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리얼콘 칼럼니스트]

"99% 국민을 위한 희망의 시대를 만들겠습니다"

취임 1달을 맞은 통합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단 한마디도 국민을 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도 못했다. 민생은 없고 '4월 총선에서 승리하게 해 달라'는 정치구호만 난무했다. 국민들로 하여금 '또 정쟁만 일삼는 구나'라는 정치혐오감만 더하게 만들고 '지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가져온 사람들이 위선을 떠는구나'라는 이중성만 보였다.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희망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자당의 공천혁명을 자랑하고 난 뒤에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한 정치 공세 밖에 없었다.

특히 "무책임하고 무능한 내각을 총사퇴 시키고, 전면 교체하라"면서 그 이후의 대책이나 대안에는 애써 함구했다. 지극히 유치한 수준의 레토닉일 뿐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개혁과 진정한 정치 발전을 바라는데 정작 한명숙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해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자기들이 차지하는 것이 정치발전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하는 줄 아는가 보다. 답답한 정치현실에 깜냥이 안 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미 실패는 정권을 만들었던 전력이 있는 실패자들의 집합체다.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힌 노무현 정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됐다.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뻔뻔하게 정권을 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현실에 개탄스럽다.

이들은 능력도 없지만 말바꾸기의 달인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의 유일한 성과로 평가받는 한미FTA를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니 폐기해야 한다고 난리다. 떼거리로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항의 서한을 전달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얼굴에 먹칠을 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노무현 정부를 이끌었던 한명숙은 “한미 FTA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라며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야당 대표가 되고 나서는 “이렇게 굴욕적인 매국협상이 지금 국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다”며 “이제 힘을 합쳐서 날치기 통과된 매국적인 이 협상을 원천무효라고 규정하고 발효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던 한명숙은 한미FTA 반대세력을 ‘불법집단’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명숙의 논리라면 지금 현실에서는 본인들이 불법집단이고 엄단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한명숙 뿐만 아니라 작금의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대부분 그런 입장을 표했다가 야당이 되자 입장을 싹 바꿨다.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이들의 이런 작태를 볼 때 불과 몇 초전의 일은 까맣게 잊어 버리는 능력을 타고 난게 아니면 아마도 물고기 수준의 지능을 가졌을 것이다.

이런 통합민주당의 이중성에 대해 같은 진보진영도 혀를 내두르며 비판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10대 독소 조항들은 ‘노무현의 FTA’에서 이미 동의했던 사항”이라며 “이러한 점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 ‘2007년 참여정부가 어렵게 맞춰놓은 이익균형을 이명박 정부가 불평등한 협상으로 바꿔놨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리 봐도 별다를 것 없는 협상 조항이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민주당을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으로 비유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뼈대를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이 살을 붙였으며, 민주당의 입장선회로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 도대체 누구의 자식이냐”며 “낳은 정은 온데간데없고, 기른 정만 남은 한미FTA”라고 끝을 맺었다.

한미 FTA를 낳고도 내 자식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내다버리고, 심지어 낳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아이를 기른 이명박 정부가 문제라고 자식까지 이용해 국민들에게 표를 바라는 통합민주당의 폐륜을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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