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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공화국은 민중의 뜻에 따라 모든 정치세력의 참여하에 조직되었던가
양동안 | 승인 2012.03.13 17:05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현대사상연구회 회장]

해방 다음날인 45년 8월 16일에 구성이 발표된 조선건국준비위원회는 당시 서울에서 활동 중이던 소수의 좌익분자들이 만든 조직이다.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항복이 임박하자 일본의 항복 후에 초래될 한반도에서의 혼란상태와 그로 인한 한반도 거주 일본이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조선인 정치지도자에게 치안권을 이양할 것을 계획했다.

조선총독부는 여운형에게 치안권을 이양하기로 했고, 당시 서울에서 활동 중이던 공산주의자들인 정백·이강국·최용달·홍증식 등은 여운형과 접촉하여 일본인들로부터 여운형이 치안권을 인수 한 것을 근거로 우리 민족의 독립국가 건국을 준비하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8월 15일 이전에는 건준의 구성과 관련하여 다른 진영의 정치인들과 협의하지도 않았고, 그에 관한 민중의 의사를 타진하거나 반영하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건준에 참여한 유일한 비좌익 정치인들인 안재홍과 그의 개인적 추종자들도 여운형이 총독부로부터 치안권을 인수한 15일에야 접촉했다. 여운형은 15일 이후 송진우나 김준연등 우익진영의 정치인들에게 건준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

송진우는 패배한 일본인들로부터 치안권을 인수받는다는 것이 타당하지 않으며, 중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독립운동을 전개해 온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건국을 준비해야지 별도로 건국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로 건준 참여를 거부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여타 우익진영인사들도 성진우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면서 건준 참여를 거부했다.

출범 당시의 건준 중앙조직에는 좌익세력과 안재홍이 이끄는 중도파의 일부만이 참여한 좌익과 중도파의 연합체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건준 출범 15일 후인 8월 31일의 건준 간부진 개편 후에는 안재홍이 이끄는 중도파마저 건준에서 탈퇴, 건준은 좌익진영만의 조직체로 축소되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건준 지방조직에 우익진영 인사들이 참여한 사실과 건준의 2차 간부진 명단에 우익진영 인사 2명의 이름이 포함된 것을 근거로 건준이 좌·우·중도의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한 민족동일전선기구였다고 주장한다.

건준 지방조직에는 우익진영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지방의 우익인사들이 건준 지방조직에 참여하게 된 것은 건준이 16일 오후에 발표한 건준 출범을 알리는 선전방송에서 건준이 마치 거족적으로 구성된 임시정부인 것 같은 착각을 유도한 데다 교통·통신의 미발달로 인해 지방의 우익인사들과 서울의 우익인사들 간의 연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의 우익인사들이 건준 지방조직에 참여했던 것은 ‘착오’에 의한 참여였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좌익세력의 각본에 따라 건준이 인공을 선포하고 건준의 지방조직들이 인민위원회로 전환되면서 건준의 지방조직에 참여했던 거의 모든 지방 우익인사들이 인민위원회에 불참한 사실에서 잘 확인된다.

건준의 지방조직에 지방의 우익인사들이 ‘착오’로 참여한 것을 근거로 건준에 우익진영도 참여했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 아니 할 수 없다.

건준이 건준 출범 6일 만인 8월 22일에 발표한 건준 간부 34명의 명단에 우익진영인사인 김준연과 함상훈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건준 간부 명단에 김준연과 함상훈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우익진영과의 합의는 물론이고 당사자들의 동의도 없이 건준측에서 일방적으로 그들의 이름을 도용한 것에 불과하다.

김준연은 자신의 저서에서 자기의 건준 불참의사를 건준 핵심간부인 여운형과 정백에게 밝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여운형의 측근이었던 이만규도 그의 저서에서 김준연이 여운형의 권유를 뿌리치고 건준에 불참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김준연이 건준 불참의사를 분명히 한 이상 그와 긴밀한 동지관계에 있었던 함상훈이 건준에 참여했을 리 없다. 따라서 건준의 간부명단에 우익진영 인사 2명의 이름이 도용되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건준에 우익진영도 참여했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 아니 할 수 없다.

인민공화국은 조선공산당이 꾸미고 연출한 정치적 연극에 불과했다. 인공의 선포는 철저히 조선공산당의 지도자인 박헌영에 의해 계획되고 공산당내 박헌영파에 의해 실천되었다. 박헌영은 인공의 형식적 모태기관으로 건준을 내세우면서도 건준에서 인공문제를 협의하도록 제안한 바도 없었고 건준의 위원장이며 인공의 중앙인민위원장으로 내정된 여운형과도 사전 협의하지 않은 채 인공 선포를 추진했다.

박헌영은 인공을 선포하기 이틀 전인 9월 4일에야 여운형에게 인공 추진을 통고했고, 인공을 선포하는 회의에도 밤중에 좌익계 치안단의 본부가 있는 옛 경기여고 강당에서 개최했다.

인공을 선호했던 9월 6일 밤 경기여고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좌익세력은 건준의 지정추천을 받은 ‘해내 해외 각층 각계를 대표하는 인민대표들’이라고 주장했다. 건준에 인공에 관한 아무런 논의도 없었으므로 ‘건준의 지정추천을 받은’이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건준이 인공문제를 논의도 하지 않았으므로 인공 선포 회의에 참여할 인사들을 지정 추천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는 거짓말이다. 또 그날 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해내 해외 각층 각계를 대표하는 인민대표들’이라는 주장도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선 국내외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내외 각계 각층에서 공식적으로건 비공식적으로건 회의에 파견할 대표를 인선하는 작업이 있었어야 할 것인데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중국의 중경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한 인사나 연안의 독립동맹을 대표한 인사나 미국의 독립운동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는 물론이고 국내에 있던 우익진영 및 중도파를 대표한 인사는 물론이고 국내에 있던 우익진영 및 중도파를 대표한 인사들이 그 회의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초청받은 일도 없다.

그 날 밤의 회의에 참석한 회중은 조선공산당 박헌영파와 그들의 휘하에 있는 경인지역의 노동자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인공이 민중의 뜻에 따라 선포된 기구가 아니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분명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9월 6일 밤에 발표된 인공의 중앙위원 명단이나 9월 17일에 발표된 인공의 부서책임자(각료에 해당) 명단에 우익진영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을 근거로 인공에 좌우를 망라한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인공의 간부명단에 이승만·김구를 비롯한 우익진영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당사자들과의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좌익분자들이 발표한 인공간부 명단에 포함된 우익진영 인사들 가운데 사후에라도 그에 동의한 사람은 단 하 명도 없었다. 좌익분자들이 인공간부의 명단에 우익진영 인사들의 이름을 일방적으로 기입해 넣은 것을 근거로 인공에 좌우의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억지임이 분명하다.

이상과 같이 볼 때, 건준과 인공이 민중의 의지를 반영하여 조직된 것이며 좌·우·중도의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한 민족통일전선이었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견해임이 분명하다. 건준과 인공은 민족통일전선기구와는 거리가 먼 좌익통일전선기구에 불과했다.

양동안, ‘대한민국 건국사’, 538쪽~542쪽, (서울: 현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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