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역사는 진보하는가? 1968년「프리하의 봄」이나 1981년「서울의 봄」좌절처럼 일시적 역사의 쇠퇴나 역사의 반동은 있어도 역사는 진보하는 것임을 많은 사람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칠레의 노벨문학상 작가 네루다의「꽃을 꺾을 수는 있지만 봄을 지배할 수는 없다.」는 말은 이 역사의 진보에 대한 굳건한 신뢰의 표시일 것이고, 역사를 주재하는 신의 존재에 대한 느낌이기도 할 것이다.

당연히 무엇이 역사의 진보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것이고, 나는 조심스럽게「자유의 확대」가 그것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개진한다.

자유야말로 인류 상상력의 원천으로서 어느 곳에서는 지레대가 되고 어느 곳에서는 관건이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불꽃이었고 어느 곳에서는 질풍노도였다. 일찍이 17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자유를「억압의 부재(不在)」라 하여 절대왕권으로부터 인간해방의 전단(戰端)을 열었고,

헤겔은 자유를「무질서의 부재」라 하여 국가로부터 개인은 자유를 더욱 보장받고 보호받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억압이 없다거나 무질서가 없다고 해서 단순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바로 역사의 정체(停滯)일 것이다. 억압이 없다는 것은 자유를 향한 개시에 불과한 것이고, 무질서가 없다는 것은 질서가 있다고 해서 수용소군도 수준에 만족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스럽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물리적 속박 같은 정치적 탄압은 물론 전쟁이나 빈곤, 공포나 병고 등으로부터 인간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판옵티콘(자기감시)등의 갖가지 사회적·경제적·문화적·정신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자유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로, 가시적인 자유에서 비가시적인 자유에로의 이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산적 갈등은 민주주의의 정화(淨化)행위인데도 이에 무지한 나라.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가 아닌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가「불의(不義)의 부재」나 위선(僞善)의 부재」가 온당한 자유임을 알 턱도 없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것을 인식하는 위정자는 언제 나올 것인가? 그때까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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