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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좌우합작은 김규식이나 여운형이 주도한 것인가
양동안 | 승인 2012.04.02 15:37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현대사상연구회 회장]

좌우합작운동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좌우합작운동이 김슈기 혹은 여운형이 민족주의적 동기에서 발의한 것이며, 그것이 성공했으면 남북통일이 되었을 것인데 이승만과 한민당이 그것을 방해하여 실패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46년 5월부터 시작된 남한에서의 좌우합작운동은 김규식이나 여운형이 민족주의적 동기에서 발의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을 원활히 집행하기 위해 남한 정계에 이승만과 김구를 무력화 하고 새로운 협조 세력을 확보하려는 미국정부의 계획에 따라 시작된 것이며, 그에 관한 각본을 마련하고 배후 조종한 것은 미군정 당국이었다.

김규식이나 여운형이 좌우합작의 필요성을 주장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나, 46년 5월부터 전개된 좌우합작사업은 그들이 계획하고 발의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한 사실은 세 차례에 걸친 좌우합작 예비회합을 미군정의 정치고문인 버취의 집에서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좌우합작은 김규식이나 여운형이 계획하고 발의한 것이라면 양인이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므로 좌우합작을 위한 예비화합을 아무데서나 한국인들끼리 가지면 될 터인데 하필 버취의 집에서 그것도 세 차례나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좌우합작이 무산될 조짐을 보일 때 미군정 지휘부가 나서서 좌우합작 지속을 설득 격려하고, 좌우합작자금을 미군정이 제공한 사실 등도 당시의 좌우합작이 김규식과 여운형이 주체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미군정의 주선과 고무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확인해 준다.

김·여 양인의 좌우합작 참여 동기도 꼭 민족주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여운형의 경우, 좌우합작과 관련된 그의 행동은 민족주의적 동기만 으로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여운형은 좌익진영에서 박헌영의 주도권 강화로 자신의 입지가 역해지면 좌우합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입지가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면 좌우합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또한 김일성에게 과우합작을 발전시켜 미군정의 영향력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밀서를 보낸바 있으며, 남한지역에서 좌우합작을 하고나서 그 토대 위에서 다시 남북한이 합작을 한다는 노선을 취하고 있었다.

여운형의 이러한 행동은 구의 좌우합작 참여가 민족주의적인 요소보다는 좌우진영내의 헤게모니 경쟁과 관련된 요소 및 좌익주도 통일정부 구성이라는 좌익진영의 전략에 의해 더욱 강한 영향을 받은 것임을 시사해 준다.

이승만과 한민당이 좌우합작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이승만의 경우는 김규식으로 하여금 좌우합작에 나서도록 종용했으며, 좌우합작의 정신을 지지했다.

한민당도 좌우합작을 반대하지 않았다. 좌우합작이 한때 좌익진영 중심부와 우익진영 주변부의 합작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갈 때도 이승만과 한민당은 좌우합작을 방해하지 않았다.

좌우합작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은 오히려 공산당의 박헌영파였다. 박헌영파는 좌우합작이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는 좌우합작에 참여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좌우합작의 좌익 대표인 여운형을 납치·감금하기까지 하면서 좌우합작을 방해했다.

좌우합작이 실패한 것은 이승만과 한민당이 좌우합작을 방해했기 때문이 아니다. 좌우합작이 실해하게 된 주된 원인은 남한의 좌우 정치ㅔ력의 입장이 정면 대립되어 절충이 불가능했던 데에 있다.

좌우진영의 입장이 크게 대립되었기 때문에 좌우합작위가 46년 10월 초 좌우 양측의 입장을 적당히 절충한 좌우합작 7원칙을 발표했을 때 좌우진영의 핵심부에 위치한 공산당과 한민당이 다 같이 그것을 거부했고, 그에 따라 좌우합작이 실패했던 것이다.

좌우합작이 성공했으면 통일이 이루어 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남한에서 좌우합작이 성공하여, 그것을 토대로 이루어질 통일은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는 통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남한에서 좌우합작이 성공하고 그를 토대로 하여 남북합작 통일정부가 수립되면, 그런 통일정부에서는 좌익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산술적 계산을 해보면, 46년 2월 이후 북한에는 좌익정권이 수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한의 좌우합작체제와 북한의 좌익정권이 합작하면 그 남북통일정권에서 좌익은 75%의 지배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산술적 계산에 더하여 남한의 공산당은 북한 공산당에 완전히 지배되어 있었고, 여운형은 김일성과 긴밀한 내통관계에 있었으며, 좌우합작 성공으로 김구계와 김규식계를 통합되어 이승만-한민당계와 갈등하게 될 것이며, 토지개혁으로 한민당의 경제적 지지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는 당시의 정치적 상활을 고려한다면 남한의 좌우합작을 토대로 한 남북합작의 통일정부에서는 좌익의 헤게모니가 확고하게 보장될 것임이 분명하다.

좌익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확고한 헤게모니를 장악한 정부가 통치하는 한반도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화될 것이다.

좌우합작이 성공하여 통일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는 것은 한반도가 공산화 통일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따라서 한반도의 공산화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남한에서의 좌우합작과 그것을 토대로 한 남북합작이 도식에 입각하여 전개된 김규식-여운형 중심의 좌우합작이 실해를 크게 아쉬워할 것이 못된다.

양동안, ‘대한민국 건국사’, 560쪽~563쪽, (서울: 현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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