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도서출판 써네스트

도시의 경계를 지나 고개를 넘어가니 아래로 푸른색타일로 장식된 돔 양식의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이 고갯길을 넘어서 사마르칸트를 바라보았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 도시인 사마르칸트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소련의 유명한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생전에 가장 촬영하고 싶었던 도시인 사마르칸트에 첫 발을 내디뎠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였을까? 사마르칸트의 역사는B. C. 4세기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 이미 이 도시는 ‘마라칸다’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그때의 모습은 거의 없다. 현재의 사마르칸트는 14세기로 간다.

무려 1800년이나 흐르면서 이민족의 침략 등을 받으면서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여 갔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만든 사람이 바로 ‘아미르 티무르’이다.

서양에서는 절름발이 티무르라는 의미를 가지는 태멀레인Tamerlane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의 관이 있는 구르 에미르를 방문하였다. 실외의 뜨거운 공기가 묘하게도 시원하게 변해버린 건축물의내부로 들어서니 검정색 관이 보였다.

설명이 없어도 ‘아미르 티무르’의 관임을 직감하였다. 실제의 무덤은 지하에 있다고 해서 들어가려고 했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스탈린에게 있었다.1941년 스탈린의 명령을 받은 소련의 고고학자들이 그의 관을 열자마자 히틀러의 독일군대가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침공하였고, 다시 그의 명령으로 ‘아미르 티무르’의 관을 닫자 소련 군대가 승리를 했다는 비화를 들었다.

이후 어느 누구도 ‘아미르 티무르’의 관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지 못하게 스탈린이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나는 독소전쟁의 발발과 이러한 비화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시에 다급했던 스탈린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무서울 게 없는 잔인한 독재자라고 후대 역사적 평가를 받은 스탈린이 500여 년 전에 죽은 정복자의 관으로 자신과 그의 국가에 운명을 맡겼다는 이야기는 묘한 웃음을짓게 하였다.

그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다시금 스탈린이 생각났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에서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을 넘어 미국에 맞서 당대의 국제질서를 주도하였던 스탈린이 절름발이라는 책의 내용을 보고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싶었다.

전쟁은 한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이러한 욕망의 출발은 결국 인간성에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 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 국제정치의 역동성이 가지는 한 면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미르 티무르’ 역시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스탈린처럼 무한한 권력을 꿈꾸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전쟁을 하였지만 궁극적으로 유라시아대륙의 다민족·다문화를 소통시켜 실크로드를 부활시킨 업적을 이루었다는 점이그와 차이를 가진다는 필자의 지적을 통해 결국 국가와 세계를 통치하는 정치란 한 인간이 가지는 인간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제시하고 있지만 세계는 지금 중앙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풍부한 석유 그리고 이로 인해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곳이 중앙아시아이고 나아가서는 유라시아대륙이다.

21세기 남북통일시대를 바라보는 우리는 결국 과거 고구려처럼 대륙으로 나아가야만 하고 격동의 미래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인류 최후의 정복자인 ‘아미르 티무르’의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는 성동기박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김의곤(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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