 절충이 불가능했다.

반탁운동에 참여한 남한의 우익진영과 일부 중도파를 공위의 협의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소련의 주장과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간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미소공위에서 계속 협의하게 한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미해결상태로 장기간 표류시킨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된다.

당시의 조건에서 한반도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장기간 표류시켰을 경우 북한에서는 공산당 지배 단독정부하에 일사불란한 사회주의화기 진행되고 남한에서는 민족의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정치·사회적 혼란과 미군정의 실정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의 지속은 머지 않은 장래에 남한에서의 내란과 한반도의 공산화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문제를 유엔에 상정한 미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은 남한의 장기적 혼란과 공산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타당할 것일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 특히 남한의 혼날 장기화에 공산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것이 될 수 없다.

유엔총회가 남한지역의 총선 실시를 결의한 것이 잘못된 조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유엔총회가 남한지역 총선을 결의하지 말고 소련이 제안한 미·소군 조기철수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유엔 잠시하의 남북한 자유총선을 실시하기 위한 유엔조선위원단의 북한지역 활동이 거부된 상황에서 유엔총회가 유엔위원단의 활동이 가능한 남한지역에서의 총선도 결의하지 않았을 경우 한반도의 상황은 한국문제를 유엔에 상정하지 않고 미소공위에 맡긴 채 장기간 미해결상태로 표류시켰을 경우와 동일해졌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엔이 미·소군의 조기철수안을 받아들여서 남북한에 주둔하는 미군과 소련군이 조기 철수하고 한반도의 장래를 남북한의 정치세력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을 경우 한반도는 순식간에 내란상태에 빠지고 뒤이어 남북한 전체의 공산화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유엔총회가 남한총선 실시를 결의한 48년 2월 현재 북한지역에서는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프롤레타리아독재정권’이 조직되어 강력한 통치를 실시하고 있었고, 공산주의사상으로 무장된 간부들이 지휘하는 공산당에 충성하는 대규모 병력의 강력한 군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남한에서는 한국인 스스로 조직한 정권기관이 존재하지 않은채 군정이 극히 비효율적인 통치를 하고 있어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으며, 남한의 군대는 규모가 작고 장비도 빈약한데다가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침투해 있어서 우익정당에 대한 충성심도 약했다.

이처럼 극도로 불균형한 남북한의 상황 속에서 남한 주둔 미군과 북한 주둔 소련군을 철수해 놓고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한의 정치세력들간의 협상에 맡길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남한의 우익진영의 입장과 남북한의 좌익진영의 입장의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도출이 불가능하여 협상은 곧 결렬되고 말 것이며, 그 후에는 내란상태에서 각 정치세력이 동원 가능한 군사력과 군중동원 역량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전역이 틀림없이 공산화되고 말 것이다. 북한의 단독공산정권은 남한의 우익진영이 동원할 숭 있는 군사력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동원하게 될 것이며, 남북한의 공산주의세력은 우익진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군중동원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공산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라는 요인까지 고려하게 되면 미·소군 조기 철수 후 한국인끼리 한반도 장래를 결정하도록 했을 경우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이상과 같이 볼 때, 유엔이 남한총선을 결의하지 않고 소련이 제안한 미·소군 조기철수론을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반도의 공산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만 타당하고 그 외의 사람들, 특히 남한의 공산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주장이다.

양동안, ‘대한민국 건국사’, 564쪽~567쪽, (서울: 현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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