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철 리얼콘 칼럼니스트]

화무는 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란 말도 있지만 요즘 여권을 보면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천하를 다 얻은 듯 하늘을 찌를 듯 하던 그 막강한 기세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는 차기권력자들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공천을 받느니 못 받느니 하며 납작 엎드려서 차기권력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저들의 모습을 보니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대통령 한사람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다 보니 임기 초에는 그 권한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임기 말이 되면 레임덕에 걸려 기우뚱 거리는 폐단이 이번 정권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이는 여야를 떠나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새누리당 공천을 보면 친이계의 학살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새누리당에서는 이명박대통령 측근들이 골칫덩어리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현정권의 인기가 없으니 차기정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차별화를 해야 하는 측면도 있으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의리 지키다가는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을터니 새누리당 신권력자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야박하게 들리지 모르겠으나,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 데는 이명박대통령 자신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세계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방어해온 것은 공적임에 틀림이 없으나 윗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형태의 빈부 격차의 심화라든가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현정권에서 민심이 이반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입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 듯이 돈도 한 곳에만 머물러 있으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거시경제에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미시경제에서는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나라가 아무리 풍요해도 내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불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경제는 경제여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도 있고 복지예산을 늘려 민심을 달랠 수도 있으니 민심은 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지가 않지요. 이대통령을 두고 흔히 하는 말 중에 동업자는 많지만 동지는 없다고 하는데, 아마 어려운 개인 환경을 극복하고 대기업 오너가 인정해주는 전문경영인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익숙해져온 습성이 배어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남을 믿으면 절대로 안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지 얻어야 하고 불필요 하면 언제든지 버려야 하고 상호신뢰 보다는 능력을 우선시 하는 등 실용을 추구하고 성과만을 추구하다 보니 이 어려운 상황이 닥쳐와도 그를 위해 울어 줄 사람 하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대통령 주변에는 늘상 차가운 머리들만 있지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자가 없지요.

표현이 좀 자극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른 바 순장조가 없다는 것이 이명박대통령에게는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점일 것입니다. 4년 전 누구들처럼 살아서 돌아오겠며 눈물로 다짐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가시는 걸음마다 노란 풍선 가득 묶어놓고 기다려 줄 사람 하나 없지요.

있을 때 오로지 한 자리 해먹고 인생의 스펙이나 하나 더 늘려놓았다가 시간이 좀 지나 어디 적당한 자리 생기면 그곳에서 아주 실용적으로 살아갈 군상들만 득시글거렸었다는 것이 이번에 새누리당 공천에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난도질을 당해도 그 잘난 측근들은 다 어디로 가고 아무런 저항의식도 없는 영혼이 죽었거나 아예 없는 것 같은 모습이 이명박대통령을 더욱 측은하게 보이게 합니다.

예전 누구들처럼 차라리 우리는 폐족이니 죽여주십시오 하며 장렬하게 전사하는 이가 없으니 당연히 부활하는 이도 없을 테구요.

이번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량 학살을 당해도 서로 각자 살길 찾느라 그런지 구심점도 없고 주군을 향해 목 놓아 슬피 울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에 권력의 무상함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덕이 부족하고 인정이 메마르고 가슴이 차가운 지도자의 결말을 보는 것인지 조금은 헷갈리기도 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일턴데요, 이명박대통령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는 그리 성공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내게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있어요
                                            그 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오늘 밤엔 주적주적 비도 내리는데 포장마차에서 닭발에 소주 마시며 이 노래나 실컷 음미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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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21kc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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